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뛰어든 토스···'부글부글' 금융권은 또 역차별 제기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스가 알뜰폰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알뜰폰 요금제 비교부터 개통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겠단 구상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역차별’이란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핀테크(금융+IT) 업체들은 규제 사각지대에서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지만, 거미줄 규제에 묶인 기성 금융사들은 경쟁력 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전일 알뜰폰 사업자(MVNO) ‘머천드코리아’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토스는 머천드코리아 인수로 알뜰폰 가입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요금제 탐색부터 개통까지 알뜰폰 가입 전(全) 과정이 토스 앱에서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선 토스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인증서 사용 고객 확대’와 ‘비(非)금융 데이터 확보’ 등 크게 두 가지 노림수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먼저 알뜰폰 가입 때 필요한 ‘인증’ 과정에서 토스인증서가 적극 활용될 수 있다. 고객 확대는 물론 민간 인증서 시장 영향력 확대까지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토스는 본인확인기관과 전자서명인증 사업자 지위를 모두 보유한 사업자다.
토스는 당장 알뜰폰 사업을 통해 큰 수익을 기대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가입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비(非)금융 데이터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비금융 데이터가 금융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좋은 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알뜰폰 사업에서 얻은 통신 데이터는 토스나 토스뱅크의 자체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에 활용할 수 있다. 신용점수에만 기반한 일률적 신용평가 대신, 사용 요금제·통신비 납부 등의 데이터를 적용하면 상환 평가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토스의 알뜰폰 시장 진출 방식을 두고 역차별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사업자 인수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토스와 달리, 기성 금융사들의 비금융 시장 진출에는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금융과 산업을 분리한다는 목적으로 금융권에 금산분리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현행 은행법의 경우 은행이 비금융 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지분을 15% 이내로 정하고 있다. 부수 업무 인정 범위 역시 제한적이다.
일례로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리브엠(Liiv M)’이나 신한은행의 배달앱 서비스 ‘땡겨요’는 금융위원회의 ‘혁신 금융 서비스’ 지정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기간에 제한이 있고 만료 땐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기성 금융사들 사이에서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점화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핀테크 업체들은 규제 범위 밖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워가고 있지만, 은행들은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핀테크에 과도한 특혜를 주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토스의 알뜰폰 시장 진출은 그간 금융권에서 나온 기울어진 운동장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사례”라며 “금융사와 핀테크가 공정 경쟁할 수 있는 제도가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토스 같은 핀테크는 태생이 IT 기반이다 보니 출발점이 다르고, 영향력도 빠르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독 은행들에게 타이트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핀테크 규제 강화가 아닌 금융권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흐름에 핀테크와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적어도 규제만큼은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금융권에선 새 정부의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산분리가 금융 경쟁력 강화를 가로막는 ‘낡은 규제’로 보고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은행들의 비금융 자회사 소유나 부수업무 범위 확대 등이 거론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 산업에서도 방탄소년단(BTS)과 같이 글로벌 금융 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을 조성하겠다”며 “불가침의 성역없이 기존 규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