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복권, 경제 위기 역할론 '산더미'....삼성전자 주가 반등 기대 '꿈틀'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복권돼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되면서, 향후 삼성전자 주가 흐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지난 5월 삼성전자가 발표한 450조원의 투자와 8만명의 신규 고용,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 글로벌 1위 등 다양한 부분에서 과감한 투자 및 가속화가 붙지 않을까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특히 사법 리스크로 인해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서지 못했다는 반응이 컸던 만큼 지난해 초부터 불거진 반도체 관련 대형 M&A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 이재용 부회장 특별복권, 향후 경영 복귀 계기 마련...증권가도 긍정적
16일 법무부·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난해 1월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아 복역하다 같은 해 8월 광복절 기념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수사 초기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기간을 포함해 이미 지난 7월 29일 형기가 만료됐지만 5년간 취업이 제한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묶여 정상적 경영활동에 제약을 줬다.
증권가는 이번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으로 2027년까지 적용할 예정이었던 취업제한 규정에서 벗어나 향후 경영에 복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현재 삼성그룹은 2017년 미래전략실 폐지 이후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3개 부문의 태스크포스(TF)를 전문 경영인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특히 대형 M&A 결정과 그룹의 중장기 전략수립의 경우 각 계열사 전문 경영인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다만 아직 재판 중인 사건이 있어 이 부회장을 둘러싼 법적 문제가 아주 해결되지 않은 점은 부담으로 남아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 족쇄가 풀렸지만 계열사 부당 합병과 회계 부정 의혹을 둘러싼 재판으로 여전히 사법리스크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 부회장 복권을 계기로 향후 경영 복귀가 현실화한다면 이 부회장, TF, 전문 경영인 등과 협의해 2016년 11월 하만(Harman, 9.4조원) 이후 부재한 대형 M&A와 핵심 전략 사안에 대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칩4, 반도체 현안 해법은...韓 위상·경제 위기 모색 ‘산더미’
재계 안팎으로는 이 부회장이 연내 '부회장' 타이틀을 떼고 '회장'직에 오를 가능성도 점쳤다. 국내외 경제 금융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리더십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전 세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긴축 정책, 경기침체 등 국내외 악재가 산적하면서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탓이다.
여기에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Chip)4'에 우리 정부가 참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삼성은 자칫 중국 시장을 잃을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미국이 첨단 산업인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 고립을 가속하면서 경쟁 우위를 두고자 칩4 카드와 함께 366조원 규모의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내놓은 상태로, 이 부회장의 역할론이 크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62%를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의 현안 해법 모색과 초격차 유지를 위한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우선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반도체 초격차를 위해 디램(DRAM), 낸드(NAND), 파운드리(Foundary) 선단공정 투자확대와 점유율 확대를 통한 시장 지배력 강화에도 초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 삼성전자 매출, 연간 300조원 예상....삼성의 역할은
이 부회장의 복권과 함께 올해는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3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인 가운데 2012년 200조원 돌파 이후 10년만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이 부회장이 핵심 사업으로 키우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 반도체 등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 올해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연간 100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다만 상반기까지만 해도 반도체 부문에서 선방하며 삼성전자의 최대 실적을 견인했지만 하반기는 전 세계적인 고물가, 고금리,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으로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에 놓였다.
삼성전자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향후 5년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정보통신)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450조원을 투자하고,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5년간 8만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약속한 만큼 투자와 채용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세부 전략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투자와 고용창출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새 정부가 힘을 주는 부분으로, 이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부회장도 특별복권 발표 후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겠다"고 전달했다.
그동안 느슨해졌던 글로벌 네트워크도 다시 고삐를 조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관계망 확장을 위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오바마·부시 등 미국 전·현직 대통령, 마르크 뤼터(Mark Rutte) 네덜란드 총리,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반 자이드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모디 인도 총리 등 글로벌 리더들과 교류해 왔다.
다음달 미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를 투입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제2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하고 있는데 아직 착공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오는 9월 뉴욕에서 열리는 UN총회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이 부회장과 함께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 삼성전자 주가, 긍정적 영향 미치나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로, 지지부진한 삼성전자 주가 흐름의 반등 카드로 작용할 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주가가 오르는 모양새지만 여전히 지난해 연말(7만8399원) 대비해서는 20% 넘게 빠졌다. 지난해 1월 11일 장 중 한때 9만6800원까지 치솟으며 ‘9만 전자' 찍고 '10만 전자'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최고점 이후 1년 7개월가량 지속해서 하락했다.
앞서 미국의 반도체주 실적 악화로 19일 만에 이틀 연속 5만전자로 내려앉았다. 이때 주가 약세는 미국 최대 메모리칩 제조업체 마이크론의 실적 가이던스(전망치) 하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의 8·15 특별복권이 발표되면서 투자심리가 일부 회복해 지난 12일은 6만선에 안착했다.
증권가는 D램 시장의 하반기 가격 하락 우려 등은 주가에 이미 반영된 상태며, 모바일 사업도 2분기가 저점으로 예상해 향후 상승 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D램 가격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3분기 조정 이후 진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영업이익은 5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돼 주가 상승 여력은 더 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복권됐다고 해서 당장 크게 주식시장에 영향이 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경영 총수가 사면복권은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흐름으로 갈 여지가 크다고 봤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 주가에 관해서 법칙이 있는 게 아니라서 주가 향방을 말하긴 어렵다”며 “다만 이재용 부회장이 옳은 경영판단을 내린다면 주가가 오를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주가가 내려갈 수밖에 없다. 사면 자체는 경제적인 맥락보다는 정치적인 맥락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