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옵티머스’, 아직 갈길 멀지만 무시 못 할 가능성 보여줘! (하)
테슬라 데이는 늘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지난 9월 30일에 있었던 「2022 AI Day」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에는 특히 ‘옵티머스(Optimus)’라는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의 실물이 공개되는 자리였다. 실물 공개 후 옵티머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다양한 평가 의견을 살펴보면서, 옵티머스의 미래가 일론 머스크의 과장된 ‘뻥’인지 아니면 휴머노이드 로봇의 모호함을 ‘뻥’ 뚫어줄 또 다른 신세계로의 인도인 지 판단해보자.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Seeing is believing)”라는 외국 속담이 있다. 테슬라의 「2022 AI Day」에 이 속담을 적용하면 많은 부분 수긍하게 된다. 게다가 실물을 보았다면 더욱 믿게 될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보지 못한 것은 믿을 수 없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이날 이벤트에 대한 전문가, 미디어, 일반 대중들의 반응에서 옵티머스가 테더(안전 줄) 없이 실제로 걷는 라이브 데모는 가장 인상적이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실물이 아닌 (잘 갖추어진 환경에서 작동하는) 영상화면 또는 일론 머스크의 ‘혁신가다운 주장’은 상대적으로 의구심을 갖게 만들기도 했다.
• 옵티머스의 현재 버전, 인상적이지만 구식이란 의견...
우리는 믿는 대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엇갈린 견해가 나올 수 있다.
많은 사람에게 인상적이었다는 옵티머스의 (8개월 만의) 걸음마도 전문가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옵티머스의 현재 버전은 타사의 로봇보다 현저히 뒤떨어진다는 의견도 다수 제시되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0년 이상 다양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작해 왔는데, 10년 전 그들의 모델은 옵티머스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옵티머스는 걸음걸이가 불안정해 보였고 최신 버전이었지만 엔지니어팀은 로봇이 넘어지지 않도록 따라다녀야 했다. 시연에서 보여준 움직임은 20년 전 혼다의 ‘아시모(Asimo)’보다 덜 인상적이었다고 말한 전문가도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를 비롯하여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의 ‘디지트(Digit)’, 카와다 로보틱스(Kawada Robotics)의 ‘넥스테이지 필리(Nextage Fillie)’, 핸슨 로보틱스(Hanson Robotics)의 ‘소피아(Sophia)’ 등 많은 로봇이 이미 머스크가 옵티머스에 제안한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수년에 걸쳐 현장에서 활약 중인 로봇도 있다.
크리스티안 후비키(Christian Hubicki) 플로리다주립대 조교수에 따르면, 옵티머스는 걸을 때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ZMP(Zero Moment Point)’라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 같은데, 이는 1990년대부터 다양한 형태로 적용되었다고 한다.
매우 안전하지만 실제 사람들은 이렇게 걷지 않기 때문에 2022년 현시점에서 감동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ZMP: 2족보행 로봇은 균형을 유지하는데 두 다리만 사용하기 때문에 보행을 위해 한 발이 지면에서 떨어진 경우 균형 유지가 매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론으로 ZMP를 사용해 왔다.
• 테슬라의 강점인 FSD 관련 기술 적용도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
액추에이터 관련 지적도 이어진다.
‘Engineered Arts’의 CEO인 윌 잭슨(Will Jackson)은 옵티머스의 구동과 관련하여, “특이한 상하/좌우 움직임의 손목과 발목을 제외하고는 구식 액추에이터 시리즈 체인에 불과하다. 운동학(kinematics) 측면에서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혹평하였다.
그리고 현재의 방식은 제어를 복잡하게 만들고 효율성을 낮추며 복잡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테슬라가 옵티머스를 정말로 2만달러 아래 가격으로 제공하기를 원한다면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AI Day 당시 소개했던 두 번째 옵티머스 프로토타입은 테슬라의 FSD(Full Self-Driving) 기술을 구동하는 동일 컴퓨팅 하드웨어의 변형을 사용한다. 테슬라의 한 엔지니어는 배터리 팩의 용량이 2.3kWh로 하루 종일 작업하기에도 완벽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기자동차 메이커인 테슬라의 FSD 관련 그동안의 실적/데이터/전기차 경험 등을 감안했을 때, 전문가들은 해당 분야의 다른 모든 회사를 능가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런 것을 보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하루 종일 작업에 2.3kWh로 충분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도 있다. 실제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디지트에 장착되는 배터리는 가벼운 작업을 수행하면서 3시간 정도 지속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 2.3kWh로 하루 종일 작업할 수 있다고? 이를 어찌 그대로 믿겠는가.
테슬라의 「2022 AI Day」 행사에서 ‘비전(Vision)’을 보지 못했다는 의견도 여럿 등장했다.
“Rebooting AI”의 저자 게리 마커스(Gary Marcus)는 옵티머스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없음을 언급하였다. 왜 이런 방식으로 로봇을 구축하는지, 왜 단순히 팔(arm)만 있는 것이 아닌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하려는지 등의 정당화가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또한 모터 제어(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이미 잘하고 있음)의 기초를 넘어 정말로 필요한 AI의 인지 부분을 구축하는 방법에 대한 비전이 거의 없었다는 점도 함께 제시했다.
• 리쿠르트 측면에서는 성공, 많은 인재 활용하여 꿈 실현 기대
테슬라가 1년도 안되는 기간 동안 보여준 휴머노이드 로봇의 성장 과정과 진화 수준은 감동적일 수도 있고 수준 이하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 시연 없이 선언했던 향후 개발 여정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머스크의 “또다른 ‘뻥’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여전히 의구심을 갖게 한다.
머스크는 이번 AI Day 행사의 목적은 「인력 채용」이었다고 처음부터 선언했었고 그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UCLA의 데니스 홍(Dennis Hong) 교수도 리쿠르트 측면에서 AI Day 행사는 대성공이었다고 평가했다.
로봇과 AI 관련 분야의 많은 인재가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여정에 참여하여 머스크의 ‘혁신가다운 주장’이 ‘호피움(Hopium, hope+assumption)’이 아닌 ‘현실’이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