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SPC 불매운동' 안한다는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주장은 전형적인 ‘오리발 내밀기’

박희중 기자 입력 : 2022.06.29 17:12 ㅣ 수정 : 2022.06.30 06:04

민주노총 화섬노조 28일 홈피에 " '노조가 SPC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므로 바로 잡습니다" 제하의 보도자료 공지
뉴스투데이가 팩트체크 해보니 화섬노조 해명이 '거짓말'임을 뒷받침하는 3가지 근거 있어
업계 관계자, "화섬노조의 '자사제품 불매운동'이 공감을 얻지 못하자 뒤늦게 발뻼하려는 듯" 분석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사진=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홈피 캡처]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가 일부 시민단체들이 파리바게뜨 노사갈등과 관련해 벌이고 있는 ‘SPC 불매운동’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화섬식품노조는 28일 홈페이지에 "'노조가 SPC불매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공지했다. 

 

보도자료는 “일부 언론에서 ‘노조가 SPC 불매를 하고 있다’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SPC 불매’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의 인권과 노동기본권이 침해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나아가 “이에 ‘노조가 SPC 불매를 하고 있다’라는 내용을 바로 잡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보도자료는 사실일까. 화섬식품노조 주장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노조가 근로자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과정에서 회사 측과 갈등을 빚거나 파업을 벌일 수는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일터인 회사의 제품 자체를 불매하자고 주장하거나 그런 주장을 유도하려는 행태는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이다.

 

화섬노조가 자신이 SPC 불매운동을 한 적이 없다는 이례적인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공지한 것도 이 같은 기본상식을 의식한 탓으로 보인다.  

 

그러한 뉴스투데이가 화섬식품노조의 트위터 내용 및 이해관계자들의 주장을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화섬식품노조의 주장은 거짓말이다. 그 근거는 3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SPC 불매 및 동네빵집 챌린지에 참여글 올린 적 있어

 

image
[사진=화섬식품노조 트위터 캡처]

 

첫째, 화섬식품노조 소속 파리바게뜨지회는 트위터 등을 통해 ‘SPC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파리바게뜨지회는 지난 5월 9일 트위터에서 ‘SPC 불매 겸 맛있는 동네빵집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저도 참가하는게 좀 웃기긴하데ㅎ”며 “저희 동네는 아니고 사무실이 있는 동작구에 일하다가 빵 먹고 싶으면 ‘더밀 베이커리’로 가는데 빵도 싸고 슈크림에 크림도 잔뜩 들어 있고 사장님도 엄청 친절하시죠”라고 적었다. 

 

파리바게뜨지회가 스스로 불매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동네 빵집을 애용한다는 사실을 ‘자랑’하고 있는 내용이다. 스스로도 “참가하는 게 좀 웃기긴하데”라고 고백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이처럼 파리바게뜨지회가 불매운동 참여를 ‘자랑’하면서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을 적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불매운동은 나쁜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시민운동인데 파리바게뜨의 노동조건 개선 및 급여인상 등을 요구하면서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임종린 지회장, 청년단체의 SPC 불매운동이 '나라의 희망'이라는 격한 지지글 올리기도 해

 

image
[사진=화섬식품노조 트위터 캡처]

 

둘째, 화섬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임종린 지회장은 트위터 등에 수 차례 SPC 불매운동을 지지하는 발언을 올렸다. 

 

예컨대 임 지회장은 트위터에 SPC 불매 청년단체 기자회견 사진을 공유하면서 “지금 양재는... 눈물 담긴 빵을 먹을 수 없다. SPC 불매 청년단체 기자회견 중. 나 대학생 땐 술만 마시고 다녔는데. 활동하는 학생, 청년들 보면 너무 대단하고 이 나라에도 희망은 있구나 싶음”이라는 글을 올렸다. 

 

사실 SPC불매운동이 ‘나라의 희망’이라는 임 지회장의 표현보다 더 강력한 SPC 불매운동 지지발언을 찾아내기는 어렵다. 

 

■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4000여명과 가맹점주 3400여명도 민주노총의 'SPC 불매운동'을 '공존 포기 행위'로 맹비판...일부 언론이 인용 보도

 

image
[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셋째, 파리바게뜨지회 소속이 아닌 다수의 제빵기사들과 3400여명의 가맹점주들은 그동안 화섬식품노조의 SPC 불매운동에 대해 ‘밥그릇을 깨는 행위’라는 취지로 비판을 해왔다. “화섬노조가 SPC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인식은 일부 언론만이 갖고 있는 게 아닌 것이다. SPC 불매운동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이해당사자들도 화섬식품노조를 불매운동의 배후로 보고 있는 것이다. 

 

3400여명의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은 지난 5월 16일 “‘동네빵집 챌린지’를 펼치고 있는 민주노총 소속 제빵기사들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매장에서 함께 고객을 위해 빵을 생산하는 직원이 고객들에게 파리바게뜨가 아닌 타 빵집의 빵이 맛있으니 타 매장에서 구매하시라고 응원하고 홍보하는 것은 파리바게뜨와 함께 살아가기를 포기한 행동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소위 ‘동네빵집 챌린지’가 SPC 불매운동의 수단이고, 민주노총이 그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PB파트너즈 대표노조가 소속된 한국노총 식품산업노련도 지난 8일 SPC그룹 사옥 앞에서 ‘PB파트너즈 노동조합 노동권 사수 전국식품산업노련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민주노총은 같은 생각을 하는 집단과 규합하여 그들과 연대라는 핑계로 우리 제조기사들이 일터에서 열심히 땀 흘리며 생산하는 제품을 불매운동 하겠다고 한다”고 화섬식품노조와 시민연대의 ‘파리바게뜨 불매운동’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SPC그룹 파리크라상의 계열사인 파리바게뜨의 가맹점은 3400여개이고 그곳에서 제빵기사 4200여명이 일한다. 그 중 4000여명은 한국노총소속 PB파트너즈 대표노조에 가입돼 있다. 200여명만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에 가입돼 있다. 

 

PB파트너즈는 SPC가 협력사 비정규직이었던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을 정규직화한다는 지난 2018년 사회적 합의에 의해 만든 파리크라상 자회사이다. 이후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들은 모두 PB파트너즈의 정규직으로 신분이 전환됐다. 급여도 3년동안 40% 가까이 인상됐다는 게 SPC 측 설명이다.

 

PB파트너즈 대표노조는 이 같은 사측의 노력에 공감하면서 협력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소속인 소수의 제빵기사들이 ‘해사행위’인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게 한국노총 소속 다수 제빵기사들의 인식인 것이다. 

 

화섬식품노조가 28일 보도자료에서 언급한 '일부 언론'은 바로 3400여명의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과 4000여명의 PB파트너즈 대표노조 소속 제빵기사 4000여명의 주장을 인용해 보도한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섬식품노조가 SPC 불매운동을 한다’는 주장이 일부 언론의 잘못된 인식이라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공지한 것에 대해 “회사뿐만 아니라, 같은 회사 소속 제빵기사, 가맹점주, 소비자 모두에게 ‘자사 제품 불매운동’이 공감을 얻지 못하고 비판을 받자 뒤늦게 발뺌을 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