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최태원 부자의 42년 희망가 ①] 최태원 회장, 9월 1일 취임 24주년...과감한 도전이 그룹 '무한 성장' 이끈 원동력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8.31 05:00 ㅣ 수정 : 2022.08.31 16:46

최태원 회장, 1998년 부친 타계로 38세 젋은 나이에 그룹 이끌어
업계서 알아주는 '사업 선구안' 갖춰...'반도체' 세계 최고기업으로 육성
최 회장 '뚝심 경영' 덕분에 재계 순위 '만년 3위'에서 '2위'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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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62·사진)이 2022년 9월 1일부로 그룹 회장 취임 24년을 맞는다.  최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후 SK그룹은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재계 2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뉴스투데이는 최 회장의 글로벌 리더십과 반도체 등 차세대 먹거리 공략을 위한 야심찬 사업 전략을 다룬 기획물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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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 [사진 = SK]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최태원 회장은 1998년 부친 최종현 선대 회장이 병환으로 갑작스럽게 타계하면서 38세라는 젊은 나이로 그룹을 이끌어 가게 됐다.

 

그러나 최 회장은 보란듯이 그의 리더십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지난 24년 간 그 어느 총수보다 그룹이 성장하는데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입증했다.

 

최 회장은 업계에서도 인정하는 뛰어난 선구안을 가진 인물이다. 에너지·석유화학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흘러가던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반도체’라는 새로운 실탄을 장전해 세계 초우량 반도체 기업으로 키워냈다.

 

그는 성장을 위한 과감함 변화도 서슴지 않았다. 기업이 돌연사(Sudden Death)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혁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기존에 그룹 성장 축을 담당하고 있던 에너지·석유화학과 ICT(정보통신)도 사업도 놓치지 않고 사업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며 로드맵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최 회장의 이 같은 ‘뚝심경영’은 16년 만에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SK그룹을 재계 순위 만년 3위에서 2위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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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지난 2012년 3월 26일 공식 출범했다. [사진 = SK하이닉스] 

 

■ SK 새 먹거리 발굴 출발점 ‘반도체’...'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탈바꿈한 그룹 효자 등극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는 지금은 그룹 ‘백조’로 높이 평가받지만 한때는 ‘재계의 미운 오리 새끼’라는 혹평을 받았다. 'SK하이닉스의 성공 스토리'는 최 회장의 뚝심을 보여주는 가장 단편적인 예다.

 

2009년 채권단에 의해 공동관리되고 있던 하이닉스가 시장에 매물로 나와 삼성·LG·포스코·한화·GS·효성 등 국내 주요 그룹사들이 하이닉스 인수 후보로 언급됐지만 누구도 하이닉스 손을 잡지 않았다.

 

하이닉스가 매각 시장에 나온 지 2년이 흐른 2011년 기적적으로 입찰에 성공했다. 모두가 하이닉스를 외면할 때 손을 내민 건 SK그룹이었고, 그 중심엔 최 회장이 있었다. 

 

당시 SK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는 에너지·화학 사업 ‘SK이노베이션’과 통신 사업 ‘SKT’(SK텔레콤)을 주축으로 형성돼 있었으며 수익구조도 이들 부문에 맞춰졌다. 하지만 이들 만으로는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한 최 회장은 새로운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그 번민을 해결하는 카드로 선택한 것이 하이닉스였다. 

 

물론 하이닉스 인수는 최 회장에게도 쉬운 도전은 아니었다. 하이닉스 매각금이 무려 3조원에 달했고 인수 후에도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에 잘 알려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 아무리 손에 꼽히는 그룹이라도 거액에 이르는 비용 부담을 지울 수 없었고 이 때문에 SK그룹 내부에서도 반발이 상당했다. 

 

최 회장은 자신 의견을 밀어붙이기보다는 반대하는 임원들에게 하이닉스 인수가 필요한 이유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인수하고자 하는지 등을 적극 피력했다. 이에 따라 당시 SKT사업개발부문장이던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최 회장 의견을 지지해 줬고 SK그룹은 SKT를 필두로 하이닉스를 3조4267억원에 단독 입찰했다.

 

여론은 SK가 하이닉스 인수합병으로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비판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출범식에서 “SK그룹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중대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최 회장은 자신의 신념을 토대로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사업 설비 투자는 2012년 3조9000억원으로 시작해 2018년 17조380억원까지 늘어났다. 연구개발비도 2012년 9000억원에서 2019년 3조2000억원으로 3배 이상 확대했다.

 

인수 첫해 2200억원의 영업손실로 출발한 SK하이닉스이지만 이듬해부터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하며 2013년 영업이익 3조3000억원을 달성했다. 반도체 시장 역대급 호황기로 알려진 2018년 영업이익이 20조8000억원까지 올라서며 영업이익이 인수 5년 만에 무려 6배 이상 빠르게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매출 13조8110억원, 영업이익 4조192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분기 기준 13조원대 매출은 이례적인 기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의 장기화로 반도체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가운데서도 SK하이닉스는 최 회장과 함께 순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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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이 지난 3월 11일 서울 을지로SK텔레콤 본사 수펙스홀에서 SK텔레콤 AI관련 구성원들과 AI 사업을 중심으로 한 회사의 비전과 개선 과제 등에 대해 토론했다. [사진 = SK]

 

■ ‘딥 체인지’ 전략이 이끄는 SK 주축 ‘에너지·석유화학·ICT’ 진화 

 

최태원 회장은 그룹이 무너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기존 사업 구조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2016년 확대경영회의에서도 “기업이 돌연사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 딥 체인지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그룹의 대표 사업영역인 에너지·석유화학과 정보통신 사업에 대해 미래가치에 초점을 맞춘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는 딥 체인지를 이끌었다. 

 

에너지·석유화학은 최태원 회장이 강조한 딥체인지가 무엇보다 절실한 영역이었다. 

 

부동의 국내 정유업계 1위 SK이노베이션도 위기를 맞았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2조5688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사상 최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정유산업이 침체한 영향이 컸지만 단순히 이 탓으로 만 치부할 순 없는 결과였다. 에너지 시장 흐름이 친환경으로 옮겨갔고 SK이노베이션 위기는 어쩌면 예고된 수순이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에너지 소재 회사’로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소재, 배터리 등 비정유사업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를 중심으로 분리막, 폐배터리 리사이클 등 그린 포트폴리오 강화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reen Transformation), 기존 사업을 플라스틱 리사이클 등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 △넷 제로(Net Zero·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 온실가스 배출 제로 조기 달성 등 ‘그린 중심 사업’ 핵심 전략을 추진 중이다. 

 

SKT는 통신회사와 투자회사로 쪼개는 지배구조 개편으로 딥체인지를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기존 통신사업을 유지할 존속회사는 ‘SKT’, 투자를 담당할 신설회사는 ‘SK스퀘어’라는 사명을 갖게 됐다. 

 

통신사업을 이어갈 SKT는 성장동력으로 AI(인공지능)를 채택했다. AI를 중심으로 핵심 사업 이동통신(MNO)을 비롯해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 전체 정보통신(ICT) 패밀리 상품과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혁신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3월 SKT는 AI 컴퍼니로 전환하기 위해 회사내 AI 전략 TF ‘아폴로’를 구성했다. 또 올해 3월 최 회장이 직접 AI 전략 로드맵을 수립·관리할 미래기획팀 신설과 아폴로TF 정규 조직화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이들 조직은 모두 최 회장이 직접 관리한다. 최 회장은 보수를 따로 받지 않는 미등기 임원 신분으로 SKT 회장직에 올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계열사 내 실무 단계부터 직접 챙김으로써 그간 두드러진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답보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AI 사업에 박차를 가하려는 최 회장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최 회장은 SKT 사내게시판을 통해 “글로벌 AI 컴퍼니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도전을 위한 기회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SK텔레콤 도전에 함께 하고자 한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SK그룹 ICT 산업 미래를 이끌 투자전문회사로서 분할된 SK스퀘어는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미래형 반도체를 포함한 혁신기술에 투자를 통해 SK하이닉스와 함께 반도체 에코시스템(Ecosystem)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현재까지 코빗, 온마인드, 그린랩스, 해긴 등 각각 가상자산, 디지털 휴먼, 농업혁신, 메타버스 기업에 투자하면서 올 상반기까지 반도체 영역에 투자가 없었으나 하반기부터 반도체 영역에 신규투자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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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 [사진 = 연합뉴스]

 

38세라는 다소 이른 나이에 총수 자리에 오른 그는 ‘30대 총수가 제대로 경영을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무색하게 그룹을 쾌속 성장의 길로 이끌었다.  최 회장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지금도 끝없이 새로운 경영 화두를 제시하며 재계 맏형으로 본보기가 되고 있다. 그는 여기에서 안주하지 않고 다시 또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전 세계를 강타한 경제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기업가치’를 중심으로 한 경영 전략을 재편한다. 고객 신뢰와 지지, 지속적인 혁신과 성장 방향성을 확보해 성장을 가속화하는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기업가치 성장 스토리)’ 재구성에 욕심을 내고 있다.  

 

SK와 최태원 회장이 새로 쓸 SK의 파이낸셜 스토리와 이를 통해 증명될 SK 가치는 어떤 모습일 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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