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못 쓰는 비은행···금융지주 실적 ‘은행 쏠림’ 더 심해졌다

유한일 기자 입력 : 2022.08.02 10:09 ㅣ 수정 : 2022.08.0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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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사진=뉴스투데이 DB]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 상반기(1~6월) 역대급 실적 이면엔 높은 은행 의존도가 있었다. 대출 수요 증가와 기준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은행 이자 이익 개선으로 이어졌다. 

 

다만 증권·카드 등 비(非)은행 부문 기여도가 후퇴하면서 ‘은행 쏠림’ 현상은 더 두드러졌다. 역대급 실적에도 안주할 수 없는 금융지주들은 시장 변동성에 대응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한창인 모습이다. 

 

2일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IR 자료를 종합하면 4대 금융지주의 올 상반기 순이익 합계는 8조9652억원이다. 작년 상반기 세웠던 역대 최대 기록(8조904억원)을 1년 만에 갈아치웠다. 

 

금융지주 호실적은 대표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개선 영향이다. 작년 말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에 은행채·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등 시장금리가 덩달아 오른 가운데 걷어들이는 이자가 크게 늘어났다.

 

KB금융의 2분기(4~6월) 순이자마진은 1.96%로 1분기(1~3월·1.91%) 대비 0.05%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1.89%→1.98%)과 하나금융(1.71%→1.80%), 우리금융(1.73%→1.83%) 역시 순이자마진이 개선됐다. 

 

금융지주 호실적은 은행이 견인했다. 올 상반기 4대 금융지주 전체 순이익에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각 은행 계열사가 가져다 준 순이익 비율은 56.1%~88.3% 수준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5.1~8%p 오른 수치다. 

 

최근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증시 부진으로 증권사 실적이 뒷걸음질한 게 은행 쏠림 현상을 부추겼다. 증권사 실적 악화에도 은행 이자 이익이 큰 폭 늘어나며 금융지주의 역대급 실적을 이끈 것이다. 

 

금융지주들은 올 상반기 호실적에도 마냥 환호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이자 이익에 기댄 수익 구조는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불확실성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기 이익이 늘어난 만큼 금리 변동성에 따라 실적도 요동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금융지주들이 내세우는 공통된 경영 전략 역시 비은행 강화다. 현재까진 증권과 카드,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 등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최근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각각 푸르덴셜생명, 카디프손보를 품고 보험 부문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하나·우리금융도 비은행 부문 M&A를 예고했다. 특히 우리금융의 경우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가 없는 점이 약점으로 지목돼 왔다. 지금처럼 증권사가 부진을 겪을 땐 실적에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증권사 부재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금융 사업 진출을 통한 본업 경쟁력 제고 움직임도 감지된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알뜰폰, 배달앱 시장으로 사업 영토를 넓혔다. 당장의 큰 수익을 기대하기 보다는, 확보한 비금융 데이터를 금융업에 결합해 연계 상품 설계·출시 등으로 은행업 경쟁력 제로를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비율이 어떤 수준까지 와야 균형이 잡혔다고 얘기하기엔 각 금융지주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비은행 강화는 시장 변동성에도 흔들림 없는 수익 구조를 만들려는 목적이 있고, 다양한 계열사가 상품을 제공해 전체 경쟁력을 올리려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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