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방산업체, 전세계 맹활약 '3가지 비결'은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최근 한화디펜스, 한국항공우주(KAI),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국내 방위산업체들이 전 세계에서 잇따라 성공신화를 써내려 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은 한국 방산업체 무기가 세계 최고 군사강국 미국산 제품에 비해 가격이 합리적이고 성능도 나무랄 데 없는 데다 무기 수입국가와의 민간 산업 협력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디펜스는 지난 7월 폴란드와 5조원 규모 K9 자주포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KAI는 폴란드에 3조9000억원 규모 국산 경(輕) 전투기 FA-50 공급 계약을 성사시켰다.
현대로템도 폴란드와 10조원 규모 K2 전차 공급 계약을 체결해 업계 눈길을 끌었다. 한화디펜스, KAI, 현대로템 등 이른바 국내 '방산 3총사'가 폴란드 군수시장에서 거머쥔 금액이 무려 19조원에 육박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이에 질세라 LIG넥스원은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와 2조6000억원 규모 중거리·중고도 요격체계 천궁II(M-SAM)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해 연초부터 한국 방산업체 능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 韓 방산무기, 합리적인 가격으로 국토 수호 앞장 서
한국 방산제품은 미국 방산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국토 수호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방산 무기는 에이브람스(Abrams) 전차, F-35 전투기, 패트리어트 미사일(PAC-3), 고기동 다연장 로켓발사기(HIMARS·하이마스) 등이 있다.
미국 무기의 성능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수준이다. 다만 모든 종류 무기 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 미국 동맹국들이 미 방산제품을 구입하기에는 부담이 된다.
한 예로 에이브람스 전차의 대당 가격은 110억원, F-35는 대당 970억원,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포대 당 1조원, 미사일 1발당 80억원 수준이다. 하이마스는 50억원, 미사일은 1발당 2억원 대다.
이에 비해 한국 방산업체 주력 제품 가격은 K9 자주포 40억원, , K2 전차 80억원, FA-50 4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비견되는 한국산 방공 미사일 천궁II는 미사일 1발당 15억원으로 알려졌으며 포대 가격도 저렴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하이마스와 견줄만한 성능을 지니고 있는 한화 천무는 대당 30억원이며 미사일 가격은 자세한 금액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저렴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군수 수입국이 한국 방산제품을 구입하면 이른바 '최고의 가성비'로 국토 수호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한화디펜스 K9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 성능을 갖춘 자주포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에 따라 K9은 글로벌 자주포 시장 점유율 무려 69%에 이른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K9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K9A2 개발을 앞두고 있다"며 "K9 자주포 최신 업그레이드 모델인 K9A2는 포탄과 장약이 100% 자동 장전되는 자동화 기능을 갖춰 전시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FA-50은 경전투기라는 명칭답게 비교적 가벼운 덩치와 우수한 전투력,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지비용 등이 특징으로 꼽힌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달 말 폴란드에서 개최한 블랙이글스-폴란드 공군 간 우정비행에서 폴란드 공군 지휘관들이 FA-50 경공격기에 호의적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K2 전차는 전천후 환경속에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전차로 유명하다. 이번 폴란드와 계약이 체결되기 전 K2 전차는 올해 초 노르웨이에서 성능 점검을 받았다. K2 전차는 당시 가혹한 노르웨이 겨울 환경에서도 테스트를 완벽하게 마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K2 전차역시 자동장전장치를 장착해 승무원 3명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또한 1500마력 고출력 엔진을 장착해 평상 시 포장도로에서 시속 70㎞, 야지에서 시속 50㎞로 이동할 수 있다. 이는 갈수록 기동성이 중시되는 현대전에서도 크게 활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무기 성능이 우수하고 정부 부처 방위사업청의 전폭적인 협력과 지원, 국내 기업들의 기술 이전, 해외 현지 기업과의 포괄적인 협업 등을 추진해 세계 어디에서도 환영 받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말 한국-호주 국방부 간 방위산업 및 방산물자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한국 방산업체는 호주에 방산 제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기술 일부 이전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한국과 호주 양국의 끈끈한 우호 관계는 호주에서 진행 중인 23조원 규모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사업(LAND 400 Phase 3)에서 한화디펜스 레드백(Redback)이 최종 선정될 가능성을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 韓 방산업체 선전과 美 정부 전략적 요구 맞아 떨어져... 한국업체, 미국 시장 공략도 추진
글로벌 외신매체 워온더록스(War on the rocks)는 16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는 미국과 동맹국이며 러시아·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수 십 년 간 전세계 무기 지원을 담당해왔다고 보도했다.
다만 러시아와 중국 입김이 강해지면서 미국이 대부분 동맹국들을 지원하기에 역부족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글로벌 무기 지원 역할을 짊어질 국가중 하나가 한국이라고 여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유럽, 인도, 태평양 등에서 미국 군사력을 지원하면서 미국 국경 군사력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미국이 안팎으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런 가운데 한국 방산업체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국가들에 첨단 무기를 공급해 미국의 글로벌 안보전략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결국 현재 상황은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이에 힘입어 한국 방산업체는 유럽, 중동 등을 넘어 미국 본토 군수시장까지 공략하는 야심찬 청사진을 마련했다.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올해 초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서 열린 ‘방위사업청-CSIS 컨퍼런스’에 참석해 “한국 방위산업체들이 이제 미국 방위산업계에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이 미국 동맹국이라는 전략적 입지를 토대로 한국 방산업체들의 첨단 기술력이 미국 등 세계 최대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방산업체가 첨단 기술력과 가격, 그리고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글로벌 군수시장을 공략하는 결정적 계기를 맞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