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8.28 05:00 ㅣ 수정 : 2022.08.28 05:00
이 부회장, 바쁜 일정에서도 구내식당에 잇따라 등장해 직원과의 소통 강화 '식판경영', 실용주의 중시하는 개인 철학 반영 '뉴 삼성' 조직문화 활용해 권위주의 문화 탈피하고 수평적 조직 문화 조성 이 부회장, MZ세대 직원으로부터 전략 제품 보고 받아 '눈길'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재용(54·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 어느 기업 총수들보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모든 일정에서 현장경영 보폭을 넓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부회장 행보에서 유독 주목받는 행선지가 있다. 그곳은 바로 ‘구내식당’. 이 부회장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캠퍼스 반도체 R&D(연구개발) 단지에서도, 삼성엔지니어링 GEC(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도 구내식당에 모습을 드러내 화제를 모았다.
경영일선 복귀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기흥 캠퍼스에서 개최된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오후 1시로 예정돼 있던 기공식 참석에 앞서 기흥캠퍼스 내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식사를 하긴 했지만 다른 임직원과 마찬가지로 당일 점심 메뉴였던 ‘우삼겹 숙주라면’을 직접 배식 받아 기공식 참석자들과 함께 식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이재용 부회장, 식당· 사업장 방문해 직원들과 소통 넓혀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기흥캠퍼스 반도체 R&D단지를 찾은 닷새 만인 지난 24일 삼성의 설계·조달·시공(EPC) 사업과 관련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삼성엔지니어링 GEC를 방문했다.
이날에도 이 부회장은 어김없이 삼성엔지니어링 GEC 구내식당을 방문했다. 이날 방문은 삼성엔지니어링 직원이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사진을 게재하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이 부회장은 구내식당에서 식판을 들고 배식 순서를 기다린 후 음식을 직접 받아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일일 카메라맨’으로 활동해야 했을 만큼 이 부회장은 임직원의 사진 요청에도 흔쾌히 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구내식당 등장은 사실 삼성 임직원들에게 그다지 낯선 모습은 아니다. 그는 2020년에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삼성전자 반도체 자회사 세메스의 천안사업장,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삼성전자 온양사업장 등을 방문했을 당시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이 부회장식 ‘식판경영’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우선 이 부회장 경영스타일이 투영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부회장의 핵심 경영 키워드는 ‘실용주의’다. 그가 평소 권위와 형식보다 효율성을 가장 우선시하는 성향을 보이는 점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한 예로 이 부회장은 해외 출장 때 수행원을 동반하지 않고 직접 캐리어를 끌고 비행기에 탑승하는 등 기업 총수들 사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관행적인 의전'을 없앤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또 삼성이 보유한 전용기를 모두 매각해 해외출장 때에는 대부분 일반 승객들과 같은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내식당 방문 역시 바쁜 스케줄 가운데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무엇보다 임직원들과 스킨십을 통한 소통경영 확대의 하나라는 분석도 나온다.
구내식당 방문 외에 이 부회장은 기흥캠퍼스 반도체 R&D단지 기공식 이후 임직원들과 직접 간담회를 열어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했다. 또한 간담회 이후에는 직원들과 일일이 셀카를 촬영하며 격의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삼성엔지니어링 GEC 사내 어린이집을 찾아 어린이들에게 “엄마 아빠 어느 회사 다니니” 등을 물어보며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어린이집 운영 현황을 살피며 직원들의 이용 방법, 육아휴직 등을 직접 살피기도 했다.
이는 이 부회장이 그리는 '뉴 삼성'의 조직문화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뜻에 따라 권위주의 문화를 깨고 수평적 조직 문화를 조성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라 세트(DX)부문과 반도체(DS)부분을 각각 이끌고 있는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은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일상화하는 등 사내 소통 강화를 실천하며 조직문화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한 부회장은 타운홀 미팅에 소규모 티미팅을 통해 임직원들 의견을 공유하며 경 사장은 매주 수요일 오후 한 시간씩 실시간으로 방송과 채팅으로 임직원과 소통하는 ‘위톡’(Wednesday Talk·수요 대화) 행사를 진행 중이다.
■ 이 부회장, MZ세대로 부터 차세대 전략 제품 보고 받는 '파격' 눈길
이 부회장이 또한 최근 MZ세대(20∼40대 연령층) 임직원을 직접 대면해 전략제품 보고를 받고 소통하는 '파격'을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이 부회장이 2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MZ세대 직원들로부터 차기 전략 제품에 대한 보고를 받고 DX부문 MZ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번 전략 제품 보고는 차세대 전략 제품에 참여한 △제품/서비스 기획 △플랫폼 및 S/W 개발 △디자인 등 다양한 직군의 MZ세대 직원들이 이 부회장에게 직접 설명하는 이례적인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 부회장이 전략 제품과 서비스에 관해 경영진이 아닌 MZ세대 직원들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MZ직원들은 각자가 담당하고 있는 △마이크로 LED △Neo QLED △QD OLED TV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등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차기 제품의 특징과 콘셉트를 이 부회장에게 직접 안내하고 시연했다.
DX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VD·MX·생활가전·네트워크사업부 및 빅데이터센터 등에서 △제품·서비스 개발 △마케팅 △영업 등을 맡고 있는 MZ세대 직원들이 참석해 자유롭게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는 △MZ세대의 관심사와 고민 △MZ세대가 느끼는 삼성의 이미지 △미래 신사업 아이디어 △혁신적 조직문화 확산 방안 △경력 개발 로드맵 △회사 생활 애로사항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과 의견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와 VD사업부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향후 다른 사업장도 차례대로 방문해 직원들과의 소통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사면 후 복권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삼성의 정상적인 기업활동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인재, 사람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의미에서 직원들과의 스킨십과 소통은 바람직하며 앞으로도 계속 필요한 대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