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뒤늦게 ‘RE100’ 열차 올라 탄 삼성전자…'초격차 환경기술'로 난관 극복하나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9.19 02:50 ㅣ 수정 : 2022.09.19 02:50
'초전력 반도체로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목표로 한 '新환경경영전략' 선언 삼성전자 연간 5억대에 달하는 각종 제품 만드는 글로벌 사업 펼쳐 삼성전자 전력 사용량 서울시 전체 가정용 전략 사용량 약 1.8배 수준 한국, 신재생에너지 발전 여건, OECD 회원국 평균치에 턱없이 못 미쳐 국내 재생에너지 가격도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높은 점도 해결과제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삼성전자가 혁신기술을 통해 기후위기 극복에 동참하기 위해 대대적인 ‘新(신)환경경영전략’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 달성과 함께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100%를 이루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제시했다.
반도체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TV, 가전에 이르기까지 전자산업 모든 영역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전력을 가장 많은 사용하는 제조기업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이 같은 기후위기 해소를 위한 의욕적인 행보는 긍정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삼성전자가 계획대로 목표를 순탄하게 달성할 수 있을 지 여부는 미지수다. 전 세계를 상대로 글로벌 경영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가 막대한 전력 수요를 재생에너지에서 모두 충당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이 미미한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압력단체는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100% 목표 달성 시점을 오는 2030년까지 앞당기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 삼성전자, 2050년까지 ‘탄소중립·RE100’ 실현 목표 설정
삼성전자는 전력 소모가 큰 반도체 사업과 함께 전 세계 32개국에 걸친 생산 네트워크에서 휴대폰, TV, 가전 제품 등 연간 5억 대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는 방대한 글로벌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2021년 기준 삼성전자 전력 사용량은 25.8TWh(테라와트시)로 세계적인 IT(정보기술) 제조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서울시 전체 가정용 전력 사용량 14.6TWh의 1.76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만일 삼성전자가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바꾸면 약 70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 생기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많은 양의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배출하는 탄소의 양도 엄청나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배출한 탄소량은 1700여만t(톤)에 달한다. 이는 자동차 800만대를 운행했을 때 나오는 탄소량에 버금간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글로벌 경영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만큼 친환경 경영의 중요성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도 전력사용으로 발생하는 탄소 간접배출을 줄이기 위해 세계적인 이니셔티브(Initiative, 목표 달성을 위한 행동) RE100(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 100%를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국제 기업 간 협약 프로젝트)에 가입하고 오는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바꾸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향후 5년 내 △서남아시아 △베트남 △중남미 △동남아 △CIS(독립국가연합) △아프리카 등 해외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목표를 차례대로 달성할 계획이다. 특히 TV·가전 등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은 오는 2027년까지 국내외에서 모두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성취할 방침이다.
■ 한국, 재생에너지 공급여건 여의치 않아...삼성전자 목표 달성에 그림자 드리워
삼성전자가 야심찬 친환경 경영 전략을 제시했지만 한국은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여건이 여의치 않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실시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실적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43%로 '선진국 클럽'이라고 불리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치 30%에 훨씬 못미친다.
이를 보여주듯 ‘RE100 2020’ 연례보고서에는 재생에너지 전환이 어려운 10개국 안에 한국이 포함됐다. ‘RE100 2021’ 연례보고서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국내외 RE100 가입 기업 53개사 가운데 절반 이상인 27곳이 한국을 ‘재생에너지 조달에 장벽이 있는 국가’로 지목했다고 밝혔다.
국내 재생에너지 가격도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이미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한 미국이나 중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단가(LCOE)는 석탄·원자력과 비슷하거나 낮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석탄·LNG(액화천연가스)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기업이 재생에너지로 전환했을 때 지불해야 하는 부담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국내 제조기업 RE100 참여 현황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RE100 참여에 가장 큰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 ‘비용 부담(35.0%)’이 가장 많았다.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라 생산라인을 계속 늘리고 있는 삼성전자는 전력 사용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바꿀 경우 비용도 비용이지만 세계 최정상급 제조업체로서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이 부실할 경우 자칫 삼성전자의 계획 달성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활용을 계속 늘리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어려움과 불확실성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탄소 감축이라는 전 지구적인 노력에 함께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며 “단순히 에너지 구매자로서의 기업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동종 업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압력단체, 삼성전자에 “목표시기 2030년으로 앞당겨라” 압박
시민사회단체 등 압력단체는 삼성전자가 새롭게 내놓은 환경경영전략을 환영하고 있다. 다만 이들 단체는 삼성전자가 목표 시점을 2050년에서 2030년으로 20년 가량 앞당겨야 한다고 압박해 논란이 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늦은 감이 있지만 국내 최대 기업이자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삼성전자가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100% 전환이라는 글로벌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이번 선언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단체는 "다만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2050년에야 달성하겠다는 삼성전자 목표는 부족하다”며 “삼성전자가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면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목표를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재앙적인 기후위기를 대응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은 향후 10년이다. 2050년 목표는 너무 늦다”며 “이번 발표를 계기로 삼성은 RE100 회원사 평균 수준인 2030년까지 공급망을 비롯해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100%를 달성할 수 있도록 목표를 훨씬 앞당기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압력단체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재계는 기술혁신이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이전부터 '에너지 효율 1등급' 등 고효율 제품 개발을 추진하는 등 친환경 사회 건설에 나름 노력해왔다"며 "전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 추세를 감안할 때 삼성전자가 초전력 반도체 등 또다른 초격차 환경기술로 현재 어려움을 해소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