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화되는 부동산PF 우려… '중소형' 증권사 리스크 더 크다

임종우 기자 입력 : 2022.10.22 07:03 ㅣ 수정 : 2022.10.22 10:28

‘디폴트’ 레고렌드 ABCP 2050억원어치에 증권사 10곳 투자
지난 1분기 부동산 PF 익스포저 28조8436억원…역대 최대
“중소형 증권사 우발부채 상당액 PF와 브릿지론으로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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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자산 시장이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며 지난해 증권사들의 실적을 이끌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가 리스크로 돌아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PF 대출이 연쇄적으로 중단될 경우 금융권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형사에 비해 중소형 증권사들이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양정숙 무소속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10곳과 멀티에셋자산운용 등은 최근 채무 불이행(디폴트)이 발생한 레고랜드 개발 PF 유동화증권(ABCP)에 투자했다.

 

이들이 투자한 금액은 총 2050억원어치로, 그중 신한투자증권이 가장 많은 물량인 550억원을 신탁 형태로 보유했다.

 

이어 IBK투자증권이 250억원, 대신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이 200억원씩을 각각 고객 계좌를 통해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DB금융투자 각 150억원, 유안타증권·KB증권 각 50억원 등을 고객 계좌에 보유했고, 멀티에셋운용은 펀드로 100억원을 편입했다.

 

해당 증권사들은 모두 법인투자자 계정으로 ABCP를 편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개인투자자 계정이 포함되지 않아 개인투자자 손실 우려는 없으나, 증권사 고유계정 편입분도 없어 관련 피해는 온전히 고객에게 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는 이에 대해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한 법원 회생 신청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부동산 리스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1분기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4.7%로, 지난해 말(3.7%) 대비 1%포인트 올랐다. 2019년 말과 비교하면 3배 넘게 상승한 수준이다.

 

지난 1분기 증권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총 28조8436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치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여의도국제금융센터(IFC) 인수에 이어 강원도 레고랜드 ABCP 부도 사태까지 연이어 발생하면서 국내 PF 시장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전체 자기자본 대비 PF 대출과 사업 초기 브릿지론의 비중이 큰 중소형 증권사가 대형사보다 더 큰 리스크에 노출된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국내 주요 증권사 24곳의 PF대출과 브릿지론 대출의 비중은 전체 자기자본의 39%에 달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형사가 37%였던 반면, 중형사(47%)와 소형사(49%)는 거의 절반에 육박했다.

 

브릿지론이란 개발사업을 본격화하기 전 토지를 매입하고, 인허가 등 기본적인 운영에 요구되는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침체된 시장에서는 본 PF로의 진행 여부가 불투명해 자금을 회수할 수 없을 가능성도 커진다.

 

게다가 브릿지론의 경우 후순위로 편입되는 경우가 많아 부실 발생 시 상환 순서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중소형 증권사들의 우발부채 상당액이 부동산 PF와 사업 초기 브릿지론으로 구성돼 있다”며 “부동산 경기에 따라 지금보다 건전성 관리 부담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PF 부실화는 브릿지론에서 표면화되고 있다”며 “관련 채무보증과 자산 비중이 큰 증권사나 캐피탈, PF 대출펀드 중심의 운용사부터 리스크카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본PF 사업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증권사간 경쟁이 심화됐으나, 올해 들어 브릿지론의 본PF 전환이 지연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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