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용 한국양자협회 이사장 "양자 시장 800조원 대...국내 기술은 걸음마 단계"
[뉴스투데이=대담 김민구 부국장 / 정리 이화연 기자] 양자(量子, Quantum)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최소량의 에너지 단위를 일컫는다. 이에 따라 물리학에서는 양자를 독립체 최소단위 개념으로 사용한다.
다소 생소한 용어 같지만 양자기술은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있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초고속, 초신뢰, 초정밀 특성을 지닌 양자기술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판도를 바꾸는 사물이나 사람)'로 주목하고 있다. 특히 양자컴퓨팅을 제약, 화학, 자동차, 금융, 통신, 국방 등 여러 분야에 적용하면 우리 삶이 한층 더 윤택해질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도 제시되고 있다.
허창용 한국양자협회 이사장은 머지않아 돌입할 ‘양자 시대’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지난달 협회를 설립했다.
뉴스투데이와 만난 허 이사장은 "양자컴퓨터로 창출되는 산업 규모가 800조원에 달하지만 국내 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꼬집었다. 그는 양자기술이 완전히 새로운 기술 영역인 만큼 융·복합적인 지식을 가진 인재를 대거 양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Q. 양자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양자기술이 산업에 적용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얘기해달라.
양자는 빛이 전하는 에너지의 최소 단위다. 이에 따라 양자는 흔히 광자(光子, photon)라고도 한다. 양자역학(원자단위 아래 입자를 다루는 현대물리학)은 현 인류가 과학기술에서 추구하는 마지막 기술이라고 여겨도 과언이 아니다. 일상 관점에서 바라본 양자역학은 △양자 컴퓨터 △양자 통신 △양자 센싱 등 3가지 분야가 있다.
MIT는 양자 컴퓨팅 시장 규모가 수년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은행 공인인증서 대체수단 등 제약·화학·금융 분야만 놓고 볼때 800조원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양자기술이 더 넓은 영역으로 확산되면 그 가치는 상상하기 힘든 천문학적인 규모로 커져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양자기술을 통해 미래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다. 그러나 향후 20~30년 이내 양자기술이 더 일반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전세계적인 양자기술 성장 흐름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어디에 머물러 있나.
양자컴퓨터가 앞으로 다가오는 가중치를 100으로 놓고 보면 한국은 50 정도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양자컴퓨터에 대한 기본적인 플랫폼이 없고 이를 개발할만한 인재도 없다. 현재 미국 컴퓨터업체 IBM이나 김정상 미국 듀크대학 교수가 설립한 양자컴퓨터 기업 '아이온큐(IonQ)' 등에 기반해 양자컴퓨터를 활용하고 있다.
양자기술은 국방, 자율주행차 등 여러 산업에 적용할 수 있지만 기술 성숙도는 현재 걸음마 수준이다. 양자역학에 기반한 기술 성숙도를 높이려면 우리나라가 취약한 기초학문 분야에서 세심하게 인재를 육성하고 교육해야 한다.
Q. 한국양자협회 주된 어젠다와 목표, 지향점을 얘기해달라.
한 그루의 나무가 있다고 가정하자. 나무를 과학으로 비유하면 뿌리는 기초과학, 줄기나 가지는 응용과학이다. 그 다음에 열매가 산업기술로 탄생한다. 국내 양자기술 수준을 말하면 기초인 뿌리가 튼튼하지 못하니 줄기나 가지도 없고 열매도 없는 셈이다. 그 뿌리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한국양자협회를 설립됐다.
우리는 성균관대학교 양자정보연구지원센터와 함께 ‘국가차원의 양자연구 집중지원 추진체계 분석’이라는 학술 용역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미국, 영국, EU(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 10여개국 양자산업 법제, 지원 제도를 분석해봤다.
그 결과 이들 해외 국가는 ‘플래그십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앞으로 커 나가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가능성을 부여하려는 것들을 엿볼 수 있었다. 이는 현재 세대에서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한 기술 성숙도를 높일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한 조치이기도 하다.
Q. 양자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는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나.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술 개발을 통해 경제와 기술이 성장해왔다. 양자는 물리·수학 등 과학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결국 우리가 보유한 인적 자원을 그 분야에 포지셔닝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2300 여개 교육기관이 있고 학생수가 613만명에 이른다. 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 이들이 양자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양자를 이해하기 위해 일정한 수학적 개념과 기초 과학이 탄탄해야 하고 물리적·철학적인 개념도 있어야 한다. 반도체는 분야가 명확해 대학교에 특정 분야 학과를 설립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양자는 그렇지 않다. 이에 따라 양자 인재 양성을 위한 새로운 툴과 플랫폼을 고민해야 한다.
최근 허준이 교수가 수학계 노벨상 '필즈상'을 수상했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없다. 협회는 앞으로 10년 안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한 분야에 치우치기 보다 포괄적인 분야에서 교육 훈련을 해야 한다.
그리고 컴퓨터 언어는 모두 영어 기반이다. 양자라는 새로운 분야에서는 우리나라 사상을 기초로 한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등 도전을 이어갈 때 다음 세대에 대한민국이 양자 강국으로 우뚝 서지 않을까.
Q. 협회가 발전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 방향이 있나.
어느 한 정부 부처 소관으로 양자기술을 육성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 직속으로 정해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와 견줄만한 양자과학원을 신설해야 한다. 이미 미국 등 전 세계는 이러한 방식으로 양자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각 시·도 과학관도 바뀌어야 한다. 아이들이 과거로부터 현재를 배우고 있는데 이래선 안된다. 미래를 바라보고 상상하며 과학자, 물리학자, 수학자로서 꿈을 키워야 한다.
한때 우리나라 어린이 꿈 1순위가 과학자였던 때가 있다. 다시 그런 시대로 발돋움하고 어린이들을 위한 지원 체계가 성숙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