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동학개미의 멘토’로 불리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불법 투자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업계 안팎이 사태 확산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해당 업권인 자산운용업계는 위법 여부에 대해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다만 라임·옵티머스 펀드, 디스커버리 펀드 의혹 등 여러 사안들이 마무리되지 않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존 리 사태까지 터지며 운용업계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존 리 대표는 방송 프로그램과 강연에서 일반 대중에게 장기 주식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동학개미운동의 선봉에 서 왔는데, 아내 명의를 이용해 불법 투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장의 충격이 만만치 않다.

 

24일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존 리 논란은 대표 배우자가 투자한 회사의 상품에 자산운용사가 펀드로 투자해도 되는지가 쟁점이지만 결국 이해상충, 내부통제 작동의 문제를 꼽았다. 

 

회사는 내부 준법 감시를 통해 이해상충 가능성이 생길 시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선 금융투자업계 임직원의 차명 투자를 금지하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존 리 대표가 메리츠금융지주의 무한한 신뢰와 투자자들의 정신적 지주인 상황에서 독주를 막는다거나 투자 결정에 제동을 걸기는 어려웠을 거란 해석이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존 리 대표 사태는 회사의 문제보다 대표 개인의 문제로 볼 수 있다”며 “물론 회사 내부통제 문제도 있으나 결국엔 최종 결정권자가 대표기도 하고 회사 자체가 '존리에 의한 존리를 위한 존리의 회사'가 돼서 내부에서도 대표한테 인식 및 제지를 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워낙 스타급이다 보니 스타파워로 실적이 나빴던 회사가 잘 돌아가는 데 그 누구도 위험하거나 문제가 된다는 것을 말하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손해 본 사람이 없으면 과정 역시 문제 될 게 없다는 식은 법적 징계 여부를 떠나 윤리의 문제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 교수는 “대표 개인의 윤리성에 문제도 있어 보인다”며 “이해상충이 뭔지를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누가 봐도 이건 이해상충이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처럼 문제화될 건 아니지만 악한 의도는 아니더라도 본인한테 엄청난 이득은 없어 보이는 데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를 왜 스스로 무너트리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한 제보로 시작됐다. 제보의 내용은 메리츠자산운용이 대표 아내가 주주로 있는 회사의 펀드에 투자해 자본시장법을 어긴 것 아니냐는 것 이었다. 

 

존 리 대표는 친구가 2016년 설립한 부동산 관련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P사에 아내 명의로 지분 약 6%를 투자했다는 의혹을 받는 상태다. 메리츠자산운용은 2018년 출시한 '메리츠마켓플레이스랜딩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펀드를 설정한 뒤 설정액 60억원을 전량 P사의 부동산 P2P 상품에 투자했다.

 

금감원은 운용사 대표이사 지인이 운영하고 배우자가 주주로 있는 회사의 상품에 자사 펀드를 통해 투자해 이해관계 충돌 여부로 볼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존 리 대표는 아내 차명 투자 의혹에 대해서는 감독당국에 충분히 소명했고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면서, 다만 내부통제의 절차적 측면에서 실수나 법규 위반 소지가 있는지는 금감원에서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또 사익 추구 의혹이 성립하려면 해당 펀드에 손실이 있어야 하지만 연 12% 수준의 수익을 내 부실이 없었다는 입장도 냈다. 배우자가 일부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자본시장법상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논란에 선을 그었다. 

 

사건은 이번 조사 판단에 따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 넘어가게 되고, 이후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를 거쳐 징계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존 리 대표의 연임 여부도 관심 대상이 됐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메리츠운용 대표 문제는 자산운용 측에서 봐도 이해상충의 문제로 볼 수 있다”며 “특히 개인의 문제가 크고, 징벌 무게에 따라 연임 여부도 결정되겠지만 결국 이해상충 방지체제를 이해 못했다거나 하는 등으로 다툼의 소지는 있을 것 같은데 애매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 내부에서 인지했다면 안 된다고 해야 하는 데 그런 것이 부실한 것 아닌가 싶다”며 “내용을 알았든 몰랐든 결국 내부통제 문제가 걸려 회사로는 엄청난 리스크를 가져올 수 있다. 일단 이번 사태로 존 리 대표의 평소 언행불일치 탓에 여론도 호의적이진 않아 보여서 금감원 조사를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7개 은행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존 리 대표의 불법 투자 의혹과 관련, 취임사에서 밝힌 '불법 행위 엄단' 의지가 반영되는 사례냐는 질문에 “(의혹을) 점검했고, (직접) 한번 살펴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