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40조원대 '렌털시장' 눈부신 성장 뒤에 드리워진 '그림자'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7.10 05:00 ㅣ 수정 : 2022.07.10 05:00

렌털시장, 포화상태인 생활가전시장 도와주는 캐시카우 역할 두드러져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 늘어난 점도 렌털가전 인기에 한몫
방문점검노동자, 고용불안-저임금-안전사각지대에 내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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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사진. 렌털 가전의 종류가 과거 정수기, 비데 등에 국한됐던 것과 달리 공기청정기, 매트리스 등으로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가전업계 대세는 ‘렌털’이다. 최근 1~2인 가구 확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렌털시장 성장세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렌털 가전 종류도 과거 정수기, 비데 등에 국한됐던 것과 달리 공기청정기, 매트리스 등으로 매우 다양해졌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40조원대까지 성장해 이젠 50조원대를 넘볼 만큼 몸집이 커진 렌털시장에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까지 속속들이 뛰어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쿠팡과 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생활가전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 가운데 렌털시장이 캐시카우(Cash cow:주요 수익원) 역할을 하고 있다. 

 

렌털시장이 이처럼 눈부신 활약을 거듭하고 있지만 성장 그림자에 가려진 어두운 이면도 없지 않다.  최근 렌털가전을 관리하는 방문점검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현실을 토로하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렌털시장 성장 기반이자 주요 동력인 이들은 고용불안, 저임금, 안전사각지대로 내몰렸다고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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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매직 방문관리 서비스와 삼성전자 가전이 결합된 ‘스페셜 렌탈 서비스(Special Rental Services)’가 월 평균 200대 이상 판매량을 달성했다. [사진 = SK매직]

 

■ 렌털시장의 '멈출 줄 모르는 초고속 성장'

 

최근 소비 트렌드는 ‘소유’에서 ‘공유’로 탈바꿈하고 있다.

 

소비의 새로운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20∼40대 연령층)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필요 이상으로 소유하지 말고 여럿이 나눠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이른바 ‘공유 경제(Sharing economy)’를 추구하면서 렌털시장이 덩달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국내 렌털 시장 규모는 2015년 24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그 이후 △ 2017년 28조7000억원 △2018년 31조9000억원 △2019년 35조7000억원 등으로 점차 커지고 있다. 이후 국내 렌털 시장은  2020년에는 40조1000억원으로 추산되며 40조원을 돌파했다. 

 

최근 2년간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활 가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점도 렌털가전 인기 상승에 한몫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이 공개한 지난해 상반기 렌털 상품 판매량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렌털 상품 판매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동기 대비 약 6배(492%)로 증가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8% 늘어난 실적이다. 제품 품목에 따라 △냉장고 4479% △세탁기 2845% △에어컨은 1152% △식기세척기 1963% 늘었다.

 

렌털시장의 성장은 대기업의 시장 유입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협업’, LG전자는 ‘독자 서비스’ 전략으로 렌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SK매직, 교원웰스, 청호나이스, 현대렌털케어 등과 손 잡고 에어드레서, 건조기,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 렌털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LG전자는 가전 관리 전문 서비스 ‘케어솔루션’을 통해 렌털 사업을 전문화했다. 

 

LG전자는 렌털사업 매출액이 해마다 1000억원 가량 꾸준히 증가해 △2018년 2000억원 △2019년 4000억원 △2020년 5000억원 △2021년 6000억원을 돌파해 지난해 말 렌털시장 1위 코웨이에 이어 가장 많은 렌털계정(제품관리 건) 수를 확보했다. 올해는 7000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향후 렌털시장은 사후 관리 서비스와 같은 서비스 지향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높은 진입장벽을 갖춰 기존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생활용품 등을 기반으로 다양화되는 방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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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열린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가전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쟁취투쟁 선포대회’ [사진 =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 성장 이면에 가려진 방문점검 노동자들의 애환

 

렌털가전 인기가 커질수록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렌털가전 방문점검노동자(이하 방문점검노동자)’다. 

 

렌털시장이 커지는 만큼 방문점검노동자 노동자 수도 증가하고 역할의 중요성도 커진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9년 산재보험 적용 확대방안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가전통신서비스 대여제품 방문점검노동자는 약 3만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후 시장 성장 규모를 고려하면 방문판매서비스 노동 인력도 증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관리 인력이 없으면 렌털 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역할의 중요도에 비해 노동자로서 제대로 된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렌털산업은 황금기를 맞았지만 정작 방문점검 노동자들은 고용불안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고 말한다.

 

방문점검노동자는 기업과의 위임계약서를 기반으로 일하는 특수고용형태노동자(이하 특고용노동자)다. 특고용노동자는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계약해지를 통보받더라도 관련법상 근로자가 아닌 이들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고용은 물론이고 안전한 근무환경과 건강권조차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금속노조 서울지부 LG케어솔루션지회가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실시한 LG케어솔루션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평가에 따르면 1주일 기준 6일 이상 근무하는 사람이 58.5%로 절반을 넘었다. 

 

이들은 또 근무 중 끼니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근무 중 평균 식사 횟수는 한 끼도 먹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16.8%, 1회가 54.7%로 절반 이상이 굶거나 한끼만 먹고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노동현실에 부당함을 느낀 방문점검노동자들은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

 

LG케어솔루션 노동자들은 지난 1월부터 LG전자 케어솔루션 전문회사 ‘하이케어솔루션’과 교섭을 진행하며 △고정급 100만원 지급 △평일 야간·주말근무수당 인정시간 확대 및 인상 △헛걸음 보상제 등을 촉구했다. 그러나 6개월이 흐른 현재까지도 노사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노조는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앞에서 결의대회를 가지며 모회사 LG전자가 나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촉구했다. 

 

코웨이 방문점검노동자들도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회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전국가정통신서비스노동조합(이하 전국가전통신노조) 코웨이 코디·코닥지부는 △점검 수수료 인상 △업무상 비용 지급(통신비·차량유지비·식비 등) △고용안정 보장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100여일째 코웨이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전국가전통신노조 SK매직MC지부는 최근 관리직원 갑질에 의한 극도의 생활고와 스트레스로 방문점검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폭로했다. 사측은 관리직원 갑질 의혹과 이번 사망은 무관하다고 보고 있으나 노조는 사망 2개월 전 업무를 관장하는 직원이 관리계정을 배정해주지 않아 수입이 끊겼고 계정처리 지연을 이유로 퇴사를 종용 받았다고 주장했다.

 

방문점검노동자들은 현재 가전렌털 업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위임계약서는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노동자의 일방적인 손해와 희상을 강요하는 내용이 관행적으로 담겨 있다며 업계의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낸다.

 

이들은 △일방통보 계약해지 금지 △위임계약 연단위 자동갱신 △인사·징계위원회 노조참여 △관리계정 갑질 봉쇄 △정기 건강검진 등을 포함한 표준계약서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가전통신노조 관계자는 “방문점검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핵심은 특수고용직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이라며 “하지만 하루가 절박한 이들이 기약 없이 법 개정만 기다릴수 없어 현행 위임계약부터 교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에서도 현장 노동자 고충을 인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에서도 방문점검노동자분들과 교섭을 통해 계속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노동자와 회사) 양측의 상황을 고려해 조율해야 하다 보니 이견이 발생했고 이 또한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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