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무역수지 적자…韓 증시, 외국인 자금 이탈 '불' 지피나
7월 무역수지 적자, 원·달러 환율 상승 압박... 증시 부담 작용
반등 노린 코스피, 횡보할 가능성 있어... 한국경제도 '비상등'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가는 4일 올 내내 부진했던 국내 증시가 이달 들어 인플레이션 정점 통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단기 반등을 기대했다. 하지만 무역수지가 넉 달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기업이익 둔화로 코스피가 횡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증시는 대외적으로 선진국의 긴축 가속화와 러시아 전쟁 장기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대내요인으로는 결국 수출 모멘텀이 중요한 변수로 꼽혔다.
올해 한국 기업들은 원자재 공급망 붕괴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삼중고로 수출 환경이 악화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지수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출과 기업 이익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선행지수의 저점 확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가는 선행성이 강하기 때문에 실물지표 개선보다 추세 전환이 빠를 수도 있다. 다만 아직 경기 하강 기간과 폭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 무역수지 적자, 원·달러 환율↑ 증시에 부담...반등 노린 코스피, 외국인 투자자 이탈 '불'
국내 증시를 둘러싼 리스크 속에 우리나라는 지난 7월 1~20일 누적 무역수지가 81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4개월 연속 적자다. 한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무역수지 악화는 상장기업 이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무역수지 적자는 원·달러 환율 상승을 압박해 국내 증시에 부담이다. 외국인은 여전히 코스피에서 전체 시가총액의 30% 이상 지분을 든 큰손인데, 외국인 투자자의 강한 매도세를 자극할 우려가 있어서다.
올해 코스피 흐름을 보면 외국인의 매도 흐름이 이어진 6월까지 지지부진했으나, 7월 외국인 투자자가 2조5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하자 반등에 성공했다.
따라서 무역수지 적자 기조가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을 자극한다면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아직 수출은 지속해서 늘고 있어서 매월 발표되는 무역수지 자료를 통해 각 산업분야별 수출 흐름을 자세히 살펴보면 새로운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일부 전문가는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미국 수출은 계속해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예외로 무역·상품 수지가 감소했음에도 당기순이익이 많이 증가했다. 언택트 비즈니스를 필두로 비제조업의 이익 성장과 일부 기업의 일회성 매각 이익이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올해는 언택트 비즈니스 성장성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졌고 인플레이션 지속으로, 무역지표가 코스피 이익에 주는 영향력은 지난해 보다 클 수 있다.
무역지표 약화 원인은 수입 증가와 수출 둔화 두 가지다. 실제로 에너지를 비롯해 원자재 가격 상승이 즉각적으로 지표에 반영돼 올해 상반기 무역적자의 절반 이상이 에너지 부문에서 발생했다.
에너지 가격이 안정될 시, 지표 개선의 여지는 있으나 문제는 수출 둔화다. 이는 기업의 매출과 이익에 연관성이 크고 경기 하강 이후 수요 회복이 확인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한국은 중국과 무역수지에서 7월까지 3개월 연속 적자를 봤다. 3개월 연속 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본 것은 한국과 중국 수교 30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을 향한 국내 기업들의 수출 부진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도 나왔다.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대로 추락하면 중국 수출에 큰 악영향을 줄 수가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다행히 달러 강세 현상이 주춤해지고 외국인이 7월 한 달 동안 2조원을 상회하는 주식 순매수를 기록해 원·달러 환율이 다소 하향 안정됐지만, 무역수지 적자 기조는 원··달러 환율의 추세적 하락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진단했다.
매출액 상위 5대 기업의 해외 매출 비중이 70%를 상회할 정도로 수출은 이익과 직결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수출은 상장기업의 매출과 EPS에 직접 영향을 준다"며 "1개월 전 대비 12개월 선행 매출액이 증가한 업종은 비철·목재, 건강관리, 에너지, 자동차, IT가전(2차전지) 등이 있고 원자재 및 명목 가격 상승 영향을 제외 하면 건강관리와 자동차, 2차전지가 양호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 7월 무역수지 46억7000만달러 적자…14년 만 넉달 연속 적자, 韓 경제 '비상등'
한국의 무역수지가 넉 달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으로, 올 들어 7월까지 누적 적자는 150억3000만달러(약 19조6000억원)다.
이러한 추세라면 무역수지 적자가 IMF 외환 위기 직전인 1996년 기록한 역대 최고치(206억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특히 우리 경제 성장 엔진인 수출 증가율마저 둔화하면서 한국경제에 심각한 비상등이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7월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7월 수출은 지난해 동월 대비 9.4% 증가한 607억달러, 수입은 21.8% 증가한 653억7천만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46억7000만 달러(약 6조900억원) 적자가 발생했고, 지난 4월부터 연속 무역수지 적자 기조다.
수출은 2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지난해 7월(555억 달러)보다 52억 달러 많아, 역대 7월 중 최고를 기록했다. 반도체·석유제품 등 7대 주요 품목에서 수출이 늘어난 덕이다. 석유제품·자동차는 역대 1위고, 반도체는 역대 7월 중 1위다.
지역별로는 일본(-1.4%)과 중남미(-7.9%), CIS(독립국가연합·-5.7%) 등은 줄었고 미국(14.6%)과 아세안(20.9%), EU(14.6%) 등은 증가했다. 미국과 인도(92.4%)는 역대 월 기준 1위고, 아세안과 EU는 역대 7월 중 1위다.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장관은 “주요국 긴축정책에 따른 경제 성장세 둔화와 전년 동월의 높은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21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7월 수입액은 653억7000만달러로 월 기준 역대 최고치다. 특히 원유·가스·석탄 3대 에너지의 수입액은 18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97억1000만달러)보다 87억9000만달러 늘어나 수입액 증가세를 주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심화하면서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여파다. 향후 산업·무역을 둘러싼 리스크 관리와 함께 우리 수출이 성장세를 유지하도록 정책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통부는 이번 7월 무역수지를 발표하면서 "지금 마주한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관계부처가 한마음 한뜻으로 우리 산업과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총력 중"이라고 밝혔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