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KT·LGU+ 등 통신3사, 요금제 넘어 AI·플랫폼으로 진검승부
[뉴스투데이=이화연 기자] 국내 이동통신 3사가 통신 요금제를 넘어 인공지능(AI), 미디어·콘텐츠, 플랫폼 사업으로 제2의 도약을 꿈꾼다. 제2의 도약을 일궈내기에는 아직 사업 초기 단계지만 이들 3개 업체들은 승기를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SKT)은 ‘AI 서비스 컴퍼니’라는 타이틀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KT는 ‘디지코’(DIGICO·디지털 플랫폼 기업)를 넘어 ‘글로벌 테크 컴퍼니’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여기에 최근 LG유플러스(LGU+)도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을 뜻하는 ‘U+ 3.0’ 시대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통신 3사 모두 비(非)통신 사업 추진을 위한 담금질을 마쳤다.
이는 통신사업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확실하다는 위기감에 따른 생존 전략으로 풀이된다. SKT가 우위를 점한 구독 서비스와 메타버스에 LGU+가 도전장을 냈으며 3사 모두 미디어·콘텐츠 사업에 야심을 드러내는 것도 이러한 점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 SK텔레콤은 AI, KT는 디지코, LG유플러스는 플랫폼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분야는 AI다. SKT는 올해 초 ‘SKT 2.0 시대’를 선언하고 △유·무선 통신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아이버스(AIVERSE) △커넥티드 인텔리전스 등 5대 사업군을 '신(新) 성장동력'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유영상 SKT 대표는 최근 자사 뉴스룸 칼럼을 통해 “SKT의 향후 10년 성장 스토리는 통신업을 재정의해 수익모델(BM)을 혁신하는 ‘AI 대전환’”이라고 언급했다.
SKT가 특히 주목하는 사업은 올해 5월 베타 서비스를 론칭한 ‘에이닷(A.)’이다. 에이닷에는 초거대 AI 기술이 적용돼 고객이 원하는대로 AI 캐릭터를 만들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다.
이에 질세라 KT도 광폭행보를 펼치고 있다. KT는 올해로 민영화 20주년을 맞아 향후 20년을 위한 디지털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달 30일 열린 민영화 20주년 기념식에서 디지코 사업을 강화하며 새로운 20년을 향한 ‘글로벌 테크 컴퍼니’로 도약하겠다고 다짐했다. KT는 시가총액이 2013년 6월 이후 9년만에 10조원을 돌파한 원동력도 디지코 사업에 있다고 분석했다.
KT가 디지코로 전환을 선언한 것은 지난 2020년이다. 디지코는 AI,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전환(DX) 서비스를 뜻한다. KT는 현재 B2B(기업간 거래)에서 인터넷데이터센터(IDC)와 AI컨택센터(AICC)를, B2B(소비자 대상)에서 AI로봇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라이프스타일, 놀이, 성장케어, 웹3 등 4대 플랫폼 사업을 중심축으로 중장기 성장전략을 추진하는 ‘U+ 3.0’ 시대를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차별화된 구독 서비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유아동 교육 콘텐츠 등을 통해 고객경험 혁신을 이루겠다는 포부다.
이를 통해 5년 뒤인 2027년 비통신사업 매출 비중을 지난해보다 2배 많은 40%까지 크게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업가치도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12조원까지 키우겠다고 밝혔다.
■ 메타버스는 SKT ‘이프랜드’가 주도권…LGU+ ‘가상오피스’ 준비
SKT는 지난해 7월 14일 국내 게임회사 제페토에 대항할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출시했다. 이후 이프랜드는 1년여 만인 올해 6월 87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각종 기업, 단체로부터 2000건이 넘는 제휴 러브콜을 받았다. 실제로 이프랜드에는 삼성전자 등 유명 브랜드 신제품 론칭 행사는 물론 메타버스 개표방송·오디션 등이 진행되기도 했다.
SKT는 이달부터 이프랜드에 수익 창출 시스템을 더한 이프랜드2.0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프랜드 포인트’ 제도를 신설해 모임을 운영하는 호스트에게 후원할 수 있도록 했다. 아바타 의상을 제작할 수 있는 ‘이프랜드 스튜디오’도 오픈했다. 향후 이프랜드 포인트를 통해 의상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성공 경험을 토대로 SKT는 유럽,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중동 등 주요 지역별 대표 통신사들과 손잡고 글로벌 시장으로 이프랜드를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재택과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폐쇄형 메타버스 서비스 ‘U+가상오피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곳에는 회사 구성원들이 아바타로 자유롭게 채팅하고 업무를 협업할 수 있다. 올해 임직원과 일부 고객사를 대상으로 클로즈 베타 버전을 실험하고 내년 정식 출시 예정이다.
■ SKT ‘우주패스’ 가입자 130만…LGU+도 ‘유독’ 키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8월 31일 이동통신 사업자 최초로 구독 플랫폼 ‘T우주’를 선보였다. T우주의 월간 이용자 수는 130만명을 넘어섰다. 연령대별로는 40대(26%)와 30대(25%)가 많았다.
T우주는 ‘우주패스 올’과 ‘우주패스 미니’ 2가지 상품으로 출발해 현재 ‘우주패스 라이프’ ‘우주패스 슬림’까지 총 4개 라인업(제품군)을 보유하게 됐다. 월간 이용료는 제공하는 서비스 가짓수에 따라 다르다. 우주패스 올과 라이프는 9990원, 우주패스 미니는 4900원, 우주패스 슬림은 2900원이다. 온라인 쇼핑몰 할인, 해외직구 무료배송을 기본 혜택으로 제공하며 본인 취향에 따라 부가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SKT는 최근 T우주 연간 이용권을 출시하며 장기고객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올해 7월 출시한 구독 플랫폼 ‘유독’은 가입비가 0원이다. 쓸모 없는 서비스까지 한 번에 구독해야 하는 비효율을 제거한 것을 강조했다. 유독은 약 4500종 서비스 가운데 고객이 원하는 것만 골라 할인가에 구독할 수 있다. 2개 이상 선택하면 할인폭은 더 커진다.
정수헌 LG유플러스 컨슈머부문장(부사장)은 지난 7월 유독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유독은 LG유플러스 첫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자 ‘와이낫(Why Not?) 2.0’ 캠페인 포문을 여는 서비스”라고 소개한 바 있다.
■ 토종 OTT 1위 넘보는 CJ-KT 연합군, ‘키즈 넷플릭스’ 꿈꾸는 LGU+
전 연령대가 사랑하는 OTT 서비스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KT는 토종 OTT 1위로 도약하기 위해 티빙과 시즌의 합병을 결정했다. LG유플러스는 IPTV를 ‘OTT TV’로 발전시키기 위해 킬러 콘텐츠 제작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KT는 지난해 3월 미디어·콘텐츠 컨트롤타워 ‘KT스튜디오지니’를 출범시켰다. KT스튜디오지니는 올해 들어 CJ ENM으로부터 1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케이블채널 재정비에 돌입했다. 그 결과 KT스튜디오지니 산하 ENA 채널에서 방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국민 드라마로 인기를 끄는 경사를 맞았다.
KT와 CJ ENM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OTT 합병까지 성사시켰다. KT의 ‘시즌’을 CJ ENM의 ‘티빙’이 흡수하는 방식으로 통합 티빙은 이용자 수 560만명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국내 서비스되는 OTT 가운데 넷플릭스에 이어 2위 규모이며 토종 OTT로는 ‘웨이브’를 밀어내고 1위 자리를 꿰차게 된다. 합병 예정 기일은 올해 12월 1일이다.
LG유플러스는 4대 플랫폼 가운데 놀이 플랫폼 측면에서 IPTV를 OTT TV로 진화시킬 구상을 갖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 디즈니+(디즈니플러스) 등 자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OTT 라인업을 강조하고 있다. 향후 팬덤이 탄탄한 아이돌, 스포츠 분야에서도 자체 콘텐츠를 제작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 IPTV 서비스의 핵심인 ‘U+아이들나라’는 모바일 중심의 ‘키즈 OTT’로 업그레이드한다. 교육에 필요한 교보재 상품을 맞춤형으로 제안하는 커머스 플랫폼까지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키즈 넷플릭스’라는 호칭을 거머쥐겠다는 복안이다.
SK텔레콤은 웨이브 대주주로 있다. 또한 SK텔레콤 계열사 SK브로드밴드는 자회사 미디어에스 유상증자(250억원)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디어에스는 2049 세대를 겨냥한 ‘채널S’를 지난해 4월 개국해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