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진출한 삼성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정부의 자재 반입 불승인으로 선박 건조 '사실상 중단'

박희중 기자 입력 : 2022.08.26 17:52 ㅣ 수정 : 2022.08.26 17:52

삼성중공업 등 한국조선 기업 3곳, 자재 러 수출승인 지연에 원유·LNG 운송선 건조 사실상 중단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서방 제재 일환으로 우리 정부가 자재 및 부품 수출 승인 안내줘
즈베즈다 조선소, 서방 제재 안따르는 중국 조선업체에 선박 건조 맡기는 방안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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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 [사진=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삼성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등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의 조선기업 3곳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의 제재 여파로 선박건조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 제재에 따라 러시아, 벨라루스 등으로 수출하는 선박·해양 시스템·장비가 우리 정부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는 비전략 물자 57개 품목에 포함되면서 자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수주 물량에 대한 계약 파기가 이뤄지고 그 물량이 중국 조선업체에게 넘어갈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전쟁을 벌이는 러시아에 대한 서방제재에 동참하고 있지 않다. 

 

26일 연합뉴스 현지 발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연해주 소도시 볼쇼이카멘에 있는 즈베즈다 조선소에서는 삼성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등 한국의 조선기업 3곳이 러시아 측에 공급할 원유 운송선,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선 등을 건조하고 있다. 

 

앞서 2017∼2021년 이들 기업은 즈베즈다 조선소에 선박 20여 척을 공급하기 위한 수조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은 국내에서 제작한 선박 블록과 부품·자재 등을 즈베즈다 조선소로 가져가 조립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건조 중인 수백m 규모의 대형 선박들 가운데 쇄빙 기능을 갖춘 것은 러시아가 개발에 공을 들이는 북극해 항로에 투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후 국내 기업들의 선박 건조 작업이 난관에 부닥쳤다. 조선업체들은 선박 건조에 필요한 부품·자재 반입을 위해 정부에 수출 허가 승인을 신청했지만, 최근까지도 대다수 품목에 대한 승인이 나지 않으면서 현지 작업이 사실상 거의 중단된 상황이다.

 

즈베즈다 조선소 측에 단계적으로 선박들을 공급하기로 한 국내 한 기업은 당초 내년 초까지 대형 LNG 쇄빙 운송선 1척을 건조하기로 했지만, 현 상황이 계속된다면 기한을 지키기 어려울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전 블록과 부품 등이 모두 들어와 선박 조립은 끝냈지만, 아직 바다에 배를 띄우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수출 허가 품목인 선박용 페인트를 들여오지 못해 선박 도장 작업이 미뤄진 탓이다.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현지에 투입된 기술인력 상당수는 한국으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조선업체는 이미 국내에서 제작된 러시아 수출용 선박 블록과 자재 등을 별도로 임대한 국내 창고 등에 쌓아두고 있다. 하지만 수출승인 지연으로 보관 기간이 길어지면서 녹이 스는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로부터 선박 자재 납품을 의뢰받은 협력업체들 역시 피해를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 추진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즈베즈다 조선소 측이 당초 계약한 물량 일부를 취소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선박 건조 지연에 따른 손실 비용 책임을 두고 즈베즈다 조선소 측과 국내 기업 간 분쟁도 불가피해 보인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즈베즈다 조선소 측은 계약 취소에 대비해 중국 조선업체에 극지용 쇄빙 선박 건조를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현재 러시아 북극해 항로를 오가는 원유·LNG 쇄빙 운송선은 모두 한국과 러시아 조선업체 간 협업을 통해 건조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수출 물량에 대한 정부 승인 지연이 계속되면 향후 수주·생산 계획 수립이 어려워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며 "제재 이전에 이미 제작한 자재들부터 들여올 수 있도록 정부가 신속히 조치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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