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1992년 7월에 사단장으로 부임한 이영대 장군(학군4기)은 그동안 부대관리 및 업무에 찌들려 있던 참모 및 실무자들에게 건강과 일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체육활동 활성화를 강조했다.
수방사령부 시절 조기 축구를 통해 간부들의 단합과 체력을 보강했던 것처럼 사무실 책상에만 앉아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의 업무 위주로 생활하다가 조기 축구 및 전투체육이 활성화되자 오히려 업무에도 추진력이 강화되었다.
매일 아침 체조와 일과를 마친뒤 오후에 단체 운동을 하기 때문에 주간 업무 중에 딴청을 못 피우고 시간을 아끼며 집중할 수 있었고, 몸을 부딪히는 운동을 통해 전우애도 높아지고 상호 업무협조도 원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 심야 퇴근시에는 부대앞 봉암리 포장마차에서 독한 소주를 들이키며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
참모간에 협조가 원활해지자 그동안 작전보좌관 본연 업무추진의 발목을 잡았고 기무부대로부터 불필요한 업무통제까지 받아야 했던 군사보호시설 업무를 대민 업무를 주관하는 민심참모부로 이관할 수 있었다.
어느날 참모의 인터폰이 울려 통화를 했는데 기무부대에서 호출이 왔다. 기무부대 지하 취조실에 들어가니 담당관이 녹음한 내용을 들려주며 주요시설 명칭을 가감없이 참모에게 보고한 필자의 인터폰 통화가 군사보안을 위반했다며 진술서를 작성하라고 했다.
이후에 간접적으로 들려온 내용은 기무보좌관이 어느 특정지역의 군사보호시설 주변에 건축물의 허가를 요청했는데 필자가 작전에 제한된다고 불승인하자 본보기로 필자의 보안 위규 사례를 색출하려고 작정하고 준비한 결과였다.
결국 필자는 보안위규심의에 회부되었고 부대안의 인터폰에서 발생한 사례로 고려되어 앞으로 더욱 주의하라는 경고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덕분에 사단장의 승인을 받아 군사보호시설 업무를 인계하고 작전보좌관 본연의 업무에 매진할 수 있었다.
존경하고 믿어주는 사단장의 이러한 배려에 탄력을 받은 필자는 본인의 업무도 중요하지만 부대운용을 총괄하는 차원에서 인접 참모부의 협조가 더 필요했다.
주 1회정도는 밤 11시에 도달할 즈음에 인접 참모부를 돌면서 그 때까지 야근하는 인접 참모부 보좌관들을 끌고 부대앞 봉암리 포장마차로 이동했다.
각 보좌관들은 주로 삼사출신 선배들이 많았고 그들과 간단한 닭똥집과 꽁치구이 안주에 독한 소주를 들이키며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하지만 그날도 짧은 시간에 회식하고 복귀하여 다음날 업무에 지장이 없어야 했다. 따라서 우리는 맥주잔에 소주를 가득 부어 원샷으로 마셔 빨리 취하며 업무협조 등 일담을 나누고 급하게 귀가하며 보람찬 하루일과를 마무리했다.
특히 필자는 다음날 새벽 출근길에 보람을 느끼며 힘이 솟게 만드는 소나무숲의 기분 좋은 만남(?)을 기대하기 때문이었다....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