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외환거래' 가상자산거래소는 치외법권?...'환치기' 규제 사각 여전

최병춘 기자 입력 : 2022.07.29 06:57 ㅣ 수정 : 2022.07.29 06:57

금감원, 4조원 규모 이상 외환거래 확인...가상자산 환치기 가능성 제기
특금법 개정 등 규제 강화 불구, 외환법 적용 등 거래소 처벌 규정 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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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거액 해외송금 관련 은행 검사 진행 상황'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최근 불거진 대규모 이상 외환거래가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가상자산의 시세 차익를 노린 ‘환치기’ 범죄가 주목받고 있다. 특금법 등 관련법을 시행했지만, 여전히 불법 외환거래에 가상자산을 이용한 환치기 수법이 활용되고 있어 관련 규제 강화 요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이상 외환거래로 확인된 규모가 각각 약 1조6000억원, 약 2조5000억원 등 약 4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의 중간 검사 발표에 따르면 이상 거래 중 대부분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이 무역법인 계좌로 집금돼 홍콩이나 일본, 미국 등 해외로 송금되는 구조였다. 사실상 가상자산 거래소가 수상한 자금의 외환거래 매개체가 된 셈이다.

 

■ 4조 규모 이상 외환거래, 매개는 가상자산 거래소

 

이에 가상화폐 투기꾼들이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시세차익을 노린 ‘환치기’ 거래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가상자산 환치기는 국내 가상자산 시세가 해외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활용해 해외에서 가상자산을 매입한 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로 보내 차익을 얻고 다시 외국으로 보내는 수법이다.

 

검찰도 조직적 환치기 세력이 가담한 불법 외환거래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다만 이번 이상 외환거래와 관련한 처벌이나 제재가 거래소 등 가상자산업계에도 미칠지는 미지수다. 

 

금감원의 이번 조사에서 이상 외환거래 매개가 된 가상자산 거래소가 배제된 체 시중은행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에 한정돼있어 실체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금감원의 검사도 가상자산업계가 아닌 시중은행을 겨냥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금융기관에 포함되지 않아 감독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금법과 관련해 자금세탁 여부에 대해 살펴볼 수 있지만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검사는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FIU가 금융위에 신고된 원화마켓에 대한 종합검사를 진행 중이다. 다만 이번에 확인된 이상 거래와 관련된 공조 조사가 별도로 이뤄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실제로 금융업계에서도 거래소 등 가상자산업체가 연루된 것이 드러나더라도 가상자산의 경우 매입‧매도를 위한 외환거래를 규제하는 법적 근거가 없어 제재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가상자산의 경우 현행법상 화폐로 인정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무역과 마찬가지로 차익거래가 이뤄지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이 같은 차익거래를 이용해 불법적인 자금세탁이나 외환거래에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개정돼 가상자산 사업자의 자금세탁 규율이 마련했지만, 불법을 방지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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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환치기’ 범죄 급증, 가상자산 거래소 규제 한계 

 

지난해 특금법 시행으로 금융당국에 신고 등록된 가상자산 거래소는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송금자의 정보 등을 기록하는 트레블룰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100만원 이상의 코인을 타 거래소로 옮길 경우 송수신자의 이름과 지갑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고 보관하고 있다. 개인이 거액의 가상자산을 한꺼번에 이동시키는 게 불가능하지만 이번에 적발된 사례와 같이 여러 명이 소액으로 나눠 가상자산을 거래할 경우 감시 시스템에 걸리지 않고도 충분히 차익거래를 실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원화 거래 신고를 마쳐 특금법이 적용된 5대 가상자산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경우 법인을 통한 입출금이 차단됐지만, 이외 중소형 가상자산거래소들은 해당 규제에 취약하다. 

 

대형 원화거래소도 환치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업계 1위인 업비트도 지난해 해외 제휴법인을 통한 ‘환치기’ 방치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지난해 7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업비트가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환치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업비트와 회원의 주문 접수를 받아 매매계약 체결을 지원해주는 ‘오더북’을 공유한 해외 제휴법인인 업비트 싱가포르·업비트 태국·업비트 인도네시아 등을 통해 이용자들이 가상자산을 매수‧매도해 자국 화폐로 환전하는 환치기의 통로로 이용됐다는 의혹이다.  업비트 이와 관련해 해외 거래소들은 페이퍼컴퍼니가 아닌 현지 당국의 인허가를 받은 제휴 법인이며, 업비트는 현지법에 따라 고객확인(KYC)을 거친 회원 사이의 거래를 ‘중개’할 뿐이라며 ‘환치기’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업비트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내사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금법 시행 이후에도 가상자산을 활용한 불법 외환거래 규모도 전체 외환 범죄 중 80% 가까이 육박하는 등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상자산 이용 범죄로 적발된 금액은 올해 5월 기준 1조5231억원에 달했다. 전체 외환 사범 단속 실적인 1조9492억원 중 78.1%에 해당하는 수치다. 가상자산 관련 범죄 비중은 지난 2018년 45%에서 2020년 3.2%까지 줄었다가 2021년 61.3%(8268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가상자산을 이용한 환치기 수법으로 검찰에 송치된 금액은 무려 1조4633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적발된 총 8238억원에서 5개월 만에 약 2배나 증가한 것이다.

 

이에 불법 외환거래를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과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송 의원은 “가상자산 유통 규모가 커지고 환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이 급증하고 있다”며 “비정상적 가격 변동으로 환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을 규제하는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법 개정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은 지난 26일 국제 가상자산 거래의 조세포탈 규제를 강화하는 ‘국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2건과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역외거래 장부·증빙서류 보존 의무기간을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하고 ▲역외거래 과세표준 미신고·과소신고·초과신고 시에는 일반거래보다 더 높은 수준의 가산세를 부과하며 ▲국외특수관계자와의 가상자산 국제거래 시에 가상자산거래내역 제출을 의무화하고 불이행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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