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수협은행장 선정 원점으로...‘내부자? 뉴페이스?’ 후임자 오리무중
은행 행추위 재공모 결정...다음달 7일 추가 후보 면접
행추위, 외부인물 추가 피력...당국 출신 참여 여부 주목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차기 수협은행장 선정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5명의 후보군을 대상으로 수협은행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가 면접을 실시했지만 최종 후보군을 뽑지 못하고 재공모 절차를 밟기로 했다.
27일 수협은행에 따르면 행추위는 지난 25일 서울 양재 더케이호텔에서 5명의 수협은행장 후보에 대한 면접을 진행했다. 이날 면접에는 후보자 공모에 신청한 김진균 현 행장과 강신숙 수협중앙회 금융담당 부대표, 권재철 전 수협은행 수석부행장, 김철환 전 수협은행 부행장, 최기의 KS신용정보 부회장 등 5명이 참여했다.
재공모 기간은 이달 31일까지다. 추가 면접 대상자는 내달 4일 선정, 7일 추가 후보자 면접을 진행하고 차기 은행장 최종 수협은행장 후보자를 결정할 계획이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행추위에서 재공모를 결정했다”며 “재공모 이후 면접 등 일정은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행장 후보로 선정되기 위해선 행추위 재적 위원 3분의 2인 4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해 행추위원 간 이견 조율이 중요하다.
수협은행 행추위는 중앙회 추천 인사 2명, 해양수산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에서 각각 추천한 3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현재 행추위원은 김정길 1·2구 잠수기 수산업협동조합장(수협중앙회 추천)을 위원장으로 최요한 보령수협 조합장(수협중앙회 추천), 김종실 수협은행 사외이사(해수부 추천), 한명진 수협은행 사외이사(기재부 추천), 김성배 수협은행 사외이사(금융위 추천) 등 5명이다. 구도상 중앙회 측 인사보다 정부 측 인사가 1명 많다.
하지만 양 진영에서 지지하는 후보자가 다른 경우가 적지 않아 수협은행장 선출 과정은 매번 순탄치 않았다. 그간 수협 측과 정부 측 위원 간에 갈등으로 앞선 두 차례 행장 선출 당시에도 재공모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에는 행장 공모 과정에서 재공모에 재재공모까지 3차례 공모 과정을 진행해 우리은행 출신의 이동빈 전 행장이 최종 후보로 결정된 바 있다.
2020년에도 1차례 재공모 절차를 거쳐 현 김진균 행장이 선임됐다. 당시 임준택 수협중앙회장과 정부 측 위원이 지지한 후보가 엇갈리면서 행장 선출이 지연되기도 했다. 중앙회 측은 김철환 전 부행장을, 당국 측은 손교덕 KDB산업은행 사외이사를 지지했지만 양측 반대로 무산돼 재공모를 진행했다.
이번 재공모 결정 배경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 다만 정부 측 행추위원들이 외부 인사에 대한 추가 공모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면접에서 중앙회 출신 인사가 아닌 후보는 최기의 부회장이 유일했다.
행추위가 재공모 결정으로 차기 수협은행장이 누가 될지 더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업계에서는 추가 후보자 접수를 위한 재공모인 만큼 기존 5인이 아닌 새로운 인물이 선정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당국 출신 인사가 추가 후보 접수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면접을 본 기존 5명도 후보자명단에 포함키로해 가능성은 남아있다. 만족할 만한 추가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기존 후보군 중에서 정부 측 위원과 중앙회 측 위원이 협의를 거쳐 최종 후보군을 정할 수 있다.
이에 김진균 행장의 연임도 아직 배제할 순 없다. 첫 내부출신 행장 타이틀을 따낸 김 행장은 실적 개선과 조직 안정화를 위한 경영 지속성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유일한 여성 후보인 강신숙 부대표(상무)도 다크호스로 꼽혀왔다. 강 부대표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수협은행 부행장을 역임하는 등 중앙회와 은행을 아울러 금융 부문 전문가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이에 은행 내부 일각에서는 강 대표를 중앙회 측이 지지하는 인물로 보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강 상무의 경우 금융 부문 성과는 물론 여성 금융인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어 중앙회 측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기의 부회장은 기존 후보자 중 유일한 비(非) 수협 출신이다.
최 부회장은 국민은행 출신으로 2010년 국민은행장 직무대행, 2011년 KB국민카드 대표, 2015년 부산파이낸셜뉴스 사장 등을 지냈다. 한때 KB금융지주 회장 후보에 이름을 올릴 만큼 금융시장에서 검증된 금융 경영인이다. 다만 67세로 고령인데다 지난 2013년 카드사 대규모 정보유출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이후 오랜만에 현역 복귀라는 점은 부정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이번 수협은행장 선임은 수협중앙회가 공적자금을 모두 상환한 이후 진행되는 첫 인선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인 2001년 수협중앙회 신용사업부문에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했다. 수협중앙회는 은행 수익을 본연의 목적인 어업인 지원에 쓰겠다며 중앙회가 지난달 29일 잔여 공적자금 7574억원을 예금보험공사(예보)에 국채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조기 상환을 단행했다.
수협은행은 나랏빚을 갚은 만큼 중앙회 중심의 독립경영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욱이 중앙회는 이번 공적자금 상환을 기점으로 수협은행을 중신으로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차기 수협은행장의 역할과 영향력 또한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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