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배터리 빅3'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7조원 대 실리콘 음극재 시장 공략
주행거리 25% 향상하고 충전시간 절반 단축하는 성능 갖춰
LG엔솔, 대주전자재료와 한국서 가장 먼저 음극재 상용화
삼성SDI, 유럽서 새로운 완성차 고객사 확보해 매출 향상 기대
SK온, 내년 출시 포드 F-150에 실리콘 음극재 기반 배터리 공급 예정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전기자동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전기차 배터리 용량과 충전속도 등 제품 성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빅3'는 차세대 먹거리로 등장한 실리콘 음극재 기술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실리콘 음극재는 현재 상용화된 리튬배터리 대부분에 적용된 흑연 음극재보다 에너지밀도를 g당 약 4배 높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전기차 주행거리를 20~25% 늘릴 수 있고 충전시간도 절반으로 단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배터리 3개 업체는 '차세대 먹거리'로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시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배터리·반도체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억달러(약 4000억원) 이던 세계 실리콘 음극재 시장은 해마다 39% 성장해 오는 2030년 54억달러(7조30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협력업체로부터 실리콘 음극재를 조달받고 이를 배터리에 적용해 보다 향상된 배터리를 생산하고 상용화하는 데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 역시 실리콘 음극재를 기반으로 한 배터리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SK그룹 계열사 SK머티리얼즈가 실리콘 음극재 공장 조성에 직접 나서고 있어 SK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 LG에너지솔루션, 국내 최초로 실리콘 음극재 활용 배터리 제작... 2023년 실리콘 10% 함유 음극재 개발
국내 최고 배터리 기업이자 글로벌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실리콘 음극재를 활용해 배터리를 생산한 후 전기차에 적용한 경험이 있어 다른 업체보다 탄탄한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19년 실리콘 5% 음극재를 적용해 만든 배터리를 독일 명품 자동차 업체 포르쉐의 전기차 ‘타이칸’에 공급했다.
이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대표 소재 기업 대주전자재료와 실리콘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실리콘음극재의 고질적 문제인 배터리 팽창을 해결하기 위해 탄소나노튜브(CNT)로 도전재(리튬산화물의 전도성을 높이는 재료)를 제작하고 새로운 바인더(도전재 고정 부품)를 만드는 등 품질 최적화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리콘 10% 수준이 함유된 음극재가 개발돼야 상업성이 있다”며 "이를 잘 알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이 대주전자재료와 실리콘 10% 음극재 개발에 사력을 다하고 있으며 내년에 관련 제품을 양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주전자재료는 실리콘 음극재 시장의 성장 전망을 감안해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대주전자재료는 실리콘 음극재를 지난 2019년 연산 약 240t에서 2021년 1000t으로 늘렸으며 올해는 3000t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 삼성SDI, BMW 및 유럽 완성차 업체에 실리콘 음극재 기술 적용된 배터리 공급
삼성SDI 역시 실리콘 음극재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삼성SDI는 유럽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공급량을 늘려 매출 확대를 추진 중이다.
삼성SDI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실리콘 음극재 기술 SCN을 기반으로 7% 수준의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SCN 기술은 실리콘을 머리카락 두께 수천분의 1 크기로 '나노화'한 뒤 이를 흑연과 혼합해 하나의 물질처럼 만드는 것을 뜻한다.
삼성SDI는 이 기술을 토대로 지난해부터 ‘젠(Gen)5’ 배터리를 양산해 BMW 신규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4분기부터 BMW외에 다른 완성차 기업에 젠5 배터리를 공급해 실리콘 음극재 기술력은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젠5 배터리를 공급받는 유럽 전기차 모델이 늘고 있으며 오는 4분기에는 새로운 유럽 고객사에게 젠5배터리가 공급될 예정”이라며 “삼성SDI의 배터리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삼성SDI 관계자는 새로운 유럽 고객사에 대한 정보 요청에 함구하고 있다.
■ SK온, 실리콘 음극재 개발과 함께 그룹계열사 역량으로 양산 설비 구축
전기차 배터리 후발주자 SK온 역시 실리콘 음극재를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SK온은 지난 4월 실리콘을 첨가한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온은 10% 수준의 실리콘 음극재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다음해 본격 양산 될 예정인 미국 포드 전기차 ‘F-150 라이트닝’에 7% 수준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할 방침이다.
업계는 후발주자인 SK온이 이미 앞서 나가는 두 기업을 상대로 어디까지 실리콘 음극재 기술력을 끌어올릴 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SK그룹은 특히 음극재를 직접 양산해 소재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SK그룹 계열사 SK머티리얼즈는 미국 배터리 기업 '그룹14테크놀로지스'와 합작사 ‘SK머티리얼즈 그룹14’를 설립했다. SK머티리얼즈 그룹14는 지난 3월부터 경북 상주시 청린사업단지에 실리콘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2023년 실리콘 음극재를 연간 2000t 양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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