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우 기자 입력 : 2022.07.14 07:17 ㅣ 수정 : 2022.07.14 07:17
금감원, 지난 11일 소속 직원 총 9명 징계 내역 게시 지난해 3월 기준 최근 3년간 위반 직원 수 '121명' 관계자 "내부적으로 징계 절차 지속 진행하고 있다"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금융상품 투자 규정을 위반해 징계를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2022년도 제9차 제재안건 의결서'를 통해 금감원 소속 직원 총 9명에 대한 제재 결과를 발표했다. 9차 정례 회의는 지난 5월 11일 열렸다.
해당 직원들은 모두 개인 주식 투자 거래 시 금감원 임직원이 준수해야 하는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금감원 소속 임직원은 불공정행위 및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투자 허용 범위를 엄격히 제한받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 임직원이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할 경우 본인 명의로 된 하나의 증권사 및 계좌만 이용해야 하고, 계좌개설 사실과 분기별 매매명세를 회사에 통지해야 한다.
징계를 받은 금감원 직원 A씨는 한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하고 이용하던 중, 다른 증권사 두 곳에 계좌를 추가 개설한 뒤 총 3개의 계좌를 혼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다른 직원인 B씨도 기존 보유하던 증권사 계좌 외에 다른 증권사에 계좌를 추가 개설해 총 두 개의 증권계좌에서 거래한 사실이 드러났다.
직원 C, D씨는 각각 본인 명의 계좌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하고 금감원에 계좌 개설 사실을 신고했으나, 분기별 매매명세를 통지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그밖에 다른 직원들도 복수 계좌 개설 사실을 알리지 않았거나, 본인 명의 계좌 개설 사실을 보고한 뒤 유상증자 참여 등 매매명세 통지를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위는 금감원 직원 A씨에게 과태료 250만원을 부과했고, B씨 등 4명에 대해서는 각각 과태료 50만원을, 이외 1명에게는 2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단, 나머지 3명의 경우 신고 누락 거래가 100만원 미만의 소액 1건인 데다가, 사소한 부주의에 따른 위반행위로 판단되는 만큼 각각 과태료 부과를 면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징계 절차를 진행 중이며, 일부 경미한 위반에 대해서는 관련 사례를 줄이기 위해 시스템적인 개선 등 오류를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며 "매분기마다 외부 유관기관에도 관련된 자료를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임직원의 규정 위반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과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가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직무감찰과 징계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총 32건의 관련 징계처분이 있었다.
또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최근 3년간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주식투자로 인해 징계와 경고·주의 조치를 받은 금감원 직원은 총 12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규정 위반 사례가 완전히 근절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중의 자산 증식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관련업계 임직원들도 마찬가지로 투자에 대한 욕구를 완전히 제어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증시 호황기처럼 수익률을 내는 것이 어렵지 않거나, 올해 같은 불황기에서 내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경우 유인이 더 강해진다.
실제로 지난해 증권가의 애널리스트들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기도 했는데,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젊은 애널리스트들의 경우 증권사 직원들이 주식투자를 제한받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퇴사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호황기에 주변 지인들이 수익을 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막상 본인은 투자를 못하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규제 위반을 줄이기 위해서는, 유관기관으로부터 수시로 소속 직원들의 매매 내역을 제공받을 수 있는 자체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만일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시행되지 않더라도, 구축됐다는 사실만으로 규제 회피 욕구를 억제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익명의 한 학계전문가는 "차명계좌로 숨겨진 사례들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이지만 무조건 계좌 정보를 내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결국 내부 교육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더 나아가 외부 유관기관들과 협업해 실제 주주 명부 내역을 매분기마다 자동적으로 제공받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자체적인 통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의 개인 정보 사용 동의를 받아서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현재 시행하는 자금 세탁 방지 시스템처럼 유사 제도를 구축해 주식 거래 이력에 대한 통보를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시스템을 구축한 뒤 관련 자료가 생성되는 과정에서 국회 등 외부 기관의 자료 요청을 받게 되는 것은 조금 껄끄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