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무역수지 적자, 韓 증시 하방경직 우려...환율·수출입 업종 주가 영향
무역수지 5 개월 연속 적자... 수입은 원유·가스 급증에 역대 최대
반도체 수출 7.8%↓, 26개월 만...삼성전자·SK하이닉스 2%대 급락
무역적자, 강달러에 1350원대 또 연고점… 13년 4개월 만 최고치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우리나라의 8월 수출입 지표가 부정적으로 집계되면서 국내 수출업종의 주가 및 원·달러 환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수지 흑자 또는 적자 규모는 환율뿐 아니라 기업들의 실적에도 영향을 주는 중요 지표이기 때문에 관련 지표의 변동성은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 무역수지 5개월 연속 적자...수입은 원유·가스 급증에 역대 최대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566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동월보다 6.6% 늘었다.
지난해 8월(532억 달러) 기록한 최고 실적을 웃돌며 역대 8월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우리 수출은 2020년 11월 이후 22개월 연속 증가세다.
품목별로는 15대 주요 품목 중 6개 품목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석유·자동차·이차전지 수출액은 역대 월간 기준 1위 기록을 경신했고, 이중 이차전지 수출액은 역대 1위다.
반면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수요 약화와 가격 하락 등의 여파로 7.8% 줄어 26개월 만에 감소했다. 선박(-25.8%)과 무선통신(-20.7%), 석유화학(-11.7%), 디스플레이(-5.7%) 등도 줄었다.
지난달 수입액은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원과 원부자재 수입이 증가하면서 28.2% 늘어난 661억5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다.
특히 에너지 수입액은 1년 전(96억6000만 달러)보다 91.8% 늘어난 185억2000만 달러로, 수입 증가세를 주도하며 무역 적자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
이로써 지난달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94억7000만달러(약 12조7000억원)의 적자를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5개월 연속 적자다.
수출은 한 자릿수 증가에 그친 반면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 하면서 수입이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 반도체 수출 7.8%↓, 26개월 만...삼성전자·SK하이닉스 2%대 급락
국내 수출의 약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가 지난달 7.8% 감소하면서, 2020년 6월(-0.03%) 이후 2년2개월 만에 역성장했다.
이에 전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가 2%대 급락했다. 반도체 수출이 마이너스 전환하며 반도체 및 국내 경기둔화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코스피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잔자(005930)는 전 거래일 대비 2.18% 밀려나 5만8400원에, SK하이닉스(000660)는 2.94% 빠져 9만24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가격의 가파른 하향 조정이 예상되는 등 연내 수출단가 하방 압력 확대가 우려된다고 조언했다.
8월 수출에서 IT 품목들도 부진했다. 반도체(-8%)와 무선통신기기(-21%), 컴퓨터(-30%)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고인플레이션에 따른 구매력 저하와 과잉 재고로 수요가 둔화해서다.
한국 수출의 하단을 방어한 품목은 자동차(+36%)와 정유(+114%)다. 전년보다 개선된 차량용 반도체 수급과 친환경차 시장 확대에 힘입어 미국향(+56%)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정유는 항공유 중심의 석유 수요가 회복되고, 정기보수 이후 높아진 정유사 가동률이 맞물려 아세안(+267%) 및 EU향(+2,160%)으로 수출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 둔화,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라 하반기 한국 수출 증가율은 한 자릿수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적자는 연간 누계로 247억달러를 기록 중이다”며 “중국의 경기 둔화,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라 하반기 한국 수출 증가율은 한 자릿수로 둔화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 무역적자·강달러에 1350원대 또 연고점…13년 4개월 만 최고치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전일 외국인·기관이 각각 3586억원, 8325억원을 순매도해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6.44포인트(2.28%) 내린 2,415.61에 장을 마쳤다.
8월 무역수지 적자가 악재로 작용하면서 증시뿐 아니라 원·달러 환율까지 영향을 미쳤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환율에 민감한 외국인 투자자 수급에 타격을 입어서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하루만 17.3원 급등한 1354.9원을 기록했다. 이날 장중 1355.1원까지 치솟으면서 연고점을 다시 갈아치웠다.
고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29일(1357.5원) 이후, 종가 기준으로는 2009년 4월 28일(1356.80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올해 누적된 무역적자 규모가 역대 최대로 확대했다는 소식은 원·달러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강달러와 위안화를 강타했다. 아시아 장에서 달러 인덱스는 109선대로 올라섰고, 역외 달러-위안(CNH) 환율은 6.91위안대를 등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경계감이 높아지면서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연준의 강경한 긴축 의지에 강달러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우리나라의 경기둔화 우려까지 더해 본격적인 원·달러 상승장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향후 글로벌 경기 둔화세와 에너지 리스크를 고려할 때 무역 적자 흐름은 이어갈 가능성이 크며, 이는 한국 경기 펀더멘털이 더욱 취약해질 조짐으로, 원화 가치의 하방 압력은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외적인 요인(위안화 약세, 연준의 긴축 기조)뿐만 아니라 한국 경기의 펀더멘털이 약해지면서 달러·원 환율은 1350원을 다시 한번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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