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기업 일본정부가 대기업에 대놓고 임금인상 주문하는 이유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 후생노동성은 올해 중소 영세기업들의 임금상승률이 1.5%를 기록하여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달했다고 이달 12일에 발표했다.
임금상승률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폭을 결정하기 위한 참고자료로도 쓰이는 만큼 앞으로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종업원 30인 미만의 4700여개 기업들이 올해 6월 임금이 1년 전에 비해 1.5% 늘었다고 답한 것인데 작년 같은 조사에서는 코로나 영향 등을 이유로 0.4% 인상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1년 만에 꽤나 다른 결과가 나온 셈이다.
업종별로는 정부가 임금인상을 위해 예산을 집중 투입했던 의료 및 복지가 2.2%로 가장 많이 상승했고 이어서 제조업이 1.6%, 코로나에서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숙박 및 음식서비스업도 1.5% 상승했다.
여기에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는 작년에 이미 과거 최대 폭인 28엔이 인상되어 전국 가중평균 930엔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는 수입물가 급등에 인력부족과 임금인상까지 겹치면서 상승폭을 더욱 키울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평소였으면 실적악화와 경영부담을 호소하는 기업들의 편을 들어주었을 일본 정부도 물가급등에 따른 민심악화를 우려하며 임금인상을 재촉하고 있다.
지난 22일 나가노현에서 열린 경제단체연합회의 정기모임에 강연자로 출석한 기시다 총리는 ‘코로나 이전의 실적을 회복한 기업들은 3%의 이상의 임금인상을 실현해주었으면 한다’고 발표했는데 임금인상을 ‘기대한다’던 기존 표현을 ‘실현해주었으면 한다’로 바꾼 것을 두고 기업들은 정부가 임금인상을 주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강연 막바지에도 현재 물가상황을 언급하며 ‘향후에도 올해 이상의 지속적인 임금인상이 요구된다. 아무쪼록 다시 한번 임금인상에 협조해달라’며 기업들의 임금인상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아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강연 후 기자회견에 자리한 경제단체연합회의 토쿠라 마사카즈(十倉 雅和) 회장은 ‘올해 실적을 고려하여 (임금인상 대응을) 더욱 서두르겠다’며 기시다 총리의 강연에 화답했지만 구체적인 인상방안이나 목표치에 대해서는 즉답을 회피했다.
이와 더불어 한국과 함께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남녀 임금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번 달 8일, 남녀 종업원의 임금격차를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관계법령을 개정했는데 종업원 301인 이상의 약 1만 8000여개 기업들은 앞으로 남성 대비 여성 종업원의 평균임금 비율은 물론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각각의 남녀 임금격차도 반드시 홈페이지 등에 결산일로부터 3개월 내에 게시하여야 한다.
빠르면 올해 10월부터 해당 정보를 게시하는 기업들이 나올 예정인데 게시의무를 위반할 경우에는 노동국의 지도를 받게 되며 지도에도 따르지 않으면 기업명이 별도로 공개되며 대중의 낙인을 피할 수 없을 예정이다.
당장 일본 직장인들은 평소와 다른 정부의 움직임을 환영하면서도 그 의도나 앞으로의 결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본도 다른 국가들처럼 물가와 임금이 상승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가하면 여느 때처럼 보여주기식 민심잡기라는 비판이 섞여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은 어느 쪽도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