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한·중 수교 30주년 앞두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칩4 동맹' 주판알 튕겨보니...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8.23 22:40 ㅣ 수정 : 2022.08.24 09:41
‘한국·미국·일본·대만’ 반도체 동맹 추진에 중국 ‘심기불편’ 미국 원천 기술 확보하기 위해 한국 칩4 동맹 참여 불가피 중국 의존도 높은 현실 감안해 재계 "칩4 참여 신중해야" 주문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한국은 중국과 무역을 두고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수교 이후 30년간 한국 전체 수출 규모가 9배 증가했다면 대(對)중국 수출은 무려 16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제1의 수출·수입 상대국 중국을 기반으로 전대미문의 경제발전을 이룩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중국 역시 한국이 4번째 수출국으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교 동맹국이다.
오는 24일 한국·중국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한·중 관계는 변곡점을 맞고 잇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올해 3월부터 미국과 한국, 일본, 대만을 함께 묶은 반도체 동맹 ‘칩(Chip) 4’을 추진 중이다. 그리고 최근 한국 정부는 칩4 예비회의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미국 등에 통보했다.
칩4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堀起·우뚝 섬)'를 견제하려는 미국 의도가 다분하다. 이에 따라 중국은 이러한 4개국 협의체 출범을 달가워 할 이유가 없다.
이에 따라 한국의 칩4 참여가 한국의 최대 수출·수입 상대국 중국과의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 중국 견제구로 던져진 ‘한국·미국·일본·대만’ 반도체 동맹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서며 1위 미국과 ‘G2(Group of Two·주요 2개국)'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각 분야에서 강대국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중국은 이러한 추세를 ‘굴기’라고 부르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중국의 굴기 바람은 반도체 업계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직접 출자한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를 활용해 박대한 보조금 지급, 조달 특혜 제공 등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목표를 세웠다.
실제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은 탄력을 받고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가 발표한 ‘반도체 산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전 세계 반도체 시장점유율(M/S)이 오는 2024년 17%로 성장할 전망이다. 2020년 9%와 비교하면 M/S가 불과 4년만에 8% 포인트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이러한 전망은 중국 반도체 매출 증가세를 기반으로 한다. 이를 보여주듯 2020년 중국 반도체 매출은 2019년과 비교해 무려 30.6% 성장했다. 이에 따라 SIA는 중국 반도체 성장폭이 연평균 30% 지속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중국과 전 세계 패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급성장에 위협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견제구를 던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보여주듯 미국은 반도체 산업과 관련 연구·개발(R&D) 집중 투자 및 투자세 공제 등과 함께 중국 내 반도체 생산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반도체법’을 추진 중이다.
그리고 이에 쐐기를 박듯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과 대만, 일본이 참여하는 반도체 동맹 칩(Chip)4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는 미국의 반도체 핵심기술과 장비(퀄컴, 엔비디아 등), 한국의 메모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TSMC), 일본 소재와 장비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 G2 사이에 낀 한국, 재계 “칩4 참여 신중해야”
한국에 칩4는 ‘양날의 검’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州) 테일러시(市)에 170억달러(약 22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세우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주정부 세제혜택 확대를 목표로 텍사스주에 1921억달러(약 250조원)를 투입해 11개 공장을 추가 건설하는 계획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질세라 SK하이닉스는 미국에 후공정 패키지 공장과 R&D센터 등을 설립하고 15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칩4 참여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게 미국이 추진 중인 반도체법과 함께 애플, 퀄컴 등 고객사와 협업을 늘릴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중국은 한국 칩4 참여를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있어 추후 중국의 대한(對韓) 보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7월 “칩 무역만 놓고 보면 한국이 지난해 수출한 칩의 60%가 중국 시장에 들어왔다”며 중국이 한국의 제1 수출·수입 상대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은 장기적인 이익과 공평하고 개방적인 시장 원칙에서 출발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으로 중·한 관계 발전에 유리하고 세계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에 유리한 일을 많이 하기를 바란다”고 부연했다. 이는 중국이 사실상 한국의 칩4 동맹 참여에 반대하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이는 최근 한국 정부가 칩4 예비회의 참석 의사를 밝히면서 칩4 참여가 가시화되는 분위기에서 나온 중국측의 경고다.
이에 대해 재계는 기업 측면에서 칩4 가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한중 관계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류성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정책팀장은 “한국의 칩4 가입은 미국과의 관계이냐, 중국과의 관계이냐 이 문제인데 경중을 따지면 가입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설명했다.
류 팀장은 “반도체 원천 기술 대부분을 미국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반도체 생산에 특화된 국가일지라도 미국 협조를 받지 못하면 우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며 “한국이 반도체 생산 우위국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의 협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칩4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계속 논란이 되는 게 중국 리스크이며 한국의 반도체 수출 비중은 중국이 40% 가까이 된다”며 “이에 따라 중국과의 외교적 노력도 절대 소홀히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칩4 참여 때 중국정부의 보복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경고음도 나오고 있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중국은 한국 반도체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입하는데 반도체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수출 금지를 강제화한다고 가정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희토류나, 리튬 등 원재료 등에 대한 제재는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일이 없도록 미국과 잘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팀장은 “과거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로 중국이 한국에 너무 쉽게 보복 조치를 했던 과거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반도체에 대한 제재 조치는 자국 제품을 생산하는 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우리가 중국에 의존하는 다른 원재료 등에 대해 보복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원재료를 중국 공급망에 많이 의존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정부나 기업이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여러 공급망을 확보하는 노력을 함께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