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폐지론'위기에 몰렸던 삼성전자 엑시노스, AP시장서 ‘나 홀로 성장' 배경은
삼성전자 '엑시노스', 발열·성능저하 논란에 골머리 앓아
부정 여론과 갤럭시 전용 AP 개발 가능성에 폐지론 불거져
삼성 “엑스노스 최고 AP 브랜드로 키우겠다” 밝혀 논란 잠재워
과거 명성 되찾으려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AP 점유율 높여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흔히 '스마트폰의 심장’이라고도 불린다. AP는 스마트폰을 포함한 각종 이동통신 단말기에서 각종 응용프로그램(앱) 구동과 그래픽 처리를 담당하는 등 핵심 시스템반도체 가운데 하나다. PC로 따지면 중앙처리장치(CPU) 역할을 하는 AP는 스마트폰 성능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애플도 별도의 AP를 보유하고 있다.
애플은 반도체 사업을 따로 하고 있지 않아 2007년까지 퀄컴이나 삼성전자가 설계한 AP를 사용해오다 2010년부터 자체 설계 AP ‘A시리즈’를 사용해 왔다. 애플은 이후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반도체 설계 기술 경쟁력을 키워 애플의 A시리즈는 AP시장에서 성능이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는 대표 AP ‘엑시노스’ 시리즈를 내놨다. 엑시노스는 시스템온칩(SoC)을 포함한 모바일 프로세서 브랜드다. 시스템온칩은 시스템과 내장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후 탑재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만든 반도체 칩이다.
엑시노스는 한때 퀄컴 '스냅드래곤'과 함께 수많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약방의 감초'처럼 탑재되는 스테디셀러 AP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엑시노스는 최근 수년간 발열, 성능 저하 논란 등으로 홍역을 치르며 속앓이를 해야 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2014년 이후 내수용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에 거의 대부분 엑시노스를 탑재해 오다 올해 출시된 갤럭시 S22 국내 판매 모델에 퀄컴 AP 스냅드래곤을 사용해 삼성전자가 엑시노스를 포기한다는 루머도 돌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최근 엑시노스를 세계 최고 모바일 AP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올해 2분기 세계 모바일 AP시장에서 주요 사업자 출하량이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프리미엄을 뺀 보급·중저가형 엑시노스 출하량이 큰 폭으로 증가해 삼성전자 포부에 힘을 실어줬다.
■ '갤럭시 전용 AP’ 개발 공언에 엑시노스 폐지 가능성 ‘솔솔’
애플은 아이폰은 물론이고 아이패드, 애플 워치, 노트북, 데스크톱에 이르기까지 전 제품에 자사에서 직접 설계한 AP만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제품 간 운영체제(OS), 소프트웨어 호환이 매끄럽고 최적화 향상으로 기기 성능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 덕분에 애플 제품 유저 만족도는 상승됐고 이른바 ‘애플 생태계’가 구축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 사정은 다르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 비중이 크기 때문에 원가를 줄이기 위해 중화권 ODM(제조업자개발생산) 물량을 늘려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범용성(여러 분야나 용도로 널리 쓰일 수 있는 특성)이 우수한 다른 업체 AP가 사용되기도 했다.
갤럭시 엑시노스 시리즈 역시 다른 회사 모바일 기기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범용성이 잘 갖춰진 제품이다. 범용성이 큰 AP 성능이 미흡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애플 A시리즈처럼 제품을 특정해 치밀하게 설계된 AP보다 범용성이 큰 AP가 최적화와 호환성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올해 초 삼성전자가 진땀을 뺐던 ‘갤럭시 S22 GOS(게임최적화서비스) 논란’도 결국 AP와 얽혀있다. 첨단 게임 등 고사양 앱이 구동될 때 AP에서 열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막기 위해 도입된 GOS 기능이 오히려 제품 성능을 떨어뜨린다는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S22 GOS 논란은 삼성전자가 갤럭시에 최적화된 AP를 사용했더라면 발열 문제 등 문제점을 처음부터 막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의식한 듯 삼성전자는 갤럭시 전용 AP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올해 3월 임직원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GOS 논란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갤럭시만의 AP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태문 사장의 이 발언은 엑시노스 존폐 논란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최근 출시된 갤럭시Z 플립4·폴드4에 엑시노스가 아닌 스냅드래곤이 적용됐고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3' 시리즈에도 엑시노스가 탑재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정적인 여론과 갤럭시의 엑시노스 비중 축소, 여기에 갤럭시 전용 AP 개발 가능성까지 열리자 엑시노스 시리즈가 점차 자취를 감추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가 엑시노스와 갤럭시 전용 AP를 모두 개발하는 건 무리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 삼성전자 “엑스노스 최고 AP 브랜드로 키우겠다”
엑시노스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쏟아지자 삼성전자는 지난달 엑시노스 개발 리더들이 직접 나서 이러한 논란을 불식시켰다.
김민구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SoC개발실장(부사장)은 삼성전자 뉴스룸에 게재된 ‘엑시노스 개발 리더들이 SoC를 말하다’ 시리즈를 통해 “SoC 경쟁력을 앞세워 ‘엑시노스’를 전 세계인들이 믿고 쓰는 최고의 모바일 AP 브랜드로 인정받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엑시노스의 판매 호조 신호탄도 삼성전자의 이 같은 목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전자의 AP 시장점유율은 2018년 12%, 2019년 9.7%, 2020년 8.7%로 갈수록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엑시노스는 최근 중저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2년 2분기 퀄컴, 애플 등 주요 모바일 AP 업체 출하량이 1분기에 비해 줄어든 반면 삼성전자 보급형 엑시노스 출하량은 유일하게 2분기에 증가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제품을 제외한 엑시노스 출하량은 1분기 1490만 대에서 2분기 2280만대로 약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삼성전자가 주요 모바일 AP 업체 가운데 유일한 출하량이 늘었으며 중저가형 AP인 엑시노스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엑시노스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여전히 부진하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삼성전자 모바일 AP 시장점유율도 1분기 4.8%에서 2분기 7.8%로 3% 포인트 증가했지만 대만 미디어텍(34.1%), 퀄컴(21.8%), 애플(16.6%), 중국 유니SOC(9.0%)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에서 엑시노스가 흥행 조짐을 보이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그러나 엑시노스가 퀄컴과 양대 산맥을 이뤘던 과거 명성을 되찾으려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AP 점유율이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갤럭시 전용 AP가 개발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전용 AP 경쟁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가 AP 시장에서 입지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향후 엑시노스의 존재감 등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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