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형일 11번가 대표, 증시 불황 속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IPO 추진하는 속사정은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증시 부진, 업황 악화 등으로 기업들이 최근 상장을 철회하거나 미루고 있는 가운데 이커머스 업체 11번가(대표 하형일)가 IPO(기업 공개) 대표 주관사 선정을 마쳐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11번가가 지난 2018년 5000억원의 자금을 수혈 받는 조건으로 '5년 내 IPO'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5년전 약속이기는 하지만 최근 증시 부진으로 IPO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어 하형일 대표로서는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IPO 시장이 얼어붙어 SK스퀘어 자회사 SK쉴더스, 원스토어가 고평가 논란을 딛지 못하고 잇따라 상장을 철회했다. 설상가상으로 SSG닷컴, CJ올리브영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적절한 상장 시기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11번가는 제대로된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IPO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11번가는 지난 24일 한국투자증권·골드만삭스를 대표 주관사, 삼성증권을 IPO 공동 주관사로 선정했다. 11번가는 주관사와 함께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 11번가, 자본 유치 과정에서 5년 내 IPO 약속...'IPO 한파'에도 강행 신세
11번가는 지난 2018년 SK플래닛에서 분사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H&Q코리아 등에서 5000억원을 투자 받았다. 이때 11번가는 투자자들과 5년 내에 IPO를 마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11번가는 약속한 기간인 2023년 9월까지 IPO를 마쳐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원금에 연 3.5% 복리를 붙여 상환해야 하는 실정이다.
11번가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투자자들과의 계약 세부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며 "그러나 주관사와 함께 내년 안으로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11번가가 2018년 출범 당시와 비교해 최근 거래액, 모바일 앱 월간 순이용자 수(MAU)가 크게 늘었으며 직매입, 해외 직구, 라이브커머스 등 신규사업도 성장세"라며 "IPO 시장에서 11번가의 기업가치가 커진 점을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구체적인 향후 일정에 대해 "올해는 IPO 추진외에는 별다른 어젠다가 없다"며 "상장을 신중하게 추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 11번가 '2년 연속 적자' 처절한 성적표...실적 개선 절실하지만 뚜렷한 해법 없어
11번가는 '가치증대가 이뤄진 점'을 지목하며 IPO와 상장을 통해 제대로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업계는 11번가의 설명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업계는 매분기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11번가의 부진한 경영 실적에 투자자들이 외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 2019년 매출 5305억원, 영업이익 14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11번가는 이후 2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11번가는 2020년 매출액이 5414억원, 영업손실은 649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2021년 1분기 매출은 1400억원, 영업손실은 265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11번가는 올해 2분기 매출액 1418억원, 영업손실 450억원으로 적자 폭이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11번가가 5년전 투자 유치 과정에서 IPO를 약속했지만 현재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11번가가 시장에서 제 값을 인정받으려면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개선이 매우 중요하지만 현재 11번가 모습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11번가 관계자는 “11번가는 △직매입 사업 확대 △아마존GS 경쟁력 강화 △충성고객 확보 △차별화서비스 제공 등 균형 있는 성장 전략을 계속 펼쳐 수익구조를 개선하겠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