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취임 100일 맞은 '김동연 브랜드 '(상)] '기회복지'로 '공존의 경기도' 시동, 지지확대지수 1위로 정치적 가능성 열어
김동연 지사의 기회 복지론= "소외 계층에게 발전기회 제공할 때 전체를 아우르는 성장이 가능"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오는 8일로 취임 100일째를 맞이한다. 김동연 지사는 광역자치단체장을 넘어서는 차기 대선주자군에 속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 정책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임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과 상당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도 관전 포인트이다. 취임 이후 김 지사의 정책행보를 중심으로 '김동연 브랜드'의 가능성과 방향을 분석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김동연 경기도 지사가 새로운 리더로서 표방했던 경기도정 운영 방향은 ‘기회의 경기’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7월 4일 취임사를 통해 “우리 삶의 모든 문제는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 더 나은 기회와 직결돼 있다”라며 “경기도가 ‘기회수도’가 되면 경제, 교육, 복지, 문화, 행정 등 모든 부문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취임사는 정치인의 진짜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선거가 끝난 뒤 발표되기 때문에 표심잡기와는 무관하다. '기회'는 김 지사가 내건 정책 화두다. 복지정책 분야에서는 '기회 복지'의 모습으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소외된 계층에게 소득창출, 출산, 취업 등의 기회를 제공해야 전체의 발전이 가능해진다는 대선주자 시절의 지론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회복지'를 통해 소외계층이나 소외세대를 발전의 트랙위로 끌어올림으로써 전체를 아우르는 성장과 발전이 가능해진다는 게 김 지사의 철학이다.
■ 정치권 관계자, "김동연 지사의 '기회복지'는 기본소득과 달리 선별적 복지 성향"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견임을 전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기도지사로서 정치와 정책 역량을 인정받음으로써 단기간에 중앙정치의 중심으로 부상했다"면서 "그 후임인 김동연 지사는 이재명 대표와는 색깔이 다른 정책 노선을 선보임으로써 시선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대출이라는 기본시리즈를 통해 정책이슈를 주도했는데 이는 한마디로 강력한 '보편적 복지정책'를 어젠다로 제시한 것"이라면서 "이에 비해 김 지사는 어려운 계층, 가치있는 존재이지만 혜택이 부족한 계층 등에게 실효성 높은 '기회 복지'를 제공하려 한다는 점에서 '선별적 복지정책'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 선별적 복지 노선=예술인, 사회 취약계층, 청년, 장애인 부부 등에 대한 기회 제공
실제 뉴스투데이가 3개월 동안 진행된 김 지사의 복지관련 발언 및 정책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장 인상적인 복지정책 개념은 '기회 복지'다. 전반적으로는 '선별적 복지'라는 방향성을 드러내고 있다. 김 지사는 선별적 복지를 통해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해 도민 전체를 아우르는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는 구상에 시동을 걸었다.
김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도지사를 취임할 때부터 기회를 강조했다. 부총리로 공직을 마무리하고 2년 넘게 전국에서 만난 많은 분들이 겪는 어려움이 기회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많은 기회가 우리 사회의 역동성을 높이고 더 고른 기회가 양극화를 줄여 포용과 상생의 공동체로 나가는 길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 시절의 복지 정책인 기본소득이 모두에게 지급되는 ‘보편적 복지’라면, 김동연 지사의 기회소득은 특정 계층에게 집중된다. '사회에서 가치를 창출하지만, 시장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상이다.
김 지사가 취임이후 복지강화를 구체적으로 거론한 대상은 예술인, 사회 취약계층, 청년 등으로 압축된다.
우선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기회소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일정 수준의 문화창작 활동을 한다면 그 가치를 인정해 소득 보전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일단 시범적으로 지역화폐를 통해 기회소득을 지원하는 ‘창작지원금’ 시범사업을 도내 5개 시군에서 추진했다. 또 장기 과제로 삼아 정책연구용역에 필요한 재원 5000만원을 이번 제2회 추경안에 반영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 가구'에 대한 기회 제공도 강조했다.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은둔·고립형 위기 가구를 발굴할 ‘위기이웃 발굴단’을 발족했으며, 경기신용보증재단 등 금융공공기관과 연계한 복지 서비스 강화 계획을 마련했다.
김 지사의 핵심 공약이었던 청년과 청소년에 대한 기회는 더욱 포괄적으로 다뤘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 7월 14일 ‘2022년 경기도 인구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저출생의 가장 큰 원인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이를 없애기 위해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청년들이 일할 기회, 사업할 기회, 공부할 기회, 결혼할 기회 등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고른 기회 제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국의 청년들이 그 찬란한 존재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기회를 갖고 있다는 인식을 분명히 한 것이다. 청년층 복지 강화 역시 '선별적 복지'의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민선 8기, 경기도의 인구변화와 인구전략’을 발표했다. 출산 정책과 관련해 결혼한 부부의 출산이라는 사회보편적 가치를 넘어 장애인부부, 고령 난임부부, 미혼모·부, 청소년모·부 등 아이의 출생을 원하는 모든 경기도민을 지원할 계획이다. '모든 경기 도민'이라는 개념에는 출산 지원으로부터 소외된 계층에 대한 선별적 복지를 강화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셈이다.
■ 정치적 성과=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지지확대지수 1등 차지...범진보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에선 4위에 머물러
김동연 지사의 100일 성과는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9월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발표한 2022년 8월 광역자치단체 평가에 따르면 김동연 지사는 지지확대지수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지지확대지수란 당선 득표율 대비 현재 지지도의 증감을 살펴보는 조사로 직무수행과정에서 지지층을 어느 정도 확대했거나 잃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이다. 지지확대지수가 100을 넘어가면 임기 초에 비해 지지층이 늘어난 것이고 100에 미달되면 지지층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지사는 해당 지표에서 117.1점을 기록해 2위인 울산시장(98.5)과 18.6점의 차이를 벌이며 전국 1등을 차지했다. 유일하게 자신의 득표율을 상회한 광역자치단체장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6.1지방선거 당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0.15%p라는 미세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는 사실을 상기할 경우 이와 같은 조사 결과는 유의미하다. 취임 직후 비상경제를 내걸고 민생 및 복지정책 실천을 시작했던 만큼, 그간의 경제정책 성과가 지지확대지수라는 지표로 드러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차기 대권 주자 조사에서는 지지확대지수 조사와는 상이한 결과가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가 지난 9월 29~30일 이틀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범진보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6%로 4위를 기록했다. 1위인 이재명(42%) 민주당 대표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김 지사가 지지확대지수가 100을 넘긴 유일한 광역자치단체장이라는 점에서 볼 때, '기회복지'는 김동연 브랜드의 가능성을 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회복지'라는 정책 개념이 아직 중앙정치의 핵심 이슈로 진입하고 있지 못하다는 현실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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