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소송 이어질라···금감원, DLF 소송 상고 ‘딜레마’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2연패한 금융감독원이 상고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정치권 등에선 금감원이 상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결과를 뒤집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반대로 금감원이 상고를 포기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소송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향후 징계에 불복한 금융사 수장들의 줄소송 가능성까지 있어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12일까지 손 회장과 벌이고 있는 DLF 중징계 취소 소송 상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금감원은 지난 2019년 우리은행 DLF 불완전판매에 따른 원금 손실 사태 관련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징계를 내렸다. 문책경고는 5단계로 이뤄진 금감원 제재 중 3단계에 해당하는 중징계다.
문책경고 이상을 받은 금융사 임원은 3~5년 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내년 3월까지가 임기인 손 회장의 연임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손 회장은 자신에게 내려진 중징계가 과하다고 보고 지난해 3월 금감원을 상태로 징계 취소 소송에 나섰다.
지난해 8월과 지난달 22일 각각 나온 1심, 2심 결과는 손 회장의 완승이었다. 손 회장과 금감원은 총 5가지 쟁점을 두고 법정 다툼을 벌였는데, 1·2심 재판부 모두 손 회장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2심 이후 판결문 검토와 금융위원회 협의 등을 진행 중인데, 상고 여부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결정 방향에 따라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선 1·2심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금감원이 상고에 나서더라도 결과를 뒤집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손 회장 제재 명분이 부족했다는 게 앞선 두 차례 판결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가능성 낮은 소송을 대법원까지 무리하게 끌고 갈 경우 금감원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최종 패소 땐 금감원 제재 정당성이 부족했다는 걸 재확인시키는 꼴이기 때문이다. 3차례에 걸친 소송에 들어갈 소송비 역시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렇다고 상고를 포기하기도 쉽지 않다. 일단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소송에 미칠 영향, 상고 포기에 따른 금융사 제재 기조 약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금감원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과도 DLF 중징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1심에선 금감원이 승소했다. 이 흐름을 2심까지 이어가야 하는데, 같은 내용인 손 회장 소송의 상고를 포기할 경우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또 금감원 상고 포기에 따라 금융사 전반에 ‘일단 법원으로 가자’는 기류가 확산할 우려도 있다. 금감원이 잘못된 법리 해석으로 제재를 남발하고 있다는 불신이 줄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손 회장과 유사하게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불완전판패를 이유로 중징계를 받은 다른 은행·증권사 CEO들의 징계안도 산적해 있다는 점도 금감원이 상고 여부를 고심하는 이유 중 하나다.
금융권에서도 금감원의 상고 여부를 쉽게 점치지 못하고 있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와 감독당국의 정면승부인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앞으로 미칠 파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DLF 소송이 시작이라는 점에서 금감원이 상고를 고민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며 “내부통제에 대한 법적 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오직 이 가이드라인에만 기반한 제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