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주식투자, 위험 대비 기대수익률이 높은 상황일까?
[뉴스투데이=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글로벌 증시가 거의 2개월에 걸쳐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증시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6월이나 7월에 기록했던 저점에 비해 10~20% 올라, 고점 대비 내린 폭의 20~50%대를 만회한 상황이다.
여전히 지난해 말 대비해서는 10~20% 내린 경우가 많지만, 적어도 6월에 기록했던 급락만큼은 모두 되돌린 상태다. 2년 반 전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급락한 후 정책 당국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증시가 급등했었는데, 그 시기에 버금가는 단기 상승이다.
증시가 급등한 것은 결국 투자자들의 심리가 지난 두 달간 매우 극적으로 변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번에는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속도에 대한 시각 변화, 그리고 그러한 시각 변화를 유발한 원자재 가격의 안정이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방하고 있는 경기와 2분기 기업 실적 역시 긍정적이었다. 즉, 6월까지는 이미 경제가 나쁜데 고물가로 긴축이 더 빨라져 결국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면, 이제는 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져 긴축 속도가 예상을 벗어날 이유가 없고, 경제도 생각보다는 선방하고 있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 과정의 결과가 시간에 걸친 물가 안정과 경기 연착륙이라면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안해 할 이유가 별로 없다.
• 고물가와 긴축이 반복되는 시기에 증시 추세 상승은 쉽지 않아
이러다 보니 이제는 증시가 다시 상승 추세로 돌아서 새로운 고점을 향해 오르기 시작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고, 장기적으로 증시는 우상향 추세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서 장기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시각들은 주가가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오르거나, 지금 시장의 예상을 벗어난 물가와 경제지표가 나올 때까지 증시 상승이 더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과거 높은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됐던 70년대와 80년대 초를 보면 증시는 추세적인 상승보다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1970년 1월 말 750포인트 수준이었던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이후 13년간 600~1000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였었다. 또한 1974년~1976년 사이 약 1년 반 동안 50% 이상 오르기도 했지만, 그 직전 2년 동안에는 40% 하락하기도 했다.
매수와 매도 시점을 정확하게 판단했을 경우에는 나름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의사 결정도 어렵고 수익률도 낮았던 시기가 상당히 오래 이어졌다는 얘기다.
또한 같은 시기 우리나라 코스피 역시 100포인트~150포인트 선에서 등락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이번에도 그 당시와 마찬가지 현상이 반복될 것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과거의 경험은 고물가와 긴축, 경기 둔화의 조합이 만들어 내는 경제의 균형이 증시의 추세적 상승을 이끌기 쉽지 않다는 점을 암시한다.
• 장기 증시 상승은 자연스러운 현상, 하지만 지금은 위험조정 수익률이 높지 않아 보여
물론 아주 장기적으로 볼 때 언젠가는 증시가 지난해 하반기에 형성됐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오를 것이다. 대부분 국가의 명목 경제 규모는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인구증가율이 급격하게 줄고 디플레이션 압력이 심해진 일본이나, 다양한 정치 경제적 위기를 겪으면서 국가 전체의 경제 규모가 위축된 일부 남미, 남유럽,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다를 수 있지만, 많은 국가들은 인구 성장, 생산성 증가, 투자의 확대가 실질성장률과 물가를 플러스로 유지시키고, 증시에 포함되는 기업들은 이러한 경제 성장의 과정에서 외형과 이익의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시각 하에서도 자산 배분을 위해서는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위험과 기대수익률이다. 즉, 언젠가 주가가 현재 매수한 것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 보여도, 시점과 수익률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또한 다른 투자 대안들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주식에 대한 맹목적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주식을 매수하고 10년간 보유해서 50% 수익률을 얻은 경우 연간 평균 투자수익률은 4.1%를 조금 넘는 정도이며, 같은 기간 중 물가가 평균 2.5% 정도라면 실질 투자수익률은 1.5% 남짓한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지금은 앞서 지적했듯 주식 투자가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당분간 지정학적 위험, 고물가와 긴축 상황이 유지될 것이고, 이는 예상한 것과 다르게 증시를 크게 흔들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를 보면 이러한 위험이 덜했던 시기에도 장기 증시 퍼포먼스가 늘 좋았던 것은 아니다.
코스피의 경우 2012년 7월 초부터 10년간 연평균 주식투자수익률은 2.1%대에 불과했는데, 그 기간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은 지금보다 한결 안정됐었다.
물론 과거 10년간 주식 투자가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 적도 많았다. 특히 IMF 외환위기 이후 몇 년간 주식을 매수했던 투자자들은 2010년대 초까지 10년간 연평균 10~20%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높은 수익률은 대부분 싸게 매수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 이후에도 장기 주식투자수익률은 대체로 위기에 따라 싼 가격에 진입했을 때에야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면 지금은 맹목적 주식 투자보다는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군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