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무역수지 적자, 韓 증시 하방 우려...하반기 수출, 둔화 전망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가는 5일 올해 한국 기업들은 원자재 공급망 붕괴로 고물가와 고금리·고환율 등 동시다발적 악재에 수출 환경이 악화하자, 외국인 투자자 이탈에 불을 붙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한국의 수출입 지표가 부정적으로 집계된 탓에 하반기도 주가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수요를 선행하고, 수출 증가율과 코스피지수가 일정 부분 동행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수출입지표는 국내 증시 분석 시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지표 중 하나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수출과 코스피지수의 동행은 올해 들어서만 23% 하락한 여전히 바닥을 논하기 일러 보인다”며 “총 수출 금액 경로를 증가율로 환산할 때 추가 하방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수출 부분이 모멘텀 자체가 둔화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증시가 살아나려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 경제가 돈을 벌고 있어 시장이 매력적으로 인식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안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지수가 2,300선도 위협받을 만큼 금융시장 분위기가 냉랭하다”며 “전쟁과 유가, 원자재의 공급 이슈가 계속되고 대외 수요가 둔화한다는 다수의 전망이 유효한 이상 무역적자는 당분간 계속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 6월 무역수지 3개월 연속 적자...6월 수출 577억달러, 5.4%↑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6월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6월 수출액은 577억3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5.4% 증가하고, 수입은 602억 달러로 19.4%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2일)와 화물연대 운송거부 등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하지만 수출 증가율은 16개월 만에 한 자릿수를 나타냈다.
금리 인상 등으로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가 확대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우리 수출은 증가세를 이어나가며 20개월 연속 수출 흑자를 달성했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석유제품, 철강 등은 6월 기준 역대 1위를 달성했고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생산·출하에 차질을 겪은 자동차, 일반기계는 각각 2.7%와 11.7% 줄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미국·인도에 대한 수출이 역대 6월 최고치를 기록했고, 에너지·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으로 수입이 더 크게 늘었다.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수입액은 137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63.7% 급증했다. 지난 3월부터 넉 달 동안 수입액은 600억달러를 웃돌고 있다.
무역수지는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더 높아 24억7000만 달러 적자로 석 달째 적자를 이어갔다. 무역수지가 석 달 연속 적자를 보인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였던 2008년 6월~9월 이후 약 14년 만이다.
정여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영향으로 소비 둔화가 가시화되는 시장은 EU지역(+2.4%)이었다”며 “헤드라인은 플러스를 기록했으나 자동차, 화학 제품 수요가 급락하는 등 세부 내용이 부정적이었다”고 언급했다.
■ 올해 상반기, 무역적자 103억달러…석 달 연속 적자
우리나라의 올해 상반기 무역적자가 100억달러를 웃돌며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누적 무역수지는 103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1년 전보다 15.6% 증가한 3503억 달러, 수입은 26.2% 늘어난 3606억 달러로 집계됐다.
상반기 수출은 역대 최대였지만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이 더 큰 폭으로 늘어 무역적자를 보였다. 무역적자 규모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로, 기존 최대 기록은 1997년 91억6000만 달러 적자였다.
품목별로는 조선을 제외한 주요 14대 품목의 수출액이 고루 증가했고 특히 반도체와 철강, 석유제품, 바이오, 2차전지 등은 역대 상반기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제 에너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출액이 수입액을 앞질렀다. 특히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수입액은 총 879억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400억 달러 이상 늘어났다.
특히 상반기 에너지 수입액이 전년 동기 대비 87.5% 증가한 879억 달러를 기록, 무역적자의 핵심 요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국제 이슈 여파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하반기 전망, 한 자릿수 둔화 전망...시장 측면, 고민 발생
6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에서 예상보다 수출이 늘고 수입은 줄어 무역수지 적자는 컨센서스인 431억달러보다 낮은 247억달러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한국 수출은 하반기 중 점진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교역량이 감소해 상품수출 부진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다.
최근 미국과 유로존, 영국 등 주요국 제조업 PMI가 동시다발적으로 약화하고, 국내 제조업 수출기업 심리도 2021년 7월 이후 떨어지는 추세다. 다만 중국의 경우 6월 제조업 PMI가 반등하며 제조업 심리가 개선돼 대중 수출 회복이 한국 수출의 하단을 일부 지지해줄 것으로 보인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국제유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 수입 단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지속될 것이다”며 “수출 모멘텀이 약화되는 가운데 원자재 발 수입 증가가 이어지며 무역수지 적자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세부내역과 향후 전망을 고려하면 그리 녹록한 상황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가 지난 3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한 게 이를 방증한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하반기 수출을 낙관하기 어렵기에 수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무역금융을 40조원 이상 확대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측면에서도 상당한 고민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이 주도하므로 주가도 결국 수출 결과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정부 전망이나 최근 발표된 3분기 수출경기전망조사를 보면 수출이 지금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주식시장의 활력이 더욱 약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총수출의 약 21%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수출 증가율이 매월 하락하는 게 부담이다. 그간 개별품목의 수출 증가율은 수출경기전망조사의 다양한 항목 중 수출계약이랑 유사한 흐름을 보여왔다.
수출계약은 물품 계약 문의가 아니라 실제 효력이 발생하는 부분을 의미하므로 주가 흐름에 좀 더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문제는 반도체 수출계약이 전 분기보다 악화된 것으로 확인된 점이다. 이것은 수출이 반도체 산업의 매출에 비우호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계약을 잘 따낼 것으로 보이는 산업은 주가 측면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수 있다”며 “현재 그러한 전망이 나타나는 산업은 조선과 가전, 화학 등으로 확인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