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물가···한은 사상 첫 기준금리 ‘빅스텝’ 가능성 높아진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다가오면서 기준금리 인상폭에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선 물가와의 전쟁에 나선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큰 폭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은행권 대출금리 상승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오는 1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1.75%다.
이 회의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됐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억제를 위해서라도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한은은 이 같은 물가 상승세가 아직 ‘고점’을 지나지 않았다고 본다. 7월과 8월에는 상승률이 7%에 도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고유가 지속,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 증대, 전기료·도시가스 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본격적인 긴축에 나선 점도 기준금리 인상 압박 요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1.50~1.75%로 인상했는데, 상단이 한국 기준금리와 같아졌다.
미국이 이달 말 기준금리를 또 올리면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금리 인상으로 달러 금융 상품의 수익률이 상승할 경우 경제 주체들이 미국 시장으로 돈을 이동시키며 외화 유출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간의 인상폭이었던 0.25%p로는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은은 설립 이후 한 번도 빅스텝에 나선 적이 없다.
한은이 빅스텝에 나서면 국내 기준금리는 연 2.25%를 기록한다. 인상폭을 0.25%p(베이비스텝)로 잡아도 연 2.0%까지 올라선다. 기준금리가 연 2%대에 진입하는 건 지난 2014년 10월(연 2.0%) 이후 7년 9개월 만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빠른 금리 인상 속도와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급등 연상에 직면해 한은도 7월이나 8월 중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 접어들고,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은행권 대출금리도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선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연 2.75~3.00%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금리는 시장의 기준이 되는 준거금리에 차주 신용도에 따라 매겨지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 산정한다.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채 등 준거금리에 영향을 끼쳐 전체 대출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이 차주의 이자 부담 절감 차원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인하 등에 나서고 있지만, 기준금리가 오르면 다시 대출금리를 다시 밀어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은행들이 빅스텝을 반영하면 대출금리 상승폭도 종전보다 더 확대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도 그만큼 늘게 돼 대출금리 상승세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며 “당장 상승폭은 알 수 없지만 (기준금리를) 올리는 수치만큼 은행도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가산금리나 우대금리 조정을 통해 금리 부담을 낮추는 방향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