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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눈

싸다는 것만으로 증시에 참여하기 부담스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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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2.06.23 00:30 ㅣ 수정 : 2022.06.23 00:30

[기사요약]
증시 급락으로 커지는 저평가론
주가수익비율, 주가순자산비율 모두 낮은 상태
하지만, 이익 하향 가능성과 침체 시 수치 감안해야
경기 침체나 시스템 위기 논할 때는 아니지만, 여전히 적극적 주식 매수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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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inventiva.co.in]

 

[뉴스투데이=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글로벌 증시가 다시 급락했다. 올해 초 큰 폭의 하락 이후 안정되는 듯했던 글로벌 증시는 4월 이후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고, 6월 들어서는 그 폭이 더 가팔라진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올해 초 5000포인트를 목전에 두는 듯했던 S&P500 지수는 3600포인트 선으로, 16000포인트 돌파를 목전에 뒀던 나스닥 지수는 10000포인트 대까지 떨어졌다.

 

우리나라 증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 3300포인트에서 고점을 기록했던 코스피 역시 이제 2400포인트 선 이하에 머물러 있다. 6개월 동안 거의 30% 하락한 것이다.

 

이번 증시 급락은 고물가와 긴축, 특히 정책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심한 경기 침체나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배경으로 한다.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5월과 6월에 각각 0.5%포인트, 0.75%포인트 올리고 연말까지 3.5% 내외까지 높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물가 안정과 경기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물가가 잡히지 않거나, 물가가 잡히더라도 극심한 경기 침체가 오거나,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동반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 큰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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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초 월드뱅크(World Bank)는 2022년 세계경제성장률을 지난 1월보다 1.2%p 낮춘 2.9%로 하향조정하고,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했다. [출처=theprint.in]

 


• 주가수익비율의 문제, 경기 침체시 현재의 이익 전망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점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제 우리나라 주가가 싸졌기 때문에 주식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불과 6개월 만에 주가지수가 30% 가까이 떨어지고, 일부 개별 주식들의 가격 하락 폭이 50%를 넘어선 현재의 상황은 길게 볼 때 주식 투자에 나서기 적절한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과거 경기 사이클과 맞물린 증시 하락 시기의 폭이 이 정도였음을 감안할 때 일리 있는 주장이다. 특히 이러한 주장에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과거 저점 수준에 근접했다는 점이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우리 증시는 싸다고 볼 수 있을까?

 

주가수익비율은 특정 기업의 연간 당기순이익과 시가총액의 비율로, 현재 기업의 시장가치가 몇 년 분의 당기순이익과 같은가를 측정하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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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tockmaniacs.net]

 

현재의 주가수익비율이 역사적 평균 또는 동종 업계 타 기업의 수치보다 낮으면 저평가되어 있다고 추론하는 식으로 활용된다. 또한 상장되어 있는 기업들의 전체 이익과 증시 전체의 시가총액을 비교하면 전체 증시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 수치의 계산에 있어서 사용되는 순이익을 정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과거 실현 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현재로부터 미래로 이어지는 주식 투자의 속성을 반영하기 어렵고, 미래 이익 전망치를 기준으로 하면 전망의 불확실성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 코스피의 향후 1년 이익 전망치를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은 이제 9배 내외이고 이는 일반적 경기 둔화기의 저점과 유사하지만, 만약 향후 1년 이익 전망치가 현재 예상보다 크게 낮아진다면 이 수치 자체가 변화해 저평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게다가 현재 투자자들의 우려가 글로벌 경기 침체 또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라는 점에서 이익 전망치의 하향 조정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과거에도 경기 침체 시기에 전년 대비 20% 내외의 감익은 일반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에너지 등 일부 업종 이외의 이익 전망치는 이미 하향 중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애널리스트가 예상하는 코스피 기업들의 올해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현재 184조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한 수준이지만, 경기 침체가 현실화된다면 더 빠른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코스피 순이익 확정치 및 컨센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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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2022년은 예상치, [자료=Bloomberg]

 


• 주가순자산비율, 과거 경기 침체기에는 지금보다 더 떨어졌다

 

주가순자산비율로 보면 어떨까?

 

이익의 경우 변동성이 큰 반면 순 자산가치의 변화는 경기 변화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기 때문에 증시의 바닥을 점치는데 적절하다는 평가가 있다.

 

실제로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은 과거 경기 수축 사이클에서 대체로 0.9배 정도를 기록한 이후 반등했기 때문에 이러한 의견에 더 힘이 실리기도 한다. 그리고 현재 이 비율은 0.9배 수준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일반적 경기 수축기가 아닌 침체기 또는 금융위기적 환경에서는 이 수치가 더 떨어졌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9년 경기 수축기에 주가순자산비율은 오랜 기간 0.8배 초반에서 움직였고, 코로나19 사태 발발 직후 위기시에는 0.7배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경기 침체가 심각한 정도거나, 위기가 닥쳐 금융시스템 위험이 커지면 기업과 가계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유동성 고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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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dreamstime.com]

 

유동성 고갈을 막기 위해서 자산을 매각해야 할 경우 가격의 적정성은 큰 고려 대상이 아니다.

 

물론 이번 고물가, 긴축 환경이 반드시 경기 침체나 스태그플레이션, 나아가 금융시스템 위험으로 이어질 것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1년간 물가 전망에 틀려 온 중앙은행, 실수를 되돌리기 위해서 빨라지는 긴축 하에서 글로벌 정책 당국과 경제가 줄타기하고 있는 지금, 싸다는 이유로 증시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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