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당국 과감한 빅스텝에도 한미 금리역전 ‘초읽기’

최병춘 기자 입력 : 2022.07.14 08:27 ㅣ 수정 : 2022.07.14 11:39

한은 금통위, 0.5%p 빅스텝. 인플레 잡기 위해 추가 인상 시사
이달 말 미 연준 자이언트스텝 예고. 이달 중 금리역전 현실화
금리역전 시 자본 유출, 투자 위축, 환율 하락 등 부작용 우려
과거 자금 유입 사례 주목....한은 “기계적 유출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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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이창용 총재[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통화당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달 중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폭을 더 높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 금리 수준이 한국을 넘어서는 금리역전 상황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다만 통화당국은 한국 경제 체력이나 상황 등을 감안해 금리역전이 일어나더라도 우려했던 해외로의 자본 유출 등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물가 잡아라’ 한은, 빅스텝 단행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0.50%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한국 기준금리는 2.25%가 됐다. 

 

이번 과감한 빅스텝은 물가인상을 저지하기 위한 통화당국의 특단의 조치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안정을 위한 선제 대응 필요성이 커진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올 연말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3.00%까지 오를 것이라는 시장 전망에 동의하며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고물가 상황이 더 고착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우선적이기 때문에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면서 “우리 경제 성장 경로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면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과 같은 빅스텝은 아닐지라도 앞으로 추가 금리인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문제는 미국 기준금리와의 관계다. 우리 기준금리가 미국과 격차가 크게 나지 않거나 아래에 있으면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시장에서도 양국 간 금리격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 통화당국이 이번에 과감한 금리 인상 조치를 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폭을 따라가지 못해 금리역전은 막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 韓‧美 좁혀지는 금리 격차…이달 말 역전 가능성↑

 

금통위는 지난 1월 기준금리를 1.25%로 올린 이후 지난 4월과 5월, 0.25%씩 꾸준히 금리를 올려왔다.

 

미국은 한국보다 늦게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공격적인 인상에 나서면서 양국 간 금리 격차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한은 금통위는 올해 상반기 수차례 금리인상으로 미국과 0.75∼1.00%p 수준으로 금리 격차를 유지해왔다. 그러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약 28년 만에 0.75%p 올리면서 격차는 다시 0.50∼0.75%p로 좁혀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말(26~27일) 자이언트스텝(0.75%p)을 넘어 1%p까지 올리는 이른바 ‘울트라 스텝’을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 전망은 0.75%p 인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 연준이 예상대로 자이언트스텝 수준의 금리 인상만 단행하더라도 미국 기준금리는 2.25~2.5%가 돼 한국 기준금리를 넘어서게 된다.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다면 이는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우려되는 것은 원화 가치 하락과 국내 외국 자본의 유출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한국에 돈을 묶어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안전자산인 미 달러화로 자금이 몰리면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외국인 자금이 한국의 주식·채권 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 이에 주가가 떨어지고 채권금리가 오르면서 투자 시장이 위축, 물가상승과 맞물려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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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외국인 자금 유출? 이창용 “역전 크게 문제 안돼”

 

실제로 지난 3월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0.25%p)에 나선데 이어 지난달 자이언트스텝까지 단행하자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지고 채권 투자도 줄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증권 투자 자금은 3월과 4월 각 33억9000만달러, 37억800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한 뒤 5월 들어 3개월 만에 7억7000만달러 순유입으로 돌아섰다가 지난달 다시 7억8000만달러 순유출됐다. 채권 투자 자금 유입도 1월 31억6000만달러, 2월 34억9000만달러를 기록한 뒤 3월 5억4000만달러, 4월 4억7000만달러, 5월 20억6000만달러, 6월 22억3000만달러로 다소 축소되는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금리역전으로 인한 우리 금융시장의 타격이 우려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과거 금리역전이 일었났을 때 예상보다 자본 유출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앞서 금리가 역전됐던 지난 1999년 6월~2011년 3월까지 월평균 7억7000만달러, 2005년 8월~2007년 9월 사이 월평균 11억7000만달러, 2018년 3월~2020년 2월 사이 월평균 16억8000만달러 등 3차례 모두 외국인 투자금이 순유입됐다.

 

이에 통화당국도 이달 한미 금리가 역전되도 기계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 투자 전략 등 일률적이지 않은 데다 향후 환율 전망과 한국 경제 전체의 기초체력 등 환경을 종합적으로 따져 투자에 나설 것이란 분석에서다. 

 

이 총재도 한미 금리 역전 우려에 대해 “역전 자체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거에도 금리가 역전된 경우가 세 차례 있었고, 단순히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냐보다, 자본·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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