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메가 트렌드 (5)] 삼성바이오로직스·SK바이오사이언스 간의 '바이오 인재' 전쟁에 롯데와 두산까지 뛰어들어
서예림 인턴기자 입력 : 2022.06.22 08:15 ㅣ 수정 : 2022.06.23 16:09
중소 및 중견기업은 인력난 호소하고 석‧박사 인력은 부르는 게 값 정부, 대학, 기업이 협력해 획기적인 인재양성 시스템 구축해야
4차산업혁명으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산업에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은 밥그릇 지키기에 몰두하고 정부는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에 매달리고 있다. 그 결과로 인력공급 부족 사태가 깊어지고 있다. 정부와 대학이 손잡고 일자리 메가 트랜드를 거부하면서 청년들을 실업자로 만들고 있는 기현상이다. 뉴스투데이가 그 전반적인 실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월 23일 대한민국을 '글로벌 바이오 인력 양성 허브'로 선정했다.
국내 기업의 백신·바이오 생산 능력과 교육 시설 인프라, 정부의 적극적 의지 등을 높게 평가한 결과라는 게 WHO의 설명이었다. 이 중 기업의 백신 생산 능력 등에 대한 평가는 현실과 일치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탁생산 능력은 글로벌 시장 선두권이고, 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 등도 신흥강자로 부상 중이다.
그러나 교육시설 인프라와 정부의 적극적 의지 등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둥하게 만든다. WHO의 고평가와는 달리 직무 역량까지 갖춘 석‧박사 인력의 '공급부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게 바이오산업계의 호소이다.
바이오 전문인력 부족은 국내 12대 주력 산업 중 2번째로 꼽힐 정도로 심각하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바이오팜에 이어 롯데, 두산 등 국내 대기업 상당수가 바이오 산업으로 뛰어들면서 수준급 바이오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바이오 업체는 수준급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장에서는 기업의 규모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해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전경련 관계자, 석‧박사 인력 부족한 바이오 산업은 '부르는 게 값' /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 중소기업에서는 석‧박사 출신의 지원자들이 적어지는 '대기업 쏠림 현상'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바이오산업은 특히 석‧박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석‧박사 인력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라며 “삼성, LG, 롯데 등 바이오 산업으로 진출한 국내 주요 기업 사이에서 경쟁이 벌어질 정도면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기업들은 어느정도 충분히 채용 공고를 내면 충분한 인력이 지원하고 있으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연봉 차이도 나고 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석‧박사 출신의 지원자들이 적어지는 대기업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업계 현장에서도 이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IT 업계에서 바이오 업계의 인사 담당자로 이직한 A씨는 실무 정보를 공유하는 한 네이버 카페를 통해 “IT 개발자만큼이나 바이오 연구원 채용이 어렵다. 일반 신입연구원도 그렇지만 경력직은 채용이 이렇게 안될 수도 없는 것 같다”며 “대학으로 교수님들 찾아 뵈면서 인사영업까지 나가는 실정이고, 추천받아 면접을 진행한다해도 무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호소했다.
■ 바이오 인력은 늘지만 석‧박사 등 고급인력은 부족... 재직자들의 '숙련도'도 기업의 기대치보다 낮아
산업통상자원부·한국바이오협회 ‘2020년 기준 국내 바이오산업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4만6488명이었던 바이오 산업 인력은 2019년 4만8683명으로 2066명 증가했다. 2020년에는 4863명 증가한 5만3546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 간(2018년~2020년) 연평균 증가율은 7.3%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바이오산업 인력 중 석사, 박사 등 고급인력의 구성비는 전체 기준 23.7%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사 졸업자가 2만6208명(48.9%)로 가장 많았으며 기타 인력 1만4615명(27.3%), 석사 9759명(18.2%), 박사 2964명(5.5%)순으로 석‧박사 인력이 기타 인력보다 낮았다. 전체적인 바이오 인력은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여전히 석‧박사 인력은 부족한 셈이다.
기업에서는 채용할 만한 직무역량을 갖춘 수준급 인력의 지원자가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화학·바이오산업인적자원개발위원회 ‘2021년도 화학·바이오ISC의 산업인력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 기업들이 생각하는 인력 부족의 발생 원인은 '직무역량 부족으로 인한 미채용’이 40%, ‘지원자 부족’이 38%, '고용형태 불일치로 인한 미채용'이 11% 순으로 나타났다. 즉 지원자 중에 수준급 인력이 부족해 충분한 채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최고 수준의 업무 숙련정도를 100으로 봤을 때 바이오 분야 기업들은 82~89정도의 숙련수준을 요구하는 반면 실제 기업들이 판단하는 재직자들의 숙련 수준은 66~78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바이오 분야 중에서도 임상‧비임상, 연구기획, 공정개발 등의 연구관련 직무에서 미스매치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 이달 초 출범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삼바 출신 사장 영입... 영입 인재들의 공통점은 '대기업 출신'
이러한 미스매치 현상은 최근 대기업의 잇단 바이오 산업 진출로 고급인력을 대대적으로 빨아들이면서 심화되고 있다. 고급인력은 계속해서 대기업으로 몰리고, 중소벤처기업은 '직무역량 부족으로 인한 미채용'이 이어지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 내에서는 인재 영입을 위한 쟁탈전이 치열하다. 롯데그룹은 이달 초 자회사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출범하고 초대 대표 자리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 이원직 대표를 선임했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의 신사업추진단, 삼성바이오로직스 품질 팀장을 거쳐 DP사업부장을 역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과 바이오벤처, 전통 제약 등 기업들이 최근 영입하는 인재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삼성, SK 등 대기업 출신이라는 점이다. 높은 초임을 제시하며 고급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쟁탈전이 치열한 것이다.
■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연봉 격차를 줄여주는 정부 정책 확대해야" / 정부 예산지원은 미봉책, 대학교육 개혁이 근본 해법
바이오 산업에 진출하는 대기업이 크게 늘어나고 중소기업 내에서는 준비된 인재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바이오 인재 양성을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회적인 문제라 정확하게 정답이 있다고 말하긴 어려우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를 줄여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인 것은 확실하다”며 “정부가 중소기업 인력의 연봉을 일부 지원해주는 성장지원사업같은 경우 작은 중소기업에게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급인력이 중소기업으로 갈 만한 메리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 지원 정책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반도체, 배터리, SW에 이어 바이오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정부와 대학, 기업이 연대해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교육훈련과정을 제공하는 등 획기적인 인재양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