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밑돈 7월 소비자물가지수 8.5%에 반도체지수 급등, 힘받는 인플레 정점론 국내증시도 호재 인식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숨죽여 기다리던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8.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6월 CPI 증가율이 워낙 높게 나온 탓에 착시효과 때문인지, 8.5% 증가율이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일단 시장은 환호하는 가운데 뉴욕증시가 급등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는 10일(현지시간) 7월 CPI가 전년 동월보다 8.5% 올랐다고 밝혔다. 바로 직전이었던 6월 CPI 증가율이 1981년 11월 이후 최대폭이었던 9.1%였던 것과 비교하면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시장의 예상치였던 8.7% 증가율보다 낮아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은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7월 CPI 증가율이 시장의 예상보다 낮게 나온 데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 가격이 떨어진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유가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무섭게 오르면서 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두 번에 걸쳐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 등 공격적인 금리인상 조치를 단행하자 그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국제유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까지 내려갔다.
이에 따라 지난달 에너지 물가가 전월보다 4.6% 하락한 가운데 이 중 휘발유 물가는 7.7%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에 영향력이 큰 에너지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춘 것으로 볼 수 있다.
6월 CPI 쇼크에 겁먹었던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게 되면 연준 역시 향후 통화긴축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커지고 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가 전년 동월보다 5.9%, 전월보다 0.3% 각각 오른 것에 주목하고 있다. 전년 대비 상승률은 시장에 쇼크를 안겨주었던 6월과 동일한 수준이다.
물가의 또다른 한 축인 주거비용이 오름세를 유지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주거비용은 전년 동월보다 5.7% 올랐고 전월 대비로도 0.5% 올라 전체 근원 CPI 증가율의 40%를 차지했다.
결국 다음달 CPI가 관건인데, 두 달 연속 CPI 증가율이 시장의 예상치를 밑돈다면 인플레이션 정점론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10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 대비 1.56% 오른 3만3284를, 나스닥 지수는 2.49% 오른 1만2804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특히 전날 큰 폭으로 떨어졌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날 전거래일보다 장중 4% 가까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