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우 기자 입력 : 2022.07.08 08:10 ㅣ 수정 : 2022.07.08 08:10
라임·옵티머스의 '여진'…아직 쓰라린 주홍글씨 강력한 규제와 경쟁자…활성화 방안은 효능 미미 금융산업 다양화 위해 공모펀드 회복 시도 이어져야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공모펀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지난 7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소법(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입법예고 실시'를 발표했다. 요지는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동하지 않은 불초청 권유의 경우, 일반 금융소비자들을 상대로 하는 고위험 상품 권유를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상품은 고난도상품(증권·공모펀드·일임·신탁 등)과 사모펀드, 장내·장외파생상품 등이다.
고위험 상품 판매에 대한 제재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다. 단순히 예·적금을 들려다가 졸지에 원금을 잃을 수 있는 상품에 가입해 손실을 입는 상대적 약자들의 사례는 사회적 통념에 어긋난다.
다만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공모펀드도 시행령에 포함되면서 생기면서 작은 짐을 하나 더 얹게 됐다.
■ 라임·옵티머스의 '여진'…아직 쓰라린 주홍글씨
공모펀드가 힘을 쓰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를 꼽자면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인한 '펀드'라는 단어 자체에 새겨진 주홍글씨가 있을 것이다.
오는 14일 사태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예정돼 있다.
앞서 2심에서 징역 40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김 대표는 약 3200명의 투자자들로부터 1조3526억원 상당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를 판매한 증권사들은 여전히 고객들에게 배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회복되지 않은 피해액이 554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입법예고 뿐만 아니라 금소법의 시행 그 자체에는 사실상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의 여파가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사건이 워낙 큰 탓에 각종 언론에서는 사모펀드라는 단어가 언급될 수밖에 없었다.
사모펀드에 대한 대중의 불신은 펀드라는 단어 자체에 퍼져나갔다. 펀드 시장에서 개인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갈 수록 줄어들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의 '2022년 펀드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개인의 펀드투자금액은 97조원 규모로, 전체 펀드투자액의 13.4%를 차지했다. 이는 2016년말(25.1%)의 절반 수준인 것이다.
■ 강력한 규제와 경쟁자…활성화 방안은 효능 미미
한편으로는 공모펀드의 수익률이 비교적 낮은 점도 지적받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공모펀드의 2017~2019년 연평균 수익률은 7.6%로, 같은 기간 지수를 추종하는 주식형 ETF나 인덱스펀드의 수익률(10.8%)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이에 금융당국이 시장을 살리고자 지난해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공모펀드의 성장이 정체된 이유 중 하나로 운용사의 역량과 책임성 부족을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고자 성과연동형 공모펀드를 출시하고 판매사가 투자자로부터 직접 성과와 연동된 판매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 등을 담았으나, 결국 중요한 낮은 수익률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인 지는 의문이었다.
같은 펀드류 상품인 상장지수펀드(ETF)의 성장세도 점점 공모펀드의 파이를 잡아먹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6년 256개였던 ETF는 지난해 말 기준 533개까지 늘었으며, 해당 기간 일평균 거래대금은 7900억원에서 2조9389억원으로 거의 2.7배가량 늘어났다. 같은 기간 국내 공모펀드의 순자산은 29.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근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평가되는 타깃데이트펀드(TDF)에 ETF를 적용한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줄어든 공모시장에서 TDF가 약진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ETF의 영향력이 미치게 된 것이다.
ETF나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에 비해 규제가 덜 적용되며, 특히 ETF의 경우 환매가 공모펀드보다 며칠은 더 빨라 상품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 금융산업 다양화 위해 공모펀드 회복 시도 이어져야
더 많은 규제가 적용되는 공모펀드를 설정하는 데에는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만큼, 다양한 시도와 공격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것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개인투자자들이 일반적으로 기관에 비해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공모펀드의 매력을 떨어트리는 요소 중 하나다.
아직 제도권에 완전히 편입되지 않았고, 엄청난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가상자산 시장에 엄청난 자금이 모이는 것을 봐도 그렇다.
이처럼 강력한 규제와 경쟁자의 등장, 거기에 더해 사모펀드 사태에 따른 불똥까지 튀면서 국내 공모펀드 시장은 점점 위축돼가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모펀드의 경우 투자자보호를 위해 리스크관리 등을 철저하게 하고 있지만,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개인들이 펀드를 상당히 위험하게 바라보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며 "과거에는 직접투자에 실패한 뒤 전문가가 운용하는 간접투자상품에 투자하는 싸이클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공모펀드가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는 주류 투자 수단인 만큼,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선택지와 금융투자산업의 다양화를 위해서 공모펀드 시장을 회복시키려는 시도는 지속돼야 할 것이다.
금융투자협회가 발간한 '2020년 미국 펀드시장 동향'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미국 전체 펀드시장의 순자산 규모는 29조7000억달러다. 그중 공모펀드의 한 종류인 '뮤추얼펀드'는 23조9000억달러로, 미국 펀드시장 중 80%를 넘는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