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이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와 실명계좌 계약을 맺었다.

 

코인원이 비대면 금융 서비스에 특화된 카카오뱅크와 손 잡으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NH농협은행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지는 과제로 떠올랐다.

 

2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코인원은 지난달 말 카카오뱅크와 실명계좌 계약을 마쳤다. 지금까지 인터넷은행을 실명계좌발급처로 둔 곳은 케이뱅크와 손 잡은 업계1위 업비트가 유일했다. 

 

업계에선 이번 계약으로 이르면 이달 말부터 카카오뱅크 계좌로 코인원 가상화폐 거래가 가능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 '업비트-캐뱅' 시너지 재현 기대

 

시장에서는 코인원이 이번 계약으로 ‘케이뱅크-업비트’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3년 전 빗썸과 선두다툼을 업비트는 실명계좌 계정 은행을 기존 IBK기업은행에서 케이뱅크로 변경한 뒤 시장 점유율 80%가 넘는 업계 1위 거래소로 도약했다. 

 

업계에서는 인터넷은행이 비대면 거래 서비스에 익숙한 20~40세 사이 젊은 세대가 주이용층이라는 점에서 가장자산 이용 접근성과 고객 확보 차원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가 월간순이용자 규모가 1300만명에 이르는 업계 점유율 1위 인터넷은행이라는 점에서 파급력은 더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상자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인원은 카뱅 제휴에 따라 시중은행보다 월등한 접근성, 이용자 편의성 제공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신규고객 유입, 점유율 확대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기타 가상자산 관련 비즈니스 분야에서의 협업 가능성도 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코인원은 현재 거래소 업계 선두권과 차이는 큰 편이다. 코인 시장 집계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1일 오전 기준 코인원의 하루(24시간) 거래량은 1억212만달러다. 업계 1위 업비트(13억1102만달러)는 물론 2위 빗썸(2억6022만달러)과도 1억달러 이상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실명계좌 은행으로 거래를 이어왔던 NH농협은행과의 관계다. 코인원은 지난 3월 25일 NH농협은행과 1년 단위 재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카카오뱅크와의 계약은 NH농협은행과 계약기간이 7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이뤄졌다.

 

코인원이 카카오뱅크 계좌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금융당국 신고 절차를 거쳐야한다.

 

아직 코인원은 카카오뱅크와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계약만 체결하고 금융당국 신고절차는 밟지 않았다. 거래소가 계약기간이 남은 상황에서 다른 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코인원과 NH농협은행이 계약해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인원이나 카카오뱅크 모두 계약 체결이후 반년 넘게 사업을 미루는 것이 부담될 수 밖에 없는데다 아직 암묵적으로 금융당국이 거래소와 복수은행간 계약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농협은행 계약해지 유력, 원만한 이별 가능할까 

 

거래소가 2개 이상 복수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 받는 것이 현행법상 불법은 아니다. 다만 여러 은행의 계좌를 통해 거래가 이뤄질 경우 자금 흐름 추적이 어려워 불법 자금 세탁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사실상 업계에서는 ‘1거래소-1은행’ 실명계좌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어 거래소 입장에서는 복수은행 체제를 시도하기 힘들다.

 

또 NH농협은행과 계약해지를 한다면 과정이 원만하게 진행될지 관건이다. NH농협은행으로서는 금융권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의 수익원이 갑자기 사라지게돼 중도 계약해지에 반발할 수도 있다. 

 

이에 결과적으로 코인원에게 귀책 사유가 있는 만큼 NH농협은행이 계약해지에 대한 위약금 등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또 코인원이 앞으로 카카오뱅크 실명계좌를 활용하기 위해 농협은행과 연동해온 시스템을 이전하는 기술적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여기에는 농협은행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다. 

 

일각에서는 코인원과 농협은행이 별다른 잡음 없이 원만하게 관계를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코인원이 카카오뱅크와 계약 논의가 지난 3월부터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러운 계약이 아니라면 사전에 농협은행과도 계약 해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을 가능성도 크다.

 

또 농협은행은 코인원 외에도 업계 2위인 빗썸과 계좌 발급 계약을 맺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보다 자금세탁 등 가상자산 관련 사고에 대한 부담이 컸다. 가상자산 시장이 미래 사업으로 가치가 있다곤 하지만 당장 시중은행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 지난해 상반기 농협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와 맺은 거래로 인한 수수료 이익은 62억원에 그쳤다. 

 

농협은행으로서는 두 곳의 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실명계좌를 발급하는 것은 당장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단 위험이 더 클 수 있다.

 

아직 계약 종료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해 공식화하지 않았다. 코인원과 농협은행은 모두 카뱅과의 계약 이후 절차에 대해 “아직 명확하게 확정된 것이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계약유지가 어려운 만큼 내부적으로 계약 종료를 염두에 두고 관련 절차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사는 계약을 종료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계약해지를 위한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다만 코인원 계약과 관련해 이용자 피해 방지 등 전체적인 부분에 대해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