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제철, 45조원대 전기차 부품·강판시장 거머쥔다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45조원대에 이르는 전기차 부품과 강판 시장을 잡아라'
본격적인 전기자동차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유력 철강업체들이 전기차 부품 시장 공략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는 '전기차 심장'으로 불리는 구동모터(전기 힘으로 바퀴를 구동하는 모터장치)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재료인 ‘무방향성 전기강판’을 생산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무방향성 전기강판 시장은 약 25조원대에 이른다.
이에 질세라 현대제철은 전기차용 초고강도강판(핫스탬핑강) 양산 및 감속기 제작에 활용되는 강종을 개발해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핫스탬핑강은 시장규모가 20조원이 넘는 '알토란 사업'이다.
■ 포스코, 25조원 시장 거머쥐기 위해 무방향성 전기강판 설비에 1조원 투자
포스코가 최근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분야는 무방향성 전기강판 생산 부문이다. 구동모터용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구동모터 효율을 높여 주행거리를 늘리고 전력손실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무방향성 전기강판 수요는 2020년 32만t에서 2033년 400만t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특히 2025년 전세계적으로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개막되면 무방향성 전기강판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이러한 수요를 뒷받침하듯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은 2022년 170억2750만달러(약 22조원)인 세계 무방향성 전기강판 시장이 2028년 197억2110만달러(약 25조6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지난해 말 광양제철소에 1조원을 투자해 연간 30만t 규모의 구동모터용 무방향성 전기강판 공장 건설 안건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올해 4월 포스코는 무방향성 전기강판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포스코는 현재 포항제철소에서 무방향성 전기강판을 연간 10만t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광양제철소에 무방향성 전기강판이 문을 열면 포스코의 생산규모는 연간 40만t에 이른다.
포스코 관계자는 "광양에서 생산하는 전기강판은 포항에서 만드는 제품과 조금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광양에서 생산될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포항산 보다 폭은 더 넓고 두께는 0.3mm이하로 더 얇다. 이에 따라 강판 강도를 더욱 높이고 두께는 얇게 해 더 많은 차종에 납품할 수 있다.
게다가 포스코그룹 계열사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옛 포스코SPS)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만한 대목이다.
국내 1위 구동모터 제조업체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은 2025년 400만대, 2030년 700만대에 이르는 구동모터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세계적인 부품사로 도약할 방침이다.
■ 현대제철, 20조원 규모 핫스탬핑강 시장 공략에 질주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제철은 전기차에 특화된 제품을 개발해 새로운 사업 영토를 개척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대차의 전기차 모델 '제네시스 G80(G80EV)'과 신형 G90 등에 1.8기가파스칼(GPa) 급 프리미엄 핫스템핑강을 공급하고 있다고 지난 2월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올해부터 해마다 14만5000장의 프리미엄 핫스템핑강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전기차 약 3만대에 적용할 수 있는 물량이다.
시장조사업체 INI R&C에 따르면 글로벌 핫스탬핑강 시장 규모는 2020년 16조300억원에서 2025년 20조70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성장전망이 좋은 분야다.
현대제철이 양산을 시작한 1.8GPa 급 핫스탬핑강은 기존에 생산하던 1.5GPa 핫스탬핑강과 비교해 인장강도(변형에 버틸 수 있는 능력) 20% 향상, 10%의 경량화 향상 등 장점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량이 외부 충격에 강하고 차량 무게를 더 가벼워 질 수 있는 장점을 지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차량 경량화는 과거보다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엔진 성능에 따라 차량연비가 갈렸지만 전기차는 유사한 수준의 모터가 장착돼 경량화에 따른 전기 소모량 감소가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대제철의 최신형 핫스탬핑강은 대다수 물량이 현대차에 공급되고 있어 수요 창출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현대제철은 충남 예산에 22기 핫스탬핑 생산라인을 구축했으며 울산에도 2기 설비를 구축했다. 총 24기에 이르는 생산라인을 통해 현대제철은 최대 5800만장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세계 3위 수준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