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우 기자 입력 : 2022.10.23 07:36 ㅣ 수정 : 2022.10.23 19:33
중대재해법, 안전사고 발생한 사업장의 CEO 형사처벌도 가능 인공지능(AI)이나 로봇은 '효율성' 뿐만 아니라 '안전성'도 제공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최근 일부 작업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한 근로 환경’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인력 미배치와 기술 미비, 장비 미적용 등 각종 물리적 결함으로 인해 일부 기업들이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욱이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안전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의 경우 최고경영자(CEO)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안전사고 방지'가 핵심 과제 중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유수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인공지능(AI)이나 로봇 등 신기술이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효율성 뿐만 아니라 안정성도 제공한다는 것이다. 로봇 형태의 ‘개’나 ‘뱀’에 이어 사물인터넷(IoT)를 적용한 장구나 AI 솔루션 등도 적용되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울산CLX에 ‘로봇개’와 ‘로봇뱀’ 도입
SK이노베이션은 자사 핵심 사업장인 SK 울산콤플렉스(CLX)에 첨단 로봇을 도입한다. 울산CLX가 도입한 로봇은 이른바 ‘로봇개’로 불리는 4족 보행 로봇 ‘스폿(SPOT)’과 뱀이 기어가는 듯한 모습의 ‘가디언S’ 등 2종이다. 두 종의 로봇은 826만㎡의 울산CLX에서 시설 안전을 점검하는 데 쓰일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번 로봇 도입을 통해 근로자의 안전한 근무 여건 조성과 안정적 설비 운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울산CLX의 면적은 여의도의 약 3배에 달하는 데다 약 60만㎞ 규모의 파이프라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세심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
두 로봇은 다양한 기능의 기기 및 센서와 결합해 사용자들이 원하는 기능들을 갖출 수 있다. 스폿은 시·청각 및 인지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물건을 잡거나 옮기는 물리적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
가디언S는 직선형 움직임은 물론 S자 형태의 이동도 가능하며, 자성을 갖고 있어 금속 벽과 계단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
두 로봇 모두 카메라를 내장해 배관이나 설비 사이 틈처럼 사람이 진입하기 어려운 부분을 확인하는 데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또 사람의 오감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소음과 진동측정 등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기능을 고도화해 향후 화재 초기진압 및 시설물의 3차원 스캐닝 등 특수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관희 SK에너지 혁신기술실장은 "두 지능형 로봇투입을 계기로 울산CLX는 더 첨단화된 안전한 사업장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 LG유플러스-현대엘리베이터, 全 현장에 공동 개발 스마트 ‘안전장구’ 및 시스템 구축
LG유플러스와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21일부터 현대엘리베이터 설치 현장 근로자 전원에게 IoT 안전장구를 보급하고, 모든 현장에 스마트 안전 시스템을 구축했다.
스마트 안전장구는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자들을 위한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고, 중대재해의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자 LG유플러스와 현대엘리베이터가 공동 개발한 솔루션이다.
양사는 올 초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스마트 안전장구 시스템을 함께 개발해 왔으며, 본격 도입 전인 지난 4월부터 150여명의 현장 작업자를 대상으로 현장 실증을 진행해 사용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했다.
해당 안전장구는 IoT센서 3종(안전모·안전고리·안전벨트 센서)과 비콘 센서, 작업자 전용 앱, 관제 플랫폼으로 구성돼 있다. 이를 통해 작업자가 높은 장소에서 엘리베이터를 설치 시 빅데이터 기반 머신러닝 기술로 안전모 턱끈이나 안전고리의 체결 여부를 관리하고, 미체결 시 작업자에게 알려 추락 사고를 방지한다.
양사는 이번 시스템 도입을 계기로 엘리베이터 설치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 사고나 인명 피해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번 도입을 시작으로 고소 작업이 진행되는 작업 현장에 스마트 안전장구 보급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정한 현대엘리베이터 CSEO는 "높은 곳의 작업이 불가피한 승강기 설치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선제적으로 스마트 안전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앞으로도 모든 근로자가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작업 환경 개선과 시스템 개발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승훈 LG유플러스 스마트인프라사업담당은 "고객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몇 달간 현장 고객 VOC 기반으로 제품을 수차례 수정했고, 이를 통해 현장 작업자가 사용하기 쉬우면서 안전을 예방하는 솔루션을 만들 수 있었다"며 "엘리베이터 설치 현장을 시작으로 다른 추락사고 위험 현장으로 확대되어 중대 재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현대모비스, 자체 개발 AI 솔루션 창원공장에 적용
현대모비스는 자체 개발 인공지능(AI) 솔루션을 활용해 생산공정 안전사고 예방에 나섰다. 비디오 분석과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생산라인의 작업자 안전을 크게 개선하고, AI와 스마트 팩토리 관련 선행기술을 내재화한다는 차원이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개발에 성공한 비디오 분석 AI 기술을 차량용 부품을 생산하는 창원공장 조립라인에 우선적으로 적용한다.
이번에 구축한 AI 시스템은 고사양 산업용 PC와 이미지 센서, 로직 제어기를 연동해 실시간으로 작업자의 위치와 동작을 감지하고 위험을 사전 방지하는 기술이다.
현대모비스는 작업자 인식 AI 알고리즘과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자체 개발하고 현장 구축에 성공하면서 향후 다양한 공정에 적용 가능한 비디오 기반 공장 이상감지 AI 선행기술을 확보했다.
해당 알고리즘과 시스템 전반에 대한 특허출원도 마쳤으며, 이를 통해 현장 안전관리 강화와 생산 효율화를 동시에 꾀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AI 솔루션은 기존 에어리어(Area) 센서를 통해 감지하기 어려웠던 안전 문제를 실시간 영상 처리를 통해 해결했다. 라인에 설치된 이미지 센서를 통해 전송되는 영상을 ‘작업자 인식’ AI 알고리즘이 실시간 분석, 작업자의 위험영역 진입을 감지하고 로봇과의 충돌을 미연에 방지한다.
또 ‘자세 추정’ AI 알고리즘에 기반해 작업자의 주요 관절 등 신체구조나 위험동작까지 인식해 위험구역 내 더 철저한 안전관리 기능을 제공한다. 조립라인에 롤테이너(대차)를 교체 투입하는 과정에서 작업자와 생산로봇 간의 충돌을 사전 차단해 설비 중단을 최소화하고 생산 효율도 높아질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창원공장 조립라인에 AI 솔루션을 적용한 데 이어 딥러닝 모델 및 데이터 관리체계 구축을 고도화하고, 향후 더 많은 생산공정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김천 소재 램프공장 등 일부 라인을 대상으로도 솔루션 시범 적용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