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아파트 공사현장 잇단 파업에 멈췄는데 정부는'뒷짐'
[뉴스투데이=김종효 기자] “언제까지 ‘원만한 합의’ 타령만 하며 지켜보고 있을겁니까. 진짜 무슨 드라마 대사처럼 ‘이러다 다 죽어’가 현실이 될까 두렵습니다. ” (건설업체 관계자 A씨)
건설사들이 업계 및 노조 요구와 잇단 파업에 몸살을 앓고 있다. 파업을 선언한 업계도 건설사 사정은 이해하지만 공사비 증액 없이 공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증액을 요구하는 '줄다리기 협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보여주듯 최근 철근·콘크리트 연합회(철콘 연합회) 서울·경기·인천지부는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이 협상에 비협조적인 시공사 공사 현장을 대상으로 파업을 선언했다.
철콘 연합회 요구 조건은 공사비 증액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건설자재 가격이 폭등했고 인력난까지 겹쳐 공사비 증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철콘 연합회 관계자 B씨는 “자재 가격이 1년 사이 70% 가까이 올랐다”며 “건설사를 상대로 한 파업은 협박용이 아니며 공사비가 증액되지 않으면 더 이상 공사 진행이 힘들다는 의사 표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사는 잇단 파업에 난감해하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 C씨는 최근 상황을 묻자 “한 마디로 미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C씨는 “올해 상반기에만 건설업계 관련 파업 소식만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우리 건설사만 해도 공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원활하게 진행된 현장이 손에 꼽을 정도”라며 “공사비 증액 20%를 요구하는데 건설사 적자도 감안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심경을 토로했다.
실제 올해 들어 철콘업계가 지난 3월 전국, 4월 호남·제주지역, 5월 부산·울산·경남지역 현장을 대상으로 ‘셧다운(공사중단)’을 감행했고 화물연대와 레미콘 운송연합회도 연달아 파업에 돌입해 이와 직접 관련이 있는 건설현장은 공사를 진행할 수 없는 '올스톱' 상태다.
양측이 이처럼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정부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해 건설사와 업계 모두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는 모습이다.
철콘업계 관계자 D씨는 “어차피 지금 공사비를 두고 건설사와 우리(철콘업계)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며 “정부가 협상 테이블을 마련해야 얘기가 오갈 수 있는데,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확실한 스탠스가 없으니 양측 모두 자기 할 말만 하고 불만만 쌓여간다”고 지적했다.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 E씨 역시 “이번 파업이야 파업 대상 현장에 포함된 대형 건설사 일부가 구두로라도 공사비 증액을 약속하면서 사태가 조금 수그러들었지만 매번 파업이 발생할 때마다 공사비 증액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 건설사들은 정말 적자가 무서워 공사 진행을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공사비 증액 한도, 협상 수준을 명확히 정해줄 수 있는 정부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국 250만호 공급을 공약으로 내걸어 수요자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건설현장이 여러 차례 멈춰서면서 공사가 늦춰지면서 공급도 지연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업계 이해당사자 문제이니만큼 자율적으로 협상해 해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앞서 정부 입장을 비판했던 건설사 관계자 A씨는 “말이 좋아 원만한 해결이지 실상은 뒷짐만 지고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정부의 성의 없는 모습에 건설사와 원자재 공급 업계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철콘연합회는 이번 공사비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하반기 더 많은 공사현장에서 파업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건설사와 원자재 공급 업계, 더 나아가 소비자 피해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이해당사자 간 자율 협상을 권고하는 것은 이상적인 방안이다. 그러나 때로는 갈등에 적극 개입해 사태를 하루빨리 해결하는 것 역시 정부가 챙겨야할 역할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