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채용 소송' 낸 모 은행 특별퇴직자 83명, 대법원 상고심서 승소..재채용 단서 달았던 '희망퇴직' 사업장에도 영향 줄 듯

박희중 기자 입력 : 2022.09.30 16:07 ㅣ 수정 : 2022.09.30 16:08

대법원, "임금피크제 대신 특별퇴직했다면 재채용 사유"
근로기준법 97조,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못 미치는 근로계약은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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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임금피크제 대신에 재채용을 전제조건으로 한 특별퇴직을 선택했던 모 은행 직원들이 '재채용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은행측은 특별퇴직자들을 재채용할 사유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은행과 직원간의 근로관계가 종료됐으에도 불구하고 근로관계가 유지되던 시기에 취업규칙 등을 통해 행한 약속은 이행돼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결의 큰 취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재채용을 조건으로 특별퇴직을 선택한 다른 은행 및 기업들에서 퇴직직원 재채용 러시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와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9일 A씨 등 모 은행의 퇴직자 83명이 사측에 "고용 의무를 이행하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퇴직자들의 손을 들어준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 은행 노사는 2009년 임금피크제 개선안에 합의했다. 만 56세가 된 노동자는 '임금피크제 적용'과 '특별퇴직' 중 한 가지를 고를 수 있게 했다.

 

노동자가 특별퇴직을 선택하면 계약직 별정 직원으로 재채용해 최장 만 58세까지 계약을 갱신하고 월 200만원의 급여를 지급한다는 점도 합의에 포함됐다. 

 

그런데 은행 측이 2015∼2016년 특별퇴직한 A씨 등을 재채용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은행 측은 특별퇴직자들에게 재채용 기회는 부여하겠지만 재채용이 취업규칙상 의무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채용 기회'를 준다는 내용으로 노사 합의를 변경했다는 것이다. 이에 A씨 등은 은행이 고용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에서의 쟁점은 당초 이 은행 노사의 '별정직 재채용' 합의가 취업규칙에 해당하는지였다.

 

은행 측은 취업규칙에서 정하는 복무규율이나 근로조건은 '근로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A씨 등이 요구한 재채용은 '퇴직' 이후의 '채용'이기 때문에 근로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 종료 후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이라고 해도 '존속하는 근로관계'와 직접 관련되는 것으로서 근로자의 대우에 관해 정한 사항이라면 이 역시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채용에 관한 노사 합의가 취업규칙의 효력을 갖는다는 의미다.

 

'재취업 기회'만 주기로 퇴직자들과 다시 합의했다는 은행 측 항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 개별 합의가 있었다고 해도 전체 노사 합의 내용에 비해 노동자에게 불리하면 인정될 수 없다고 봤다. 근로기준법 97조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못 미치는 근로계약은 무효라고 규정한다.

 

이번 판결은 임금피크제의 선택 사항으로 특별퇴직을 시행하면서 재채용 조건을 부여한 다른 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력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당사자의 자발적인 퇴직을 유도하려고 재채용 단서를 단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법원 관계자는 "(퇴직) 노동자로서는 재채용 조건이 근로조건에 해당함을 인식해 권리 구제를 도모할 수 있고, 사용자에게도 제도 시행과 관련한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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