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기대하며..
Post-industrial society, Next society, Dream society를 거쳐 Crises society, 불안정한 위기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우리 앞에 다가올 미래는 어떠한 모습일까? 반세기 전 탈산업사회(Post-industrial society)에서 제조업 경제가 과학기술 기반의 경제· 사회로의 전환을 예측한 다니엘 벨, 지식근로자의 부상과 정보혁명사회를 예상하며 다음 사회(Next society)를 통찰한 피터 드러커처럼 깨어있는 시민이라면 코로나 이후 새롭게 떠오르는 사회 현상 속에서 각자의 나침반을 새롭게 점검해보아야 할 것이다. 거대 담론이 아닌 우리사회의 일상적 변화를 통해 떠오르는 사회적 현상을 고찰해보면 오늘의 시계(視界)는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변화의 폭이 크고 사이클이 짧을수록 개인과 사회의 발빠른 대응은 더욱 중요하다. 지난 30년간, 문화관광과 교육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한 수원대학교 우경진 교수가 관찰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일, 교육, 문화, 여가의 변화와 미래의 모습에 대한 소소한 진단을 들어보자.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우경진 수원대 교수] 지난 5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 인구통계 기준 미래 인구 동향 시나리오에 따르면 2020년 총인구는 5184만명에서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2050년에는 4736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으며, 서울, 부산 등 13개 시도의 총인구는 감소하고 경기, 세종, 제주, 충남 등 4개 시도의 총인구는 증가할 것이라고 하였다.
특히 학령인구 급감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꾸준히 제기된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인데도 몇 번의 정권이 바뀌는 동안, 정부나 대학을 포함한 관계기관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위한 의제도출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만 18세 학령인구는 51만명에서, 2024년 43만명, 2040년엔 현재의 절반인 28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대학입학 정원은 2022년 42만8266명에서 23년, 24년에는 한해 7만명이 넘게 줄어들고, 그 후 유사한 수준의 감소가 유지되다가, 2032∽2040년에는 10만명 이상으로 낙폭을 키우다, 결국 2020년 대비 40% 가까운 감소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 피터 드러커의 24년 전 예측, “30년 후 대학 캠퍼스는 역사적 유물이 될 것”
24년 전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30년 후 대학 캠퍼스는 역사적 유물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고, 토머스 프레이(Thomas Frey)는 “2030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부터 국내 대입정원이 입학자원보다 더 많은 ‘대입 역전현상’이 본격화됨에 따라 정부는 그간 대학들의 자발적 입학정원축소를 독려하였는데, 일부 대학은 학부 중심에서 대학원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교육부가 주도한 ‘당근과 채찍 전략’을 성실하게 따르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정부는 예산을 흔들며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면서 오직 틀에 맞춘 생존전략과 발전방안을 마련하도록 강요한 셈이 되었다.
각기 다른 지리적, 환경적 특성, 지역적 역사성, 사회적 기여도 등을 정량적인 점수로 평가한다는 것도 넌센스지만, 정권에 따라 백년대계의 교육정책을 좌로 우로 수평 위에서 왔다갔다하느라 상향으로 올라가지 못한 것은 아닌지 교육관계자들 모두 반성과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2022~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 기본방향 및 추진전략>
• 대학의 역할과 기능 다시 생각해봐야
근본적으로 대학은 교육, 연구와 더불어 사회봉사의 사회적 임무를 가지고 설립된 기관이다.
근대화와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숙련된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기능적 측면이 강조되었지만, 상아탑으로의 역할, 즉 인류가 지적 우월성을 추구하고, 진리와 이성, 교양과 감성을 키우며 균형 잡힌 인간으로 성장하는데 일조하였다.
또한 대학은 지역 내 대규모 시설과 고급 인적자원이 집중되어 있어서 각종 시설과 서비스 지원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동시에 지역경제 활동의 주체이며, 지방자치단체만큼이나 안정적인 지역의 거점기관이기도 하다.
이렇게 오래된 대학의 역할과 기능은 폐교 후 인근 상권의 생존 위협과 같은 지엽적인 문제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 대학은 전통적인 20대 학령인구 중심에서 탈피, 생애단계별 평생학습에 힘써야..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도시의 공동화와 대학의 폐교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더욱 가속화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과거 청년의 수가 많고 성장의 시대에 대학이 전문직업인 양성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면, 중장년∙고령층의 수가 많아지고, 저성장의 시대인 지금의 대학은 학령기 대학생 위주의 대학구조에서 벗어나 생애단계별 평생학습을 지원하는 교육체제로의 전환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할 것이다.
길어진 수명만큼 인생 2막, 3막을 위한 직업교육과 은퇴 후 행복한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문화∙예술교육 사업 등에도 더 많은 힘을 보태야 한다.
이미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겪은 유럽이나 일본의 사례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선진국의 대학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캠퍼스와 커뮤니티의 문제파악 및 해결책을 수립하고, 지역사회의 활성화를 위한 도시 재정비사업도 대학이 주체가 되어 좋은 성과를 끌어내는 등 다양한 참여가 이루어져 왔다.
우리의 경우는 높은 학구열과 대학진학률로 대학은 그간 지역사회에 무관심했고, 지역사회도 대학을 사회적 자산으로 인정하는데 인색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많은 지역이 서로의 성장을 자전거의 양바퀴처럼 여길 수밖에 없는 시대로 진입했다.
따라서 대학은 지역의 특성과 수요에 맞는 교육과정개발과 물리적·기능적인 연계를 통해 지역주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학생수 급감이 아니라도 지금의 교육 방식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래학자 프레이는 “앞으로는 평생 10개 직업을 바꿔가며 일하게 될 것”이라며 평생교육 수요에 대비하라고 제안한 바 있다.
우리 대학들도 그간 우수학생을 유치하려는 전략에서 탈피하여 20대 첫 직장, 30대 재취업, 40대 창업, 50대 프리랜서, 60대 파트타이머로 시대와 산업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것을 배우는 도전을 지원하는 생애 단계별 학습 제공으로 학령인구와 노동인구감소 등의 사회적 문제해결에 기여하여 스스로의 위상과 사회적 존재감을 확인하기를 기대해본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