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K-게임 앞에 놓인 ‘사행성’의 굴레

이화연 기자 입력 : 2022.07.06 17:36 ㅣ 수정 : 2022.07.06 17:36

골든타임 놓칠라…전 세계 휩쓴 P2E, 한국·중국만 규제
P2E, 게임법상 위법…업계 대화로 개선방향 찾아야
확률형 아이템 꾸준히 문제…각 사 개선 움직임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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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화연 기자] 게임산업의 연관 검색어로 ‘사행성’이 다시 등장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2004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바다이야기’ 사태를 떠올릴 지 모르겠지만 이번엔 불법 도박 게임 문제가 아니다. ‘P2E’라는 새로운 기술과 논란에 중심에 선 ‘확률형 아이템’ 때문이다.

 

P2E는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의 줄임말로 ‘게임을 하며 돈을 버는 것’을 뜻한다. P2E는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블록체인 게임'이라고도 불린다. 위메이드, 컴투스, 네오위즈 등 각 게임사는 자체적으로 구축한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P2E 게임을 즐기고 NFT(대체불가능 토큰), 코인 등으로 환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듯 각 게임사가 P2E 게임과 블록체인 기술에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길이 막혀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위메이드의 P2E ‘미르4 글로벌’ 역시 아시아, 북미, 유럽 등 각국에 진출했지만 한국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콘텐츠 개방에 워낙 폐쇄적인 중국이야 그렇다 치지만 콘텐츠 강국 한국이 P2E를 규제하는 것은 다소 역설적이다. 게임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하는 것을 금지한 게임법 32조 1항이 P2E 규제의 근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내 게임업계가 손놓고 있지는 않았다. 업계는 정부에 P2E 전면 허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전 세계가 P2E에 매달리고 있는데 내수 시장을 등한시하다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이용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업계 요구에도 정부는 신(新)기술 지원과 사행성 지양이라는 두 가지 저울을 달고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업계는 새 정부 출범으로 규제 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직까지 들려오는 소식은 없다. 이에 대해 바다이야기의 무거운 그림자가 여전히 드리웠다는 자조섞인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국내 게임회사들도 이용자에 대한 과도한 과금(유료 결제) 유도로 뭇매를 맞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의 뽑기 확률 정보를 ‘깜깜이’ 처리해 사행성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도 이름은 들어봤을 법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가 대표적이다.

 

수십, 수백 만원을 쏟아 부어도 특정 아이템을 뽑지 못하자 좌절감에 빠진 이용자들은 게임사가 확률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는 곧 단체 행동으로 번졌고 국회 입법 논의까지 이끌어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게임사 자율이 아닌 법제화 해야된다는 논의인데 현재 계류돼있다.

 

다만 각 게임회사가 이용자들의 대거 이탈에 심각성을 깨닫고 이에 대한 대책을 고민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9월 출시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W’는 이용자들의 ‘현질’(현금결제 행위)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꼽힌 유료 아이템을 폐지했다. 넥슨은 지난해 말부터 메이플스토리를 비롯한 모든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주변 시선은 여전히 써늘하다.

 

한국 게임산업은 도약과 도태의 기로에 섰다. 게임회사나 정부나 여전히 2004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도약은 꿈도 꿀 수 없다.  이에 따라 P2E 개방을 위한 논의는 물론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법제화 논의도 속도를 내야 한다. 국내 게임산업의 번영뿐만 아니라 수많은 이용자들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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