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부산 이전 드라이브, ‘졸속이행’ 정치권 질타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인 KDB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이 국회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근 강석훈 산은 회장이 이전 의지를 드러낸 데 이어 임원진 교대 근무 등 이전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졸속이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정치권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경영진이 부산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강석훈 산은 회장이 오는 26일 부산 해양금융종합센터를 방문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자리한 부산 해양금융종합센터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의 선박 관련 조직이 모인 금융 협의체로 금융 활성화와 해양도시 상징성을 부여해 부산에 조성된 금융 기관이다.
이달 말부터 수석부행장과 부행장 등 임원진들의 부산 일일 교대 근무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강 회장이 법 개정 없이도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이전을 위한 작업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산은, 부산행 속도…이전 부지 확정·임원 교대근무 검토
이미 금융당국과 산은은 부산에 이전 부지를 확보하는 등 구체적인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회가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계획’에 따르면, 금융위와 산업은행은 이미 지난 4월 부산시와 이전 실무협의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부지는 부산문현금융단지 내 유휴부지로, 부산시는 총사업비를 4000억 원으로 계획하고 있다. 사옥은 45개 층 내외로 건설할 예정이다.
나아가 금융위원회는 산업은행 본점의 핵심기능을 부산으로 이전하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서울 잔류가 불가피한 업무를 선별해 잔류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졸속이전 등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제시한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위해선 관련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현행 산업은행법 제4조 제1항은 산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금융당국과 산은의 이전 작업이 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현행법이 산업은행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한 것은 산업은행의 핵심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서울에 위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법 개정 없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위법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부산 이전 실효성과 적절성에 의문을 품고 있는 야당의 반발이 커 정치권 갈등도 본격화됐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20일 진행한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도 핵심 쟁점은 본점 이전 문제였다. 특히 야당 의원들의 졸속이전 우려와 비판이 주를 이뤘다.
■ 정무위 국감 화두...야권 '졸속이전' 질타
김한규 의원은 강 회장에게 “부산 이전 추진계획을 제출하라고 자료 요구를 했을 때 ‘검토한 바 없다’고 답변하고선, 불과 일주일도 안 돼 지방 이전 전담 조직 출범안이 나왔고 이틀 뒤 직원 10명을 이전 추진단으로 발령했다”며 “10일도 안 돼서 이전 준비단이 완성된 건데, 직원들이 졸속으로 국회를 무시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은 “임직원이나 노조 설득도 중요하지만, 국회를 상대로도 왜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는지, 왜 부산인지, 본점 이전으로 영업상의 손실은 없는지, 정책금융에 지장은 없는지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의 박성준 의원도 “윤 대통령이 부·울·경 메가시티 공약을 파기했는데 산업은행의 부산 이점만 되면 지역균형발전이 되는 것이냐”며 “산업은행 이전만 덜렁해서 큰 그림 없이 균형발전이 이뤄지겠냐”고 산은 이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산은의 부산 이전에 대한 불확실한 태도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은행이 (임직원) 몇 명 내려 보낸다고 해서 해결 안 된다”며 “어떤 정확한 로드맵을 만들어서 가져와야지, 부산지역과 노동조합에 모두 희망고문을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야당 의원의 질타 속에서도 부산 이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강 회장은 “산은 이전을 통해 새 역할을 하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법 개정으로 동의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국회의 역할이고 산은의 역할은 정부가 내린 임무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 설득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부행장을 중심으로 국회의원을 찾아 설득하고 있다”며 “적절한 시간이 되면 제가 직접 찾아가 설득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