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잔치’ 금융지주, 건전성 압박에도 배당은 계획대로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이자 수익 확대로 올해 상반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금융그룹들이 적극적으로 배당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의 거듭되는 자본 확충 요구에도 금융지주들은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을 통해 예정대로 배당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JB금융지주는 전날 보통주 한 주당 현금 120원씩 분기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지급되는 배당금 총액은 약 233억원, 시가 배당률은 1.6%다. 이는 JB금융이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분기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바꾼 뒤 진행한 사상 첫 분기배당이다. 지방금융 중에서도 분기배당을 실시한 것은 JB금융이 유일하다.
이는 JB금융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 기조에 따른 것이다. JB금융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익이 전년동기대비 15.0% 증가한 32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마찬가지로 실적 경신에 성공한 4대 금융지주도 중간 배당에 나섰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올 상반기 순이익 합계는 8조9662억원을 기록했다. KB금융 2조7566억원, 신한금융2조7208억원, 우리금융 1조7614억원, 하나금융 1조7274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뒀다. 외화환산손실 등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하나금융을 제외한 KB·신한·우리금융이 이자수익 확대에 힘입어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KB금융은 지난 21일 실적발표에 앞서 이사회를 열고 2분기 배당금을 주당 500원을 결정했다. 이어 올해 두 번째로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부터 분기 배당을 정례화한 신한금융도 올해 2분기 분기 배당을 시행한다. 2분기 배당액은 오는 8월 이사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우리금융도 2분기 배당금을 1주당 150원으로 결정했다.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하나금융지주도 전년동기대비 100원 증가한 주당 800원의 중간배당을 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이들 4대 금융지주는 금융주 저평가 등을 이유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강조했다. 이에 올해 3월 이뤄진 정기주주총회를 기점으로 배당 규모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려놓겠다며 중장기 배당성향 목표를 30%대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물가상승과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오는 9월 종료되는 코로나19 금융지원 등으로 금융 부실 우려가 확대되면서 배당성향 확대 등 주주 친환 정책 강화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금융당국의 충당금 확대 등 건전성 확보 요구가 커지면서 이 같은 우려를 키웠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금융지주 회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금융지주가 1차 방어선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충분한 충당금과 자본 확충 등을 준비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충당금 적립 규모가 커지면 이익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금융지주들로서도 유보 자금을 늘리라는 당국의 요구를 무시하긴 힘들다.
그럼에도 주요 금융지주들은 계획한 대로 배당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서영호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은 지난 21일 실적발표 직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주주들이 원하는 건 배당금의 급속한 증가보다는 꾸준한 증가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현금 배당과 주식 매입을 포함해 배당성향이 30%에 도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태경 신한지주 부사장(CFO)은 지난 22일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자체적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쳐 충당금을 넉넉히 쌓았다”며 “중장기적으로 총주주 환원율 30%를 달성하겠다는 뜻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또한 2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현상 등에 따른 복합경제 위기 가능성에 대비 적극적 리스크 관리로 안정적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중간배당(주당 150원)을 포함해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주주 환원 활동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나금융 또한 내년 3월 주총 때 분기배당이 가능하게 정관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하는 등 주주환원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