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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와 산업·경영의 미래 (18)

가상증강현실기술로 따뜻한 사회 만들기(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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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2.07.28 00:30 ㅣ 수정 : 2022.07.28 00:48

[기사요약]
가상증강현실기술 접목한 ‘버추얼 리빙랩’이 사회문제 해결사로 부상
혁신 아이디어의 빠른 시각화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향상이 특장점
해외는 난민 수용시설 건설, 지역개발 의견조정 등 다양한 사회갈등 해소 도구로 활용
국내는 도입 초기, 작은 성공사례부터 하나하나 축적할 필요

인공지능과 ICT(정보통신기술)의 발달,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의 확산 등에 따라 최근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의 역사는 어제, 오늘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산업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해 경영 프로세스와 비즈니스 방식을 혁신해왔다. 앞으로 메타버스에 의해 산업과 경영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까? 메타버스 관련 국내외 최신 동향과 기업들의 다양한 활용사례를 통해 산업과 경영의 미래를 그려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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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미디어랩에서 도시계획 도구로 사용 중인 증강현실(AR) [출처=bloomberg]

 

[뉴스투데이=노재범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새로운 ICT(정보통신기술)에 최적화한 주거 환경 연구를 위해 시작된 ‘리빙랩(Living Lab)’이 최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 방법론으로 떠오르고 있다.

 

리빙랩이란 2004년 MIT 미디어랩이 기술과 사회 혁신을 위해 개발한 현장 중심적 문제해결 방법론이다. 리빙랩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최종사용자들이 직접 연구에 참여해 혁신 아이디어를 내고 의사결정도 함께 한다는 점이다.

 

EU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리빙랩 추진을 통해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해왔다.

 

국내에서도 ‘우리마을 실험실’, ‘살아있는 연구실’, ‘일상생활 실험실’ 등의 이름으로 수년전에 도입되었고, 지역 주차문제, 학교폭력문제, 관광지 쓰레기투척문제 등 지역공동체가 안고 있는 각종 사회갈등문제 해결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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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bloombergcities.jhu]

 

최근 이러한 리빙랩에 가상증강현실(VR/AR)기술을 접목해 지역공동체의 문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 해결의 대안들을 바로바로 시각화해 이해당사자 간 커뮤니케이션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해외의 ‘버추얼 리빙랩’ 성공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자.

 


• 독일 함부르크시, 유럽 난민 수용시설 개발

 

2016년 독일 최대 항구도시이자 교통요지인 함부르크시는 매일 수백명씩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적정지역에 난민 수용시설을 건설해야 했지만, 시가 후보지역을 발표할 때마다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함부르크시는 MIT 미디어랩과 함께 ‘버추얼 리빙랩’ 프로젝트를 추진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시민 스스로 난민들의 주거지를 찾는 일명 ‘장소 찾기(Finding Places)’ 프로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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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ing Places'는 함부르크 시가 MIT(오픈소스 프로그램인 CityScope)와 협력하여 운영하는 공동 프로젝트이다. [출처=gamesforcities]

 

함부르크시는 세 가지 원칙만 제시했다. 첫째, 시의 모든 지역이 난민 수용에 대한 책임을 공평하게 갖는다, 둘째, 이미 난민이 몰려있는 지역은 피한다, 셋째, 모든 결정은 공동체가 주도한다.

 

이를 위해, MIT 미디어랩은 난민 수용시설 건설에 따른 시 전체의 영향도를 시각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특수 제작된 레고 블록, 지리 시뮬레이션 알고리즘 및 증강현실기술 등으로 구성되었는데, 지역사회 리더와 시민들이 수용시설 후보지를 선택하면 그 지역의 변화 모습과 시 전체의 영향을 데이터와 증강현실로 바로바로 보여주었다. 

 

이 버추얼 리빙랩의 운영을 통해, 시민들은 160개의 난민 수용시설 후보지역을 제시했고, 함부르크시는 신속하게 검토해 44개의 지역에 수용시설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로써, 보통 수년이 걸리던 난민 수용시설 의사결정 기간을 단 몇 개월로 단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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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시 지역 지도자와 주민들로 구성된 그룹이 모여 난민 커뮤니티를 위한 가능한 장소를 탐색하고 있다. [출처=medium]

 


• 미 뉴욕시와 호주 모어랜드시, 지역개발 위한 시민 의견조정

 

리빙랩에 가상증강현실기술을 접목하면 지역개발을 위한 시민들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수렴하고 조정할 수 있다.

 

美 뉴욕시 외곽의 뉴로첼(New Rochelle) 지역이 추진했던 다운타운 재개발 프로젝트가 좋은 예다. 뉴로첼시는 VR을 활용해 주민들에게 다운타운 내 새로 건설할 빌딩과 거리의 모습, 그리고 공원에 대한 계획을 3차원 영상으로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시민들은 새롭게 재개발된 도시의 길거리 한가운데서 개최되는 재즈 축제, 크리스마스 점등식 등 다양한 행사를 가상현실로 미리 체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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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첼(New Rochelle) 지역은 가상현실기술을 활용하여 주민들이 도시개발 계획 프로세스에 적극 참여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출처=bloombergcities.jhu]

 

VR을 통해 시의 계획을 눈으로 확인하고 체험한 시민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했고, 시는 그 의견들을 종합해 새로운 빌딩과 도로, 공공시설을 건설했다. 그 결과, 뉴로첼시는 2018년 블룸버그 자선단체가 선정하는 챔피언 시의 영예를 얻게 되었다.

 

또 다른 예로, 호주 남부의 모어랜드(Moreland)시도 지역 재개발 프로젝트에 가상현실기술을 활용했다. 2017년말부터 2019년 6월까지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급증하는 인구와 도시환경 변화에 맞게 모어랜드 지역을 혁신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 시는 멜버른대학과 함께 실감기술을 기반으로 가상 모어랜드(My Virtual Moreland)를 구축해, 뉴로첼시 사례와 같이 지역개발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모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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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oreland]

 


• 국내 도시는 아직 도입 초기, 작은 성공사례부터 축적해야...

 

최근 국내에서도 가상증강현실기술을 도시문제 해결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가 구축한 ‘S-Map’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환경, 안전, 도시계획 등 다양한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 전역을 3D 가상현실로 구축한 디지털 트윈 플랫폼이다.

 

서울시는 전문가와 시민들이 언제든지 이 플랫폼을 자유롭게 활용해 도시문제를 연구하고 개선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버추얼 서울 오픈랩(OpenLab)’을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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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map.seoul]

 

또한, 인천시도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 메타버스 인천이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인천시는 인천국제공항 등 주요 시설을 포함, 시 전역을 3D 가상공간으로 구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서비스를 발굴·기획하고, 실행하는 의사결정에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리빙랩도 운영할 예정이다.

 

가상증강현실기술을 지역공동체 문제 해결에 활용하려는 서울시와 인천시의 계획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계획이 실행으로 이어져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문제의 범위가 불명확하고 목표 또한 모호하기 때문이다.

 

해외 성공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가상증강현실기술을 활용해 지역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비결은 그 기술을 목적에 맞게 활용한 데 있다. 이는 도입 초기의 국내 도시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상증강현실로 지역공동체 문제 해결하기!” 그 첫걸음은 작은 성공사례들의 축적이다. 앞으로 국내 도시들이 혁신할 문제의 범위와 목표를 좀 더 명확히 해 다양한 성공사례를 만들어나가길 기대해본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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