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시험대 오르는 금융지주 회장들···‘비전 제시’에 운명 결정된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올해 임기가 종료되는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본격적인 연임 시험대에 오른다. 경영 기간 동안 회사의 실적 성장이나 조직 내·외 평판 등을 바탕으로 연임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조직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비전’ 제시가 큰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디지털 전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금융권 화두로 떠오른 트랜드에 대응한 경영 전략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중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전 종료된다. 각 금융지주는 회장의 임기가 끝나기 전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꾸리고 차기 회장 선정 작업에 들어간다. 회추위가 롱리스트·숏리스트 압축 작업 이후 최종 후보를 추천하면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회장으로 확정된다.
■ 재연임 도전하는조용병·손태승···실적 성장세는 합격점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내년 임기 종료 전 다시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과 손 회장은 지난 2020년 3년의 임기를 받고 회장직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다만 조 회장은 첫 임기가 2017년 3월부터 3년이었지만, 손 회장의 경우 우리금융 지주사 재출범(2019년 1월 11일)부터 우리은행장과 지주 회장을 겸직했기 때문에 첫 임기를 약 1년 2개월만 지냈다.
경영 성과를 평가할 가장 표면적 수치인 실적에선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모두 괄목할 성장을 이뤄냈다. 최근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가운데 주요 금융사들은 이자 이익 확대에 힘입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 2018년 연간 순이익 3조1567억원을 기록하며 3조 클럽에 입성했고, 2020년엔 4조190억원으로 4조 클럽에 발을 들였다. 올 상반기(1~6월)엔 1년 전보다 11.3% 증가한 2조720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는데, 이 흐름대로라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2019년 지주사 전환 이후 2020년 1조3073억원이었던 연간 순이익이 2021년 2조5879억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 상반기 순이익은 1조761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4% 늘었다.
■ 이제 실적은 기본 요건···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최우선 과제로
금융지주 회장 연임 평가에서 실적 성장은 기본 요건으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 조직을 이끌어갈 수장을 정하는 만큼 경쟁력 제고 및 지속가능성 확보 등 그들의 비전을 중점적으로 들여다 볼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과 손 회장 역시 그간의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 경영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최우선 과제는 그룹 포트폴리오 다각화다.
최근 주요 금융지주들 사이에선 ‘은행이 먹여 살린다’는 공식을 깨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카드나 증권, 생·손보사 등 그룹 내 비(非)은행 계열사 경쟁력 제고로 안정적 수익 기반을 다지겠단 것이다.
실제 조 회장은 취임 이후 공격적인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사업 영역 확대에 나섰다. 2019년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 2021년 BNP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각각 인수한 게 대표적 업적으로 꼽힌다.
이 결과 신한금융 이익 기반이 다변화했다는 건 주목할 부분이다. 2017년 신한금융 순이익에서 신한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56%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42%로 줄었다.
손 회장 역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적극적이다. 특히 우리금융은 전체 순이익 중 우리은행 비중이 80%를 넘길 만큼 은행 부문 의존도가 높다. 은행 실적에 따라 그룹 실적이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순이익 구조 분산은 필수적이다.
우리금융이 집중하고 있는 것 역시 M&A다. 약점으로 꼽히는 증권·보험사 부재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현재 우리금융은 증권사를 우선으로 두고 매물 찾기에 나섰다. 시장에서 추산하는 우리금융 M&A 투입 자금은 약 6조원 수준이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 숙원이었던 완전 민영화 작업 선봉에 선 인물이다. 우리금융이 완전 민영화 이후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가운데, 손 회장 임기 내 M&A가 성과를 보인다면 연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핀테크 공습 본격화···위기감 느낀 금융지주들, 디지털 전환 전략도 필수
최근 정보기술(IT) 기술로 무장한 핀테크 업체들이 금융권 곳곳에 침투하면서 기성 금융사들의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비대면 문화 확산이 가속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 전환에 실패한 금융사는 도태될 것이란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조 회장은 은행·카드 등 신한금융 자회사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며 금융권 디지털 트랜드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사의 디지털 플랫폼 전반을 ‘바르게, 빠르게, 다르게’ 운영해 빅테크·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앞서 나가자”고 말한 바 있다.
신한금융의 디지털 전환 전략은 ‘쉽고 편안한 금융’이라는 비전을 실천하는 데 있다. 신기술 기반 신사업 발굴과 상생 디지털 생태계 조성 등의 작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 빅테크와의 금융 경쟁에서 한 발 앞서나가겠단 구상이다.
디지털 전환 성공 열쇠는 기존 조직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데 있다는 게 평소 조 회장의 소신으로 알려졌다. 고객이 직접 플랫폼을 선택하고, 서비스를 주고받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조직 문화도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손 회장도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올 초에는 조직에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재창업’한다는 각오로 모든 역량을 디지털 대전환에 쏟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리금융의 디지털화를 본인이 직접 진두지휘하겠다고도 선언했다.
올해 우리금융 6대 경영 목표에도 ‘디지털 초(超)혁신 추진’이 포함됐다. 자회사들의 기존 플랫폼 서비스를 과감히 혁신하고, MZ(밀레니얼+Z) 세대 특화 플랫폼 구축으로 전 세대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기반 종합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단 계획이다.
특히 손 회장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소통’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의 변화 속도는 일일 단위로 점검해도 부족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우리금융은 실무진과 실무진, 실무진과 고객 사이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디지털 전담 조직 ‘레드팀’과 ‘블루팀’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