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 차기 행장 선임 시동...정부·중앙회 신경전 재현되나
수협은행장 후보 접수. 김진균 행장 등 5인 등록
새 정부 출범·공적자금 상환 후 첫 행장 선임
중앙회·정부 측 행추위원간 최종후보 신경전 예고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Sh수협은행이 새 은행장 선임 작업 착수했다. 현 김진균 은행장을 비롯해 내부출신 인사만 4명이 후보자로 등록한 가운데 또다시 내부출신 은행장을 탄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지난 7일 차기 행장 후보자 서류접수를 마감했다. 접수 마감 결과 김진균 현 행장을 비롯해 강신숙 수협중앙회 금융담당 부대표(상무), 권재철 전 수협은행 수석부행장, 김철환 전 수협은행 부행장, 최기의 KS신용정보 부회장 등 5인이 행장 후보로 등록했다.
수협은행 은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는 이들 중 오는 14일 면접 대상자를 선정하고, 이달 말 최종 후보자를 추천할 예정이다.
현 김 행장의 임기가 오는 11월 10일 만료됨에 따라 수협은행은 새로운 행장 선임에 착수했다.
■ 내부출신 4인, 비(非) 수협 1인 ‘변수’
후보자 등록 접수 결과 연임에 도전하는 김 행장을 포함해 총 4명의 후보자가 수협 내부출신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수협은행장은 지난 2001년 수협중앙회가 수협은행의 독립사업부제를 실시한 이후 민간과 관료 출신이 번갈아 맡아왔다.
하지만 모두 외부인으로 수협 출신 은행장은 김 행장이 처음이었다. 최근 수협중앙회가 수협은행 출범을 위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공적자금을 상환하면서 독립경영 기치를 올린 가운데 또다시 내부출신 은행장이 탄생할지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첫 내부출신 행장 타이틀을 따낸 김 행장은 이번에 연임에 도전한다.
김 행장은 1992년 수협중앙회에 입사 후 대전지점장, 서울 영등포지점장과 압구정역지점장, 충청지역금융본부장을 거쳤다. 2001년 수협은행 출범 이후 인천영업본부장, 기업그룹장 부행장, 경영전략그룹장 수석부행장을 지내다 은행장까지 올랐다.
김 행장 임기 중 개선된 실적은 연임에 긍정적인 신호로 꼽히고 있다. 취임 1년만인 지난해 수협은행은 전년대비 21.8% 증가한 2216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뒀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익도 작년 절반을 넘어서는 1315억원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금리상승기로 인해 이자수익이 크게 늘면서 전반적인 실적개선에는 성공했지만 비이자부문 적자폭이 지난해 상반기 230억원에서 285억원으로 커지면서 수익 다각화 등 은행 체질 강화 측면에서는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일한 여성 후보인 강신숙 부대표(상무)도 유력한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강 상무는 지난 1979년 수협중앙회에 입사해 개인고객부장, 심사부장, 중부기업금융센터장, 강북지역금융본부장, 강남지역금융본부장, 마케팅본부장 등을 지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수협은행 부행장을 역임하는 등 중앙회와 은행을 아울러 금융 부문 전문가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2016년엔 중앙회로 자리를 옮겨 첫 여성 등기임원에 선임됐다. 여성금융인 네트워크 등 대외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권재철 전 수석부행장은 1989년 중앙회에 입사해 마케팅 담당 부행장, 경영전략 담당 수석부행장 등을 지낸 뒤 2019년말 퇴임했다. 수협중앙회 영업부장을 거쳐 수협은행으로 이동한 김철환 전 부행장은 지난 2019년 12월 퇴임했다. 두 후보 모두 수협 내부출신이지만 현직에서 물러난 이후 별다른 활동이 없다는 점에서 열세로 평가받고 있다.
유일한 비(非) 수협 출신인 최기의 부회장은 국민은행 출신으로 2010년 국민은행장 직무대행, 2011년 KB국민카드 대표, 2015년 부산파이낸셜뉴스 사장 등을 지냈다.
■ 공적자금 상환 후 첫 은행장…정부·중앙회 신경전 벌이나
이번 수협은행장 선임은 수협중앙회가 공적자금을 모두 상환한 이후 진행되는 첫 인선이라는 점에서 유독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인 2001년 수협중앙회 신용사업부문에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했다. 이후 2016년 신용사업부문이 수협은행으로 분리독립시키면서 공적자금은 수협은행의 배당금을 재원으로 분할 상환돼왔다. 은행 수익을 본연의 목적인 어업인 지원에 쓰겠다며 중앙회가 지난달 29일 잔여 공적자금 7574억원을 예금보험공사(예보)에 국채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조기 상환을 단행했다.
이로써 수협은행은 공적자금 상환을 위한 배당금 지출 부담이 줄어들게 됐고 이 자금을 어업인 지원은 물론 외형성장에 투입할 여력도 확보하게 됐다. 특히 나랏빚을 갚은 만큼 중앙회 중심의 독립경영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국채가 만료되는 2027년까지 아직 완전히 공적자금을 상환한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번 차기 수협은행장 선정 과정에서도 정부 측 의견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협은행 행추위원은 중앙회 추천 인사 2명, 해양수산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에서 각각 추천한 3명의 사외이사가 참여한다. 현재 행추위원은 김정길 1·2구 잠수기 수산업협동조합장(수협중앙회 추천)을 위원장으로 최요한 보령수협 조합장(수협중앙회 추천), 김종실 수협은행 사외이사(해수부 추천), 한명진 수협은행 사외이사(기재부 추천), 김성배 수협은행 사외이사(금융위 추천) 등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최종 행장 후보로 선정되기 위해선 행추위 재적 위원 3분의 2인 4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결국 새 행장을 선임하기 위해선 중앙회와 정부가 내세운 행추위원간 의견이 어떻게 조율되느냐가 핵심이다.
이미 지난 2020년 행추위 당시 임준택 수협중앙회장과 정부 측 위원이 지지한 후보가 엇갈리면서 행장 선출이 지연되기도 했다.
올해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데다 중앙회에선 공적자금 상환을 기점으로 독립경영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이에 이번 신임 행장 선임 과정에서 신경전은 더 치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강 상무의 경우 금융 부문 성과는 물론 여성 금융인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어 중앙회 측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김 행장의 경우 정부 측에서는 안정적인 경영 등을 이유로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비 수협 출신인 최기의 부회장이 정부 측에서 내세운 후보일 가능성도 있어 이번 차기 행장 경쟁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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