획기적 전기요금 인상 말고 해법 없는 한국전력, 6조원 이외의 추가 자구책 요구에 '곤혹'
추경호 경제부총리, 전기요금 인상 전에 한전의 추가 자구책 요구
한전 관계자, "적자 벗어나기 위한 주된 방법인 전기료 인상 그대로 추진해야"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정부가 전기요금을 인상하기에 앞서 한국전력(이하 '한전')의 독자적인 자구책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획기적인 전기요금 인상 이외에 한전의 적자구조 탈피 방안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 높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에서 “한전이 애초부터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방안을 제시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미흡했다”라며 “한전의 여러 자구노력 등에 대해 점검하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전력은 지난 16일 산업부와 기획재정부에 전기요금 인상안을 제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전기요금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3원 올리는 방안과 3원으로 제한된 조정폭을 5원으로 상향하는 안건이다.
추 부총리의 발언은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기 전, 한전의 추가 자구책을 제시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로서는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하는 등 물가 압박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한전은 이미 가동이 가능한 자구책을 모두 실행하거나 실시할 예정이지만, 독자적으로 30조원대의 누적 적자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출자 지분과 부동산 매각 등 할 수 있는 조치는 전부 실행했으며 남아있는 방안은 정부의 전기료 인상 단행이라는 입장이다. 더욱이 향후 발생할 적자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획기적인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6조원 자금 확보책 내놓은 한전...남은 카드는 전기료 인상
한국전력은 1분기에만 7조7000억원대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방어하기 위해 지난 달 출자 지분 및 부동산 매각, 해외사업 구조조정에 착수하며 총 6조원 규모의 자금 확보책을 내놓았다.
한전은 6월 현재 기준 출자 지분 일부와 부동산 3곳을 매각 완료해 총 1330억원을 확보했으면 강도 높은 지출 감축으로 1조3000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한전은 재무 개선 목표 달성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할 전담 조직을 필두로 해외 석탄 발전소 및 광산 정리(1조9000억원) 등 추가적인 부채 관리에 들어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정승일 사장을 포함한 한전의 경영진은 2021년도 경영평가 성과급을 전액 반납하고 1직급 이상 주요 간부들도 성과급을 50% 반납하기로 결정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한전으로서는 이미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모두 사용했고 남아있는 해결책은 정부의 전기료 인상만이 유일한 상황이다.
한국전력의 한 관계자는 “전기료 인상안은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3원 인상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지난달 발표한 비상경영을 통한 6조원 자금 확보 역시 전기료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침일 뿐,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선 주된 방법론인 전기료 인상은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전 1분기에는 kWh 당 71원 손해봐 / 올해 전기요금 총 16.8원 인상? / 신영증권, "한전 재무 정상화 위해선 kWh당 38원 인상해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한전 전력 구입가격은 kWh당 181원으로 집계된 반면, 전력 판매단가는 110원에 그쳤다. 전기를 팔수록 kWh당 71원을 손실이 쌓이는 구조다.
올해 예정된 전기료 인상안을 고려해도 한전의 적자를 해결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요금은 크게 기준연료비와 연료비 조정요금, 기후환경 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지난 4월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을 각각 4.9원과 2원씩 인상해 총 6.9원을 올렸다. 이후 10월 예정된 기준연료비 4.9원 인상안과 3분기 3원 인상, 4분기 2원(연간 한도 5원)을 선반영 한다면 총 16.8원이 인상된다.
이와 같은 인상안에도 한국전력의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의 차이를 메우기에는 현저히 부족한 구조다. 그럼에도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고수한 것이다.
현재 한전의 적자폭이 커진 요인이 연료비 상승인 것을 고려할 경우 상승한 연료비를 전기료에 반응하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함께 올려야 하지만, 연료비 조정단가는 지난 2020년 12월 말 도입된 이후 6차례의 인상 조정 기간에서 단 2차례 올리는 것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전기료 인상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통신비, 교통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020년 기준 전국 근로자 가구(2인 이상) 소비지출 중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였다. 통신비와 교통비 비중은 각각 5.0%, 2.0% 수준이었다. 전기요금 지출 비중은 2010년 2.0%에서 2015년에는 1.7%로 오히려 줄었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지수 품목별 가중치에 따르면 전기요금은 2015년 18.9에서 2020년 15.5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월세 가중치는 43.6에서 44.3으로 올랐다. 휴대전화 요금은 38.3에서 31.2로 하락했지만, 전기료에 견줘 두 배 수준이다.
신영증권은 한전의 재무 정상화를 위해서 전기요금을 kWh당 38원 인상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권덕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한국전력은)지속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어 고려할 사안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연료비 조정단가를 3원 인상하는 것으로 적자폭을 크게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나, 연료비연동제 시행에 대한 불확실성을 점차 해소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라고 전했다.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는 게 정부에게 남겨진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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