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대출금리 또 오르나요?”···연말까지 우상향한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억제에 나선 한국은행이 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인상폭은 종전보다 작아졌지만 4번 연속 오른 기준금리는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에 직접 영향을 받는 은행 대출금리는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선 올 연말까지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사상 초유의 4번 연속 기준금리 인상···올해에만 1.50%p 올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연 2.5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한은은 올해 들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1월부터 이달까지 금통위 회의는 총 6번 열렸는데, 2월(동결)을 제외하고 모두 기준금리를 올렸다. 3월과 6월에는 금통위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올 1월 금통위가 열리기 전 연 1.00%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연 2.50%까지 뛰었다. 올해에만 기준금리가 1.50%p 상승한 것이다. 한은이 4번(4·5·7·8월)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 역시 전례 없는 일이다.
다만 이달 기준금리 인상폭은 전월(0.50%p·빅스텝) 대비 작아졌다. 인플레이션 억제 필요성은 여전하지만,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대출금리 상승 불가피···연말까지 계속 오른다
기준금리 연쇄 인상에 은행권 대출금리도 들썩이고 있다. ‘은행의 은행’인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시중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할 때 내는 이자(금리)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인상분은 모두 상품에 반영된다.
대출금리는 시장의 기준이 되는 준거금리에 차주 신용도 따라 매겨지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 산정한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준거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 이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직결된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달 취급한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4.81~5.43%로 나타났다. 신용평가(CB)사 신용점수 기준 951~1000점의 고신용자도 연 4% 중후반대 금리로 대출을 실행했다.
은행권에선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 내다보는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가 연 2.75~3.00% 수준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0.25~0.50%p는 더 오를 거란 얘기다.
■ “올해만 거의 100만원” 늘어나는 이자 부담···변동금리 차주들 어쩌나
대출금리 상승은 차주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가 0.25%p 오를 때마다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16만1000원씩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들어 이뤄진 기준금리 인상분(1.25%p)을 반영하면 차주당 거의 100만원의 이자를 더 내게 되는 셈이다.
특히 변동금리 차주들은 기준금리 인상 영향에 직접 노출돼 있다. 지난 6월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의 78.1%가 변동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시장금리를 따라 금리가 조정되는 만큼 대출금리 추가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는 예고된 상태다.
한동안 진정세를 보였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도 최근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시중은행에서 연 6%대인 주담대 금리 상단이 올 연말까지 연 7~8%대에 도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단 금리로 대출을 받는 고객은 많지 않지만, 상단이 올라갈수록 중립금리도 상승한다는 뜻”이라며 “상단이 7~8%대까지 가면 중립은 6%대 수준일 텐데, 차주 입장에선 마주하기 싫은 숫자(금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 은행권 수신금리 경쟁도 치열해질 듯···예대금리차 공시도 영향
그나마 다행인 건 대출금리 뿐 아니라 예·적금 등 수신금리도 오른다는 점이다. 기준금리 인상분이 정비례해 반영되는 건 아니지만, 최근 은행권은 수신금리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주요 은행들의 정기 예·적금 상품 기본금리는 연 3%대로 형성돼 있다. 특히 적금의 경우 갖가지 우대금리를 얹으면 연 5%대까지도 가능한 상품이 있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저축은행 등의 수신금리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증시 부진 영향에 은행에 돈이 몰리는 ‘역(逆)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하고 있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저축은행 등은 금리 매력도를 앞세워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은행 수신고를 늘릴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근 시작된 예대금리차(예금금리-대출금리 차이) 공시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예대금리차가 벌어질수록 이자 장사 꼬리표가 붙기 때문이다. 대출금리를 내릴 수 없으니 예금금리를 높여 차이를 좁히려는 시도가 나올 수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같이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선 수신 상품에 추후 기준금리 인상분이 선반영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신금리의) 급격한 인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취약계층 지원과 수신 경쟁 차원에서 다시 한 번 파격 금리를 내놓는 곳이 있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